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⑩ 소신있는 도백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똥지게 지던 그 아이가 3선 도지사?!

민주당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3선에 성공했다. 주승용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협공으로 난항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주 의원과 이 전 군수가 경선에 불참함으로써 단독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3선이 광주·전남지역에서 광역단체장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 지사가 전남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닌 끝에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전남을 바꿔놓겠다”는 박 지사. 대체 전남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가난했던 어린 시절…좌절 딛고 전남도지사로 ‘우뚝’
공보수석, 대변인 맡아 정부의 ‘입’과 ‘얼굴’ 역할해내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1946년 영암 삼호면 산호리(현 삼호읍)에서 가난한 농부의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목포중학교를 마쳤지만 부친이 몸져눕게 되면서 고교 진학을 미루고 부친을 대신해 직접 땅을 갈고 똥지게를 지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부친이 사망한 뒤 박 지사는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낮에는 중국집 등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밤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야간고등학교에서 학업에 열중했다. 주경야독 끝에 그는 서울 인창고와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고, 이후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에 달했던 1980년 7월, 신군부의 ‘언론계 숙정’으로 해직됐다. 신군부의 언론 탄압에 항의하며 제작 거부를 주도한 이유에서였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에는 중앙일보 외신부기자로 복직하고 뉴욕특파원을 거쳐 중앙일보 편집부국장까지 지내며 언론인의 길을 계속 걸었다.

그러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김대중 정권 출범 직전인 1998년 2월. 정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당시 언론계를 떠나 대학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던 그는 고심 끝에 청와대행을 결심했다.

그의 첫 보직은 국내언론비서관이었다. 이후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입’이자 ‘얼굴’ 역할을 했다.

1972년 중앙일보 입사
언론계 숙정으로 해직

그러나 박정희 독재가 극그는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순간으로 2000년 6월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꼽는다. 남북간 화해의 장을 연 역사적 현장에 동행했음은 물론 그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2000년 6월 15일, 훗날 ‘6.15선언’으로 알려진 남북간 화해 합의문을 직접 발표했던 그 행복했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멋지게 성공했다. 그러던 중 2004년 4월 고 박태영 전남지사가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당시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분당과 탄핵바람으로 2004년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추대된 박 지사는 민주당 전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두 배 가량 뒤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역전을 이끌어내며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박주선 현 국회의원과 경선 구도가 펼쳐졌지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결국 단독후보로 결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3선 도전은 주승용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협공 때문에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주 의원과 이 전 군수가 결국 경선에 불참함으로써 이번에도 단독으로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이로서 박 지사는 광주·전남지역에서 광역단체장으론 처음으로 3선에 성공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과 좌절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것처럼 소외와 낙후의 상징인 전남의 새로운 운명을 일구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던 그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실제로 그의 민선4기 공약 추진율은 79%에 달했다. 추진 내용으로는 현재 완료된 사업은 21건, 정상추진 48건, 추진미흡(추진율 30% 미만) 1건, 미착수 2건 등이다.

민선 4기 추진율
무려 79%에 달해

완료된 사업은 무안-광주간 고속도로, 고창-장성-담양간 고속도로, 도청내 경로우대시설 설치,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권 확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국제물류전문대학 유치, 1면1초등학교 1도서 1초등학교 육성 등이다.

이밖에 태양양광발전소 설치 및 모듈생산공장 유치, 갯벌도립공원 지정, 갯벌연구소 건립, 갯벌휴양타운 조성, 해양생물연구센터 건립, 광양항 공동물류센터 건립, 영산강 퇴적오니 준설 타당성조사 용역 등이 완료됐다.

광주~고흥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도 27호선 4차선 고속화도로로, 서해안고속도로 진도까지 연장은 국도77호선 4차선 고속화도로로, J프로젝트내 세계정원박람회는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각각 대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남컨벤션센터 건립사업과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영상체험홍보관 건립 등 2건은 아직 착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 지사의 3선 성공으로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돼 사업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사업은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사업과 남악신도시 등의 추진상황에 맞춰 사업에 착수될 예정이다.

박 지사는 민선 4기에 대해 “그동안 전남이 포기하고 좌절하고 체념했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성장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민선 5기의 3대 시책인 ▲농업과 농촌, 농민을 살리는 3농정책 ▲미래 첨단산업 유치 ▲대형국제 행사의 성공적 개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지사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와 인구늘리기다. 이를 위해 그는 취임 이후 5GW급 대규모 풍력산업 프로젝트에 1조6000억원의 추가투자를 이끌어 냈고 해양관광·식품 분야 5개 기업과 833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남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개발계획(J프로젝트)에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앰배서더 호텔그룹이 3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해양관광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대출규제 강화로 진전이 없자 관광인프라의 경우 대출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며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박 지사는 도내 22개 시·군 단체장과 전남도청에서 민선5기 첫 정책간담회를 갖고 일자리창출과 무안공항 활성화 등 도정·시군정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소외·낙후의 상징 전남의 새 운명 일궈내려 동분서주
“민선 4기 성과를 바탕으로 공약사항 적극 추진할 것”

박 지사는 “지금까지 무엇이 전남을 사람이 떠나는 땅으로 만들었고, 무엇을 해야 이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고 분석했다”며 “민선 5기에는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고 낙후를 번영으로 바꾸는데 전력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불어 닥친 4대강 논란에 박 지사가 영산강 사업을 찬성하고 나서면서 민선 5기 도정이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지사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독자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라며 “수질개선과 홍수예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영산강살리기 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영산강은 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며 “더 이상이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지사는 “쌓인 토사로 인해 장마 때만 되면 많은 이재민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죽어가는 영산강, 희망을 앗아가는 영산강을 깨끗한 물이 흐르는 희망의 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도민 모두 영산강이 더 좋은 강으로 우리 곁에 있기를 바랄 것”이라면서 “지금 영산강을 방치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사업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박 지사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당론을 거부한 단체장으로 비쳐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민들은 박 지사의 ‘소신’있는 행동에 갈채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 지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정치인이나 사회단체도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지 못한 점은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산강 살리기 ‘찬성’
도민들 “소신 있다”

다시 한 번 도민 부름을 받아 도정을 이끌게 된 박 지사. “가난과 소외의 땅 전남을 풍요와 번영의 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그가 전남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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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