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재벌 실제 모델 총집합

회장댁 문제아 모아보니 ‘그놈이 그놈’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영화 <베테랑>이 1000만(8월29일 기준) 관객을 돌파했다. 배우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엽기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몰락하는 재벌3세 ‘조태오’를 연기했다. 영화의 성공요인은 단연 조태오다. 조태오의 엽기적인 행각이 낯설지가 않으니 몰입도가 높다. 영화 몰입을 도와준 현실 속 재벌가의 문제아를 <일요시사>에서 정리했다.

감독 류승완은 <베테랑>을 찍으면서 특정 재벌가 속 인물을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감독 자신도 뉴스를 보고 사는 사람으로서 (뉴스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엽기·엽색 행각
 
영화를 보다보면 현실 속 ‘조태오’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태오는 법보다는 주먹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조태오가 자신의 회사에 항의해 1인 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불러다 싸움을 시키고 돈을 주는 장면은 범SK가의 최철원 M&M 전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최 전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아 찾아온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고 맷값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던 재벌가의 문제아로는 롯데가의 고 신동학씨가 유명하다.
 
1994년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의 조카인 신동학 씨(26세)는 강남구 도산 4거리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가다 옆차선에서 끼어든 프라이드 승용차가 건방지다며 시비를 걸어 차를 세웠다. 이후 신씨 일행은 프라이드 승용차 운전자 정씨와 강모씨 등 2명을 벽돌과 깨진 화분 등으로 폭행해 각각 전치 8주와 4주의 부상을 입혔다.
 

피죤 창업주 이윤재 회장도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청부폭력배를 고용, 폭력을 행사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해고한 임원이 소송을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하자 청부 폭력배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은욱 전 사장을 폭행하면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은 화를 못 참고 손찌검을 했다가 회사문을 닫은 경우다. 지난 2013년 강 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 1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과정에서 호텔 현관서비스지배인과 승강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갑으로 지배인의 얼굴을 쳤다.
 
사건은 지배인이 공적인 업무로 호텔을 방문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등이 잠시 이용하는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댄 강 회장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부탁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지갑으로 얼굴을 때렸다. 강 회장은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주거래처와 거래가 끊겨 폐업을 해야했다.
 
마약도 재벌가 문제아들의 비행을 돕는 단골 소재다. 극중 조태오는 영화 내내 코를 킁킁 대면서 마약에 찌든 모습을 실감나게 녹여냈다. 현실에서도 마약을 사랑한(?) 재벌가 문제아들이 많다. 특히, 범 현대가 인사들은 마약 사건에 연루된 적이 많다. 2012년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당시)의 자녀 정모씨(당시 20세)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가 경찰에 포착됐다.
 
그는 적발된 초기에는 직접 경찰서에 출두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해외로 출국하는 등 불성실한 자세를 보여 지탄을 받기도 했다. 2009년에도 현대가에서 파약 파문이 있었다. 당시 정몽용 회장의 장남인 정모씨는 서울 이태원 등지에서 대마초를 구입해 피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는 검찰에 기소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안하무인 황태자
마약은 기본… 집단성교에 폭력·폭주
 
영화 후반부 조태오의 폭주 역시 관객의 뇌리에 선명하다. 재벌가 문제아들 역시 폭주와 관련된 인물들이 많다. 앞서 거론된 롯데가 고 신동학씨는 폭주로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는 지난 2000년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에 적발되자 달아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매달고 광란의 질주를 해 중상을 입혔다. 
 
 
물티슈 업계 1위 업체인 몽드드 전 회장 유정환씨도 올해 1월 마약류로 분류되는 졸피뎀을 복용한 채 강남 한 복판에서 자동차를 몰다 경찰에 붙잡혔다. 유씨는 의사 처방없이 구입한 졸피뎀 6∼7정을 복용하고 벤틀리 자동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결국 유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벌가 문제아와 아름다운 연예인의 부적절한 섹스스캔들을 <베테랑>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영화에서 조태오는 CF스타 다혜(유인영)를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데 조태오는 돈을 가진 차갑고 비열한 모습이, 다혜는 돈을 좇는 비굴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실제 재벌가 자제와 연예인과의 섹스 스캔들은 연혁이 깊다. 1988년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 일자표연료공업대표 이정식씨는 1985∼1988년까지 탤런트 이미지 등 여자연예인들과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역시 마약·매춘 파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990년 당시 그는 잘나가는 모델, 탤런트 등 여자 연예인 수명과 마약에 취해 섹스를 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붙잡혔다. 결국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된다.
 
박동명 칠공자 사건은 재벌가 섹스스캔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다. 시온그룹 박태선 장로의 장남인 박동명 대표는 1975년 26만5000달러를 해외에 빼돌린 혐의로 그의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박 대표는 여배우와 동침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공자 칠공자 스캔들이 유명세를 치렀다.
 
박 대표는 경호원을 통해 여성 주간지에서 마음에서 드는 여자 연예인에게 접근했다. 박 대표는 여자 연예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반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사과정에서 박 대표와 비슷한 엽색 행위를 한 ‘칠공자’ 명단의 존재가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국회와 국민들은 칠공자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진짜 조태오는?
 
영화는 조태오가 무수한 사고를 친 뒤 도망가다 잡히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현실 속 조태오들은 각종 사고를 내고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점이 다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문제아 조태오가 몰락해 가는 과정이 주는 통쾌함이 관객에게 어필하면서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라면서 “실제 재벌가 문제아들이 사고 후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 씁쓸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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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