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탐구⑦ ‘8년 검증 일꾼’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뚝심 있는 행정전문가 ‘강고집’을 소개 합니다



울산광역시장을 두고 치러진 선거판은 박맹우 후보의 독무대였다. ‘역동의 산업수도 푸른 울산’ 기치의 민선 3·4기를 이끈 무난한 행정과 ‘친환경 산업수도 울산’ 이미지를 끌어올린 정확한 판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도덕성과 신뢰감이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들은 민선 5기 ‘울산광역시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만큼 기대치 또한 크다. 이에 따라 8년 간 검증된 박 시장이 시정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시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재임시절 산업수도로 울산 재도약 발판 마련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 등재

‘강고집’이라는 별칭이 더 친숙한 박맹우 울산광역시장은 1951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와 국민대를 졸업한 그는 81년 행정고시에 합격, 이듬해 경상남도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간 중앙 및 지방 행정을 두루 익히며 행정전문가의 면모를 갖춰갔다.

97년 경남도 울산광역시준비단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울산시 기획실장, 내무국장, 건설교통국장, 울산 동구청장 권한대행 등을 역임한 박 시장은 고향인 울산의 시정을 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계적 산업도시
생태 환경도시 등극

99년 당시 동구청장 권한대행 이후 민선 구청장과 국회의원 출마 의사를 보이기도 했던 그이지만 정치적 환경 상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울산시 국장직을 내놓고 도전한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첫 광역자치단체장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때 ‘광역시장으로서의 경륜이 얕지 않으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지방과 중앙을 오가다 울산시 국장급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곧바로 광역시장에 당선됐으니 대부분 중진 정치인이 시?도지사 선거에 나서던 당시로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정전문가답게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산업수도로써 울산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2006년 재선에 성공했고 울산을 세계적인 산업도시, 생태환경도시의 반열에 올려놨다.

울산행정의 수장으로서 박 시장은 8년 간 경부고속철도(KTX) 울산역 유치와 울산국립대(울산과학기술대학교) 신설, 혁신도시 유치, 자유무역지역 지정, 동북아오일허브 유치, 북구 강동개발 시작 등 울산의 미래가 걸린 현안을 특유의 뚝심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특히 공단 조성으로 오염이 심하던 대기질과 태화강의 수질을 개선해 ‘공해도시’의 오명을 벗고 울산을 세계적인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나게 한 업적은 3선 연임의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연어와 수달, 황어, 은어가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태화강은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모델이 됐다. 이 같은 업적으로 그는 지난해 한국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드물게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기도 했다.

울산은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이 가난의 대물림을 청산하기 위해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대한민국 근대화의 첫 삽을 뜬 영광의 공업도시다.

19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된 뒤 예산이 5배로 늘어나는 등 눈부신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무엇보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태화강을 찾는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울산은 여전히 적잖은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교육과 문화, 복지 등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민선 5기를 이끌어 갈 박 시장이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자연스레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 제일의 복지·문화·경제도시’가 첫 임기 중 목표였다면 2006년 지방선거 승리 직후에는 ‘생태환경 도시’라는 구상을 추가했고, 이번에는 ‘큰 대한민국, 우뚝한 선진 울산’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울산의 경제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용지 1650여만㎡를 조성해 5조원대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공장을 지을 땅이 없어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심산이다. 또 동북아 오일 허브를 유치해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방침이다. 울산지역 오일 허브사업은 2020년까지 모두 2조488억원을 투자해 울산 남항과 북항 일대 57만9000㎡에 2789만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 및 거래시설을 구축하는 대단위 사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오일 허브 평면배치, 항만과 방파제 등 기반시설이 확정되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박 시장은 “석유의 입·출하와 현물·선물 거래가 활성화돼 저장과 물류·금융 등 연관산업이 발전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2060년까지 모두 44조4000억원의 경제파급 효과와 36만60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고 일 잘하는’
강소조직 유지할 것

이를 위해 연관산업, 특히 금융산업의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박 시장의 지론이다. 금융산업 육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울산과학기술대학교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연관산업 활성화 방안’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자동차와 정밀화학, 전자산업이 융합된 2차전지산업은 향후 반도체에 버금가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SB리모티브와 솔베이그룹 아시아지역 연구개발센터에 대한 지원확대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 유치로 2020년 150개 기업에 생산액 20조원, 고용 1만명 규모의 제4주력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경제적 역량을 바탕으로 문화와 복지를 더 키울 계획이다. 박 시장은 “시립미술관과 시립도서관, 문학관, 제 2장애인체육관 건립 등 문화·복지인프라를 확충해 시민의 행복지수와 건강지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정목표로는 ‘아름답고 푸른 친환경 도시의 건설’이 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모델로 지목한 태화강에 국비를 본격적으로 투입해 세계적인 생태하천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북구와 중구 주민의 쉼터 동천강, 시민 식수원 회야강, 하구 갈대밭이 넓은 외황강도 생태를 복원하고 레저공간으로 변모시켜 생명력이 넘치는 강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또 박 시장은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인접 도시 간 연계교통망을 확대하는 것은 도시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산~울산 경전철이 건설되면 울산과 부산, 양산이 하나의 생활권이자 동일경제권으로 묶여 모든 분야에 걸쳐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리란 계산에서다. 영남알프스와 반구대 암각화 등 울산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시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원 분담 비율을 국비 75%, 지방비 25%로 맞추고 정부에서는 신공법과 신기술 도입을 통해 총사업비를 최대한 절감하고, 철도 전문 운영기관을 통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작고 일 잘하는 강소 조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이후 공무원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했고 절감된 인건비를 현안사업에 투자할 생각이다. 올해 총액 인건비(정부 기준) 대비 2국 165명을 적게 운영한다. 박 시장은 앞으로도 강소형 조직 운영 기조를 계속 유지하되, 중장기적 안목에서 미래의 행정수요를 예측하고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민의 복리 증진
최우선 가치 돼야

하지만 난제도 남아있다. 기초자치단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민주노동당 소속 윤종오 북구청장이 공약인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강행할 경우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는 다른 구군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시정의 난맥상을 초래할 수 있어 반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초단체의 행정도 민선5기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릴 것으로 예고됐다.


이에 박 시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방식에서 다소의 견해차는 있을 수 있지만 ‘울산 발전’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건전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시와 시의회의 최우선 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시민의 복리 증진’”이라고 전했다.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시의 미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박 시장은 시의회의 이해를 구하고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경제와 환경, 문화와 복지에 이르기까지 울산이 가야 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며 “행복한 울산의 길을 앞장서서 열 테니 시민들은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박맹우 시장 프로필

■학력
·1964 울산 삼호초등학교 5회 졸업
·1967 울산 제일중학교 16회 졸업
·1971 경남고등학교 25회 졸업
·1980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2001 경남대 행정대학 행정학 석사 졸업
·2006 동의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졸업

■경력
·1981 제 25회 행정고시 합격
·1989 내무부 근무
·1995 경남 함안군수
·1997 경남 울산시 기획실장
·1997 울산광역시 내무국장
·1998 울산광역시 동구청장 권한대행
·2000 울산광역시 건설교통국장
·제 3·4·5대 민선 울산광역시장

■수상
·1987 노동부장관상 수상
·1997 홍조근정훈장 수상
·2002 행정자치부장관상 수상
·2007 대한민국 글로벌 경영인 대상
·2007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
·2007 우수지방자치단체장상
·2008 뉴거버넌스 리더쉽 메달 수상
·2008 대한민국 공공행정 대상
·2008 21세기 경영리더 대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