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장관감 의심받는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연금전문’ 내리고 ‘의료전문’ 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구멍난 메르스 방역의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했다. 후임자로는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내정됐다. 연금개편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금전문 장관에 이어 의료전문 장관을 내세운 것이다. 정진엽 내정자를 내세워 ‘의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그동안 교체 대상자로 거론돼온 보건복지부장관 교체 인사를 단행, 신임 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인사내용을 발표했다.
 
“의료체계 전반에 
 이해·식견 갖춰”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오늘 보건복지부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며 “정 내정자는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한국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고 있어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1955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원자력병원 선임의사를 거쳐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했다. 33년 동안 의료계에 종사하며 특히 소아 뇌성마비 치료의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이후 교육연구실장, 정형외과 과장,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또 4∼6대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산하 병원장을 3차례 연임한 것은 정 내정자가 처음이다.  
 
정 내정자가 원장에 취임한 다음 해인 2009년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근 지역 외에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으면서 전국 병원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도 선정됐다. 
 
분당이라는 지역적 편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지방의료원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전국 병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최첨단 의료정보 시스템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힘스 애널리틱스사로부터 미국 밖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의료정보화 최고 수준인 7단계 인증을 받는 등 의료IT 선도 병원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일 당시 고객 중심의 병원 문화를 구축했다. 국립대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민간병원에 비해 불친절하다는 편견이 상당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 내정자부터 권위를 탈피하고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환자만족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병원에 확산시키는 문화를 만들었다. 병원업계 처음으로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병원 시스템도 정비했다. 
 
특히 개인 이메일 공개와 SNS 개설 등 얼리어답터로서 교직원들의 고충과 아이디어, 제언 등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며 주 1회 가정의 날로 정해 '칼퇴근'을 지시하는 등 여타 병원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1년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신 대학과 근무병원에 관계없이 실력 있는 전문의를 스카우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의료계 구태인 학연과 지연을 탈피한 실력 중심의 탕평책을 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정 내정자의 당시 행보로 직원들로부터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능력있는 병원장

경영 탁월한데…
 
정 내정자를 발탁 배경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의 각별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성 이사장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인연으로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본인이 장관 후보로 올랐지만 이를 고사하고 정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 내정자는 박정희정권 시절에 의과대학 학생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을 해 1년 늦게 졸업했다. 그런 그가 박근혜정부에서 복지부장관을 맡게 된 것은 기묘한 인연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기조에도 잘 맞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내정자는 병원경영자의 이익집단인 대한병원협회에서 병원정보관리 이사를, 의료기기업자의 이익집단인 의료기기상생포럼에서 총괄운영위원장 등을 맡았다. 삼성과 SK텔레콤 등 전자회사와 통신사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산업 등에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영리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 사업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산업창의융합포럼’ 글로벌헬스케어분과위원장을 맡아 ‘의료 규제 완화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편도 끝난 지금, 이러한 이력을 가진 정 내정자가 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할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정 내정자가 현 정부가 논란 속에 추진해온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활용하는 정부 정책에 속도와 힘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진료는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복지장관이 특허를 보유한 이해당사자일 경우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21개 특허의 상당수는 원격진료, 병원자동화 영역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월22일 출원돼 지난 4월8일 등록된 ‘원격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는 정형외과전문의인 정 내정자가 의과 교수 5명과 함께 특허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구멍난 메르스 방역 책임 문형표 경질
서울대병원 교수 내정…대통령 의도는?
 
특허 내용은 수술 후 퇴원한 환자의 만성창상(욕창·궤양 등 만성적으로 자리 잡은 상처)을 의료진이 원격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방식과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환자가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환부 영상과 문진 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상처 관리법, 치료용 제품, 영양·생활습관 권고 등을 다시 환자의 단말기로 전송하게 된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특허에는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한 의료정보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도 포함돼 있다.
 
 
정 내정자의 특허 내용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 일치한다. 복지부는 “자가관리를 해야 하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수술 후 퇴원 환자의 편의를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도서벽지·원양선박·전방부대·교정시설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원격의료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더 부추길 것이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의협은 원격의료·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까지 감행한 바 있다.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복지부장관으로 취임하면 원격의료의 전면적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민영 염두?
비전문가 논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병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보건복지부를 아예 ‘복지는 없는 의료상업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후보자 내정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료수출론을 키워 SK텔레콤 등이 벌인 개인의료정보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의료산업화를 가속화할 인사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정 내정자는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실은 이번 청와대 인사 발표를 듣고 의외 인사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형표 전 장관은 그래도 좀 알려진 인사였는데 정 후보자는 하마평에도 없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정 후보자에 대해 알아본 뒤 청문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벌써부터 정 내정자의 관련 전문성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관련 업무 전문가라고 치켜세웠지만, 새정치연합은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의료분야의 전문가다. 앞으로 질병에 대한 예방과 대처에 빈틈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행정경험이라고는 분당서울대병원장 경력뿐이라 보건복지와 관련된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공적연금 등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내정자가 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1차 관문을 넘어야 한다.
 
17년만에 나온 의사출신 장관
끊임없이 지적되는 자질 논란 
 
문형표 전 장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면서 법인카드 사용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에 비춰보면 정 내정자를 향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정 내정자는 병원장 재직 시절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야당이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등 공적연금 개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문형표 전 장관의 유임설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반면 정 내정자는 이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으므로 국민적 관심사인 공적연금 개혁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보건의료단체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분야를 별도 부처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복지부 의사결정구조에서 보건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이유여서다. 정 내정자의 이번 인사는 이런 요구를 일면 수용한 듯하지만,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보건의료단체와 정부 관계를 복원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돼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면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파업 같은 극단적인 갈등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예상 못한 인사
풀 현안 산적
 
정 내정자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이번 인선이 확정된 이후 간담회를 열고 “의료인으로서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통과해 장관에 임명되면 국민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정진엽은?]
 
▲ 서울 출생(58)
▲서울고,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과대학원
▲원자력병원 선임의사
▲서울대병원 전임강사
▲미국 길레트 아동병원 펠로우
▲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분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육연구실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원장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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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