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④ ‘말보다 실천형’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 꽃 피울 것”


6·2 지방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가 민주당 이승천,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자로 확정됐다. 지난 2006년 대구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대구시민들의 부름을 받은 것. 이 같은 대구시민들의 끊임없는 신뢰에 김 대구시장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시장이 되겠다”며 “4년 전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4년 간 뿌린 씨앗을 꽃 피워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김 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분주한 그의 움직임에 주목해봤다.

중앙 관가에서 ‘잔뼈’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
민선 4기 시절 지역 미래 발전 위한 포석 깔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30여년 동안 중앙 관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하 직원들을 정신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인간적 친화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중앙 정부 등에 두루두루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술 약점’ 당당히 극복

대학교 4학년 때 고시에 합격한 김 시장은 행시 12회로 공직에 입문해 총무처 공보관과 의정국장, 청와대 비서실 행정비서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 산림청장 재직시절 차관급 자리에서 물러나 직급을 낮춰 대구시 정무부시장에 지원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잇단 대형 사고와 누적부채 급증 등으로 대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시장은 “나를 키워 준 고향을 위해 일을 하는데 직급이 무슨 상관이냐”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대구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국제화 감각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고 재학 시절에는 교내 영어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총무처 서기관 재직 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2년 간 행정학을 공부했다.

주량은 맥주 1병 수준으로 비교적 약한 편이다. 이는 자칫 대인관계에 약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술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다.

김 시장은 현재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UCLG ASPAC) 집행위원회 회장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 위원장,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감사, 프로축구 대구FC 구단주 등의 보직을 맡고 있다.

민선 4기 시절 김 시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통해 지역의 미래 발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김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꿔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며 온 힘을 쏟은 데 대한 대가다.

154개 공약 중 118개가 완료…공약 이행률 ‘양호’
‘교육도시 대구’ 명성 되찾기 위해 투자 강화할 것

그리고 이런 굵직한 사업들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재임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가지게 된 지금, 어떻게 성공적인 안착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또 대구시의 민선 4기 공약 추진상황을 보면 미래 성장 동력 창출 분야를 비롯해 문화, 복지 등 10개 분야 154개 공약 가운데 118개가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 중으로 공약 이행률이 양호하다.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서는 IT와 첨단기계부품소재, 모바일 산업 부문의 육성, 모발연구 및 한방산업 지원 등 전체 29건 중 23건이 완료됐다. 서민경제 활성화는 중소기업 지원과 대형마트 신설 억제 등 14건 중 13건이 이행됐다.

과학기술 중심도시 도약으로는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융합형 기술개발의 공동 추진 등에서 성과를 보였고 인재중심도시를 위해서는 인력양성 해외 아카데미 유치, 영어마을 조성과 활성화 등을 이뤄냈다.

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해서는 도시디자인위원회 구성,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 등 문화도시 19개 공약 중 17건이 이행됐으며, 복지 부문은 임대주택 매입 확대, 저소득층 자녀 방과 후 바우처제도 도입 등을 시행했다.

특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국책사업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은 공약 이행과는 별도로 민선 4기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 시장은 “그동안 대구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릇을 준비해왔다고 본다”며 “앞으로 4년은 지금까지 유치한 대형 국책사업이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선 4기의 성과를 발판 삼아 그의 선거 슬로건처럼 대구를 ‘확’ 키우겠다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시정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방형 직위 확대
신상필벌 인사 철저

김 시장은 대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식산업 도시이자 교육특별시 ▲문화예술 중심도시이자 친환경 녹색도시 ▲따뜻한 복지도시이자 젊음이 넘치는 국제도시를 제시했다.

그는 민선 4기부터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국가과학산업단지 개발, 동남권 신국제공항 조기 건설 등 핵심 현안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직쇄신 등 변화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김 시장은 우선 지역 공직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대구가 오랜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공무원의 경직된 사고, 복지부동의 자세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고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키우는 수단으로 김 시장은 ‘지식산업도시’를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또 과거 ‘교육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그동안 교육은 교육감이 하는 일이라며 대구시가 방치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시·군·구가 적극 교육 부문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먼저 재정적인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김 시장은 교육 지원예산을 1000억원 대로 확대, 고등학교 기숙사 건립 지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지원,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 음식재료 구입비 지원 확대,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학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시민들이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대구’를 구상 중이다. 각종 공연예술은 물론 대구미술관 개관, 문화창조발전소, 출판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대구를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김 시장은 “대구를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금호강과 도심하천을 생태공원화해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 필수적이며 그 장소는 밀양이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 곁의 시장
“적극 소통할 것”

김 시장은 노인, 장애인, 여성,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따뜻한 복지도시’를 지향하고 ‘젊은 대구’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과 패기가 넘치는 광장과 거리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 시장은 시민 곁의 시장이 되기 위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더 큰 대구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해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실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대구정신을 바탕으로 대구를 ‘확’ 키워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3 대구초등학교 ·1966 경북중학교 ·1969 경북고등학교 ·1973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1984 미국 남가주대학교대학원(행정학 석사)


경력
·1972 제 1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80 총무처 교육훈련과장 ·1984 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휘장사업과장 ·1991 총무처 공보관 ·1993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1994 총무처 의정국장 ·1996 대통령비서실 행정비서관 ·1997 총무처 조직국장 ·1998 정부조직개편위원회 실행위원 ·1998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1급 상당)·1998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관리관) ·2002 산림청장(차관급)·2003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2006 대구광역시장 ·2008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태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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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