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④ ‘말보다 실천형’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 꽃 피울 것”


6·2 지방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가 민주당 이승천,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자로 확정됐다. 지난 2006년 대구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대구시민들의 부름을 받은 것. 이 같은 대구시민들의 끊임없는 신뢰에 김 대구시장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시장이 되겠다”며 “4년 전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4년 간 뿌린 씨앗을 꽃 피워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김 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분주한 그의 움직임에 주목해봤다.

중앙 관가에서 ‘잔뼈’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
민선 4기 시절 지역 미래 발전 위한 포석 깔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30여년 동안 중앙 관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하 직원들을 정신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인간적 친화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중앙 정부 등에 두루두루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술 약점’ 당당히 극복

대학교 4학년 때 고시에 합격한 김 시장은 행시 12회로 공직에 입문해 총무처 공보관과 의정국장, 청와대 비서실 행정비서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 산림청장 재직시절 차관급 자리에서 물러나 직급을 낮춰 대구시 정무부시장에 지원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잇단 대형 사고와 누적부채 급증 등으로 대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시장은 “나를 키워 준 고향을 위해 일을 하는데 직급이 무슨 상관이냐”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대구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국제화 감각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고 재학 시절에는 교내 영어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총무처 서기관 재직 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2년 간 행정학을 공부했다.

주량은 맥주 1병 수준으로 비교적 약한 편이다. 이는 자칫 대인관계에 약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술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다.

김 시장은 현재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UCLG ASPAC) 집행위원회 회장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 위원장,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감사, 프로축구 대구FC 구단주 등의 보직을 맡고 있다.

민선 4기 시절 김 시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통해 지역의 미래 발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김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꿔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며 온 힘을 쏟은 데 대한 대가다.

154개 공약 중 118개가 완료…공약 이행률 ‘양호’
‘교육도시 대구’ 명성 되찾기 위해 투자 강화할 것

그리고 이런 굵직한 사업들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재임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가지게 된 지금, 어떻게 성공적인 안착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또 대구시의 민선 4기 공약 추진상황을 보면 미래 성장 동력 창출 분야를 비롯해 문화, 복지 등 10개 분야 154개 공약 가운데 118개가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 중으로 공약 이행률이 양호하다.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서는 IT와 첨단기계부품소재, 모바일 산업 부문의 육성, 모발연구 및 한방산업 지원 등 전체 29건 중 23건이 완료됐다. 서민경제 활성화는 중소기업 지원과 대형마트 신설 억제 등 14건 중 13건이 이행됐다.

과학기술 중심도시 도약으로는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융합형 기술개발의 공동 추진 등에서 성과를 보였고 인재중심도시를 위해서는 인력양성 해외 아카데미 유치, 영어마을 조성과 활성화 등을 이뤄냈다.

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해서는 도시디자인위원회 구성,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 등 문화도시 19개 공약 중 17건이 이행됐으며, 복지 부문은 임대주택 매입 확대, 저소득층 자녀 방과 후 바우처제도 도입 등을 시행했다.

특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국책사업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은 공약 이행과는 별도로 민선 4기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 시장은 “그동안 대구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릇을 준비해왔다고 본다”며 “앞으로 4년은 지금까지 유치한 대형 국책사업이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선 4기의 성과를 발판 삼아 그의 선거 슬로건처럼 대구를 ‘확’ 키우겠다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시정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방형 직위 확대
신상필벌 인사 철저

김 시장은 대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식산업 도시이자 교육특별시 ▲문화예술 중심도시이자 친환경 녹색도시 ▲따뜻한 복지도시이자 젊음이 넘치는 국제도시를 제시했다.

그는 민선 4기부터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국가과학산업단지 개발, 동남권 신국제공항 조기 건설 등 핵심 현안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직쇄신 등 변화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김 시장은 우선 지역 공직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대구가 오랜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공무원의 경직된 사고, 복지부동의 자세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고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키우는 수단으로 김 시장은 ‘지식산업도시’를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또 과거 ‘교육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그동안 교육은 교육감이 하는 일이라며 대구시가 방치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시·군·구가 적극 교육 부문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먼저 재정적인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김 시장은 교육 지원예산을 1000억원 대로 확대, 고등학교 기숙사 건립 지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지원,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 음식재료 구입비 지원 확대,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학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시민들이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대구’를 구상 중이다. 각종 공연예술은 물론 대구미술관 개관, 문화창조발전소, 출판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대구를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김 시장은 “대구를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금호강과 도심하천을 생태공원화해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 필수적이며 그 장소는 밀양이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 곁의 시장
“적극 소통할 것”

김 시장은 노인, 장애인, 여성,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따뜻한 복지도시’를 지향하고 ‘젊은 대구’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과 패기가 넘치는 광장과 거리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 시장은 시민 곁의 시장이 되기 위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더 큰 대구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해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실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대구정신을 바탕으로 대구를 ‘확’ 키워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3 대구초등학교 ·1966 경북중학교 ·1969 경북고등학교 ·1973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1984 미국 남가주대학교대학원(행정학 석사)


경력
·1972 제 1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80 총무처 교육훈련과장 ·1984 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휘장사업과장 ·1991 총무처 공보관 ·1993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1994 총무처 의정국장 ·1996 대통령비서실 행정비서관 ·1997 총무처 조직국장 ·1998 정부조직개편위원회 실행위원 ·1998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1급 상당)·1998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관리관) ·2002 산림청장(차관급)·2003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2006 대구광역시장 ·2008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태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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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