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뭐가 뭔지∼’ 정신없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메르스 시국'서 멍∼때리다 골든타임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메르스 사태 원인은 초기 대응 실패다. 안일한 정부의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화살은 보건복지부로 향했다. 수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화살이 집중포화 됐다. 그런데도 문 장관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매뉴얼’ 탓만 했다. ‘내 탓 아니오’라고 일관하는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형표 장관은 1956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문 장관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서울고 27회 문과 동기이기도 하다.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1998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사회복지 행정관으로 일했다. 2002년에는 미국 UC버클리대학의 객원교수로 지내기도 했다.  
 
부적절한 인사
처음부터 논란
 
문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KDI에서 주로 한국의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와 경제 위기에 따른 분배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공적연금의 재정적 고찰 및 개선과제 등을 연구했다. 또 복지지출 수준의 평가와 전망 등 주로 공공경제학을 연구했다. 
 
문 장관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 기초연금으로 맺었다.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이 연금 전문가들로 꾸린 특별 태스크포스에 합류해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장관으로 임명됐을 당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문 장관은 진 영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하자 공석이던 자리를 맡았다. 진 전 장관은 청와대가 대선 당시 내세웠던 ‘65세 이상 고령자 모두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약속을 깨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안’을 제시하자 “양심에 위배된다”며 사퇴했다. 
 
문 장관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발탁될 때부터 기초연금을 처리하기 위한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첩인사가 매번 그랬듯이 문 장관도 자질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나설 당시 문 장관의 과거 발언이나 이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을 샀다.
 
문 장관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KDI에 재직하면서 부인과 아들의 생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해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윤 장관이 2008년부터 지난해 최근 5년간 아들 생일과 배우자 생일에 총 8번에 걸쳐 KDI법인카드로 고급 호텔과 일식집 등에서 식사했다며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문 장관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는데, 부인과 아들 생일 저녁에 같이 밥 한 끼 안 먹고 계속 남들과 일하면서 먹었다는 소리냐”며 “배우자와 아들 생일이 일 년에 여러 번 있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장관이 2008년부터 지난 5년 간 KDI 재직 시 사용했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집행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500여건, 7000만원이 넘었다. 개인휴가 때 법인카드를 사용한 건수는 총 5건(54만원)이며 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것이 총 70건(609만원), 관외지역 사용이 총 455건(6384만원)이었다.
 
 

이 의원은 “KDI가 있는 종로구, 동대문구 성북구 등 관내 지역을 벗어나 주로 문 후보자의 주거지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식당에서 집중적으로 결재된 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증거 아니냐”며 추궁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주말에도 근무하는 날이 많아 회사에 나가 직원들과 식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기록은 모두 제출된 것으로 안다. 시간을 주시면 더 파악해서 사후에라도 보고를 드리겠다”며 진땀을 뺐다. 
 
경제학자에 국민 보건을 맡겨놨으니…
메르스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
 
문 장관은 KDI 연구원 시절 공적연금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강조했다. 기초연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용역보고서를 통해 청와대 안이었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방식’도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그는 “개인 학자적 입장에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필요한 분에게 집중적 지원을 하는 제도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면서도 “재정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보편적 복지) 공약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꿔 소신이나 실력도 없는 인사라며 비판을 받았다. 
 
문 장관은 명실공히 연금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인정받는 경제학자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연금과 복지 분야의 이해가 깊은 것과 달리 보건과 의료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인 문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전국으로 퍼지고 격리자가 1800여명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와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문 장관의 책임론 또한 빗발쳤으며 언행불일치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능·무책임
사퇴요구 빗발
 
지난 5월29일 문 장관은 직접 주재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국민이 정부 대응체계를 신뢰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발언을 지켜보던 관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방역문제에 대해 ‘개미 한 마리’라는 표현은 절대 못 쓴다”며 “매우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한 표현으로 전혀 신뢰가 안 간다”며 지적했다.
 
 

지난 3일 메르스 확진자 중 2명이 사망한 가운데 환자 수는 30명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3차 감염자도 나온 상황이라 긴장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장관은 메르스 관련 지역과 병원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문 장관은 태평했다. 그는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병원명 비공개 원칙을 밝혔다. 
 
이 같은 문 장관의 발언은 병원 경영을 위해 주민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루머와 일명 ‘찌라시’가 확산되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그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문 장관은 경제학자이고 차관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경제관료에게 복지 행정의 수장을 맡기고 차관조차 보건에 대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맡길 정도로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정책을 경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장관은 이른바 ‘마스크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2일 문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메르스 마스크에 관한 언급을 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가 공기 중 감염이 아니므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방문한 환자 등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느냐는 질문에 “마스크 착용하는 것들은 메르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위생을 위해서 장려한다. 굳이 메르스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대응 실패…뒤늦게 ‘허둥지둥’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비판 일색
 

네티즌들은 문 장관이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카타르 도하발 항공기의 특별 검역상황을 점검할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거론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이번 발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사진들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공간에 확산시켰다. 네티즌들은 “보여주기식 복장과 발언은 국민의 불안감만 키울 것”이라며 문 장관을 비판했다.
 
문 장관은 지난 8일 메르스 확산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부실 대응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정부의 ‘실패’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경직된 매뉴얼에 책임을 돌렸다. 청와대 책임 지적에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문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초동대응에서 좀 더 면밀하게 대응했으면 지금보다 더 빨리 메르스 사태를 종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정부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실패라기보다는 충분치 못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 전체 정책 방향이 실패라고 말씀하시면 그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문 장관은 초기 단계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침이 기존에 경직돼 있어 모니터링 망을 짜면서 상당히 협소하게 짰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직된 매뉴얼(지침)’ 탓을 한 것이다.
 
그는 “메르스 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그 지침이 상당히 경직적으로 돼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메르스라는 질환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는데 일선 현장에서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마치 딱 맞게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경직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누락이 발생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야당은 문 장관이 매뉴얼 탓도 모자라 책임을 일선 현장의 직원들에게 돌리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다.
 
 
문 장관은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매뉴얼대로 해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놓치는 사람(환자)도 있고, 본인들이 감추고 숨기면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 장관의 발언에 야당은 “왜 실패라는 말을 쓰기를 그렇게 두려워하느냐”며 “1차 유입 방지 실패, 2차 초기대응 실패, 3차 감염자 확산 실패, 실패의 연속이었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문 장관은 “실패라는 단어에 집착되기보다는…”이라며 실패에 대한 시인을 주저했다.
 
이랬다 저랬다
말바꾸기 뭇매
 
문 장관은 청와대 책임 부분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정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6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환자의 기본적인 숫자조차도 잘못 말했다”고 지적하자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확진 환자 숫자를 1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불과 몇 시간 뒤에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5명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정상적으로 이번 사태를 보고받고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 장관은 “보고가 잘못된 건가, 청와대에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정 의원의 추궁에 “거기에 대해서는 과정을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는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보고는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문 장관은 답했다. 이어 “그러면 청와대가 문제 아니냐”는 거듭된 지적에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보고한 시간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문 장관에게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문 장관은 “5월26일 국무회의에서 첫 보고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식 회의 이외에 대면보고를 했는지에 대해선 "유선상과 통화로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문 장관은 정부 발표에서 병원 정보가 틀린 데 대해선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는 “실수였고 저희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오타가 아니라 명백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것은 정말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병원 명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질병관리본부가 어떻게 메르스를 제대로 관리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태로 문 장관의 사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비상사태의 진원지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무개념의 총체적 결과물이라며 문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문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펠레의 저주’에서 비롯됐다. 축구선수 펠레가 예측하면 결과는 항상 정반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문 장관이 지금까지 메르스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예측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펠레의 저주는 문형표의 저주로 탈바꿈됐다.   
 
새누리당조차도 문 장관이 사퇴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친박계 맏형으로서 그 동안 청와대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문 장관 등의 사퇴를 돌려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태 진정돼도
사퇴 불가피
 
문 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쪽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의사들도 문 장관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모임인 ‘미래를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의사 모임’은 최근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없어 메르스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며 문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해당 환자를 진료한 병원과 의료진에게만 물리는 문 장관의 행태에 장관 자격은 이미 바닥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문 장관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사태 조기 안정에 노력하겠다”며 밝힐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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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