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1야당에 메스 대는 김상곤 새정치 혁신위원장

주어진 시간 100일…“썩은 뿌리까지 뽑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혁신이 필요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4·29 재보선 전패로 존망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책임을 맡긴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회의는 김 위원장에게 당 쇄신 작업의 전권을 위임했다. ‘혁신의 대부’라고도 불렸던 김 위원장에게 제1야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1949년 12월5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4남1녀 중 넷째였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69학번)에 입학해 총학생회장도 할 만큼 운동권이었다. 1971년 김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던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학내 군사훈련인 교련을 시행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반발하는 ‘교련 반대 운동’ 등 학생운동을 했다. 김 위원장은 교련과목 필수화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70년대 학생운동
운동권 교수 출신
 
박정희 정권은 그해 10월 위수령을 발동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군대가 투입됐다. 이른바 ‘불온써클’을 폐쇄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써클에 가입했다고 지목된 학생을 제적하여 강제영입시켰다. 김 위원장도 그 명단에 있었다. 그는 강제 징집돼 육군에 입대한 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운동권 교수’ 출신이다. 그는 군대와 대학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 뒤 1983년 한신대 교수가 됐다. 한신대 교수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교수 선언’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교수시국선언초안을 작성했다. 같은 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또 1989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부터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에 앞장섰다. 1995년 7월 검찰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학살행위를 정당화한 논리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이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한 쿠데타의 허구성을 폭로하자고 투쟁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는 제2,제3의 쿠데타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국가의 법적 존립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국헌문란 행위다”고 성토했다. 
 
1996년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철폐 및 민중생존권 쟁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2005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사단법인 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 등을 지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적 대학 교수 운동의 상징’ ‘진보적 민중 운동을 대변한다’는 평이 나온다.
 
자신 낮추는 스타일
용감·과감한 면도
 
김 위원장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일제고사,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 이른바 ‘MB식 특권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김진춘 전 교육감, 강원춘 후보, 김선일 후보로 경기도에서 치러진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은 김 전 교육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42만2000표에 해당하는 40.81%로 2위 김 전 교육감을 10만표 차로 따돌렸다. 당시 MB 정권 이후로 두 번째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나선 진보계 교육감 후보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선된 그는 전면 무상급식을 비롯한 ‘김상곤표 교육정책’을 추진하며 역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학교 현장에 도입한 정책들은 급진적 정책이 많았다.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 예산으로 모든 학생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무상급식은 ‘대안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3월 기준으로 전체 초·중·고교의 67.4%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보편적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했다. 
 
대학 때 독재정권 반기…교수 땐 진보운동
교육감 시절 공교육 혁신정책으로 큰 흔적
 
김 위원장은 공교육 혁신을 목표로 시작한 혁신학교와 학생 복장 자유화와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등을 시행했다. 교육정책도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잇따라 도입하는 등 진보진영 교육계에 그가 남긴 흔적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적인 정책만큼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교육부와의 소송이다. 2009년 그는 정부를 비판하며 시국선언을 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 존중돼야 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김 위원장을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했다. 하시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부의 지시를 두고도 대립했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기재를 보류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교육부는 경기도 교육청에 시정 명령 및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 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장학금 불법 지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 연임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3년 3월 그는 교육감 임기 만료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다. 김 위원장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권과의 궁합과 조직력 등에 밀리며 김진표 전 의원에 패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경선에서 무상버스 공양을 내세우자 당내에서조차 ‘공짜 공약’이라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칼자루 잡은 위원장
혁신위 성패 관건은?
 
또 7·30수원을 재선거 때도 공천 신청했지만, 백혜련 변호사가 전략공천 되면서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이후 ‘혁신더하기연구소’를 창립해 공공부문의 정책 혁신에 대한 연구 작업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평소 겸손한 스타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결단력이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평이다. 한 재선 의원은 “자신을 낮추는 스타일이지만 용감하고 과감한 면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치적 야심이 작지 않으며 야권의 숨은 잠룡으로도 꼽힌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교육감 출신이라 정치권 인맥은 엷은 편이다. 하지만 계파를 넘나드는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으로 재직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소속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이 원내대표는 이번에 혁신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을 적극으로 추천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초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의원이 경기지사 영입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등 안 의원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과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서울대 동문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40여년 인연을 맺어왔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김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기구 위원장을 승낙했다. 그는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명백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훌륭한 발전을 위해서 혁신을 함께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혁신위원회가 활동하는 100일 동안 주사위는 김 위원장에게 주어졌다.
 
평소 겸손…결정적 순간엔 결단
정치적 야심도…야권 숨은 잠룡?
 
지난 5월27일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나라 근교에 우산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싹이 날 때마다 소와 양을 데리고 나와 소와 양에게 싹을 먹여버려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배출하는 등 아름다운 적이 있다”며 “그러나 패권과 계파 이익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이 제1야당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문 대표와 혁신위원들은 백의종군 심정으로 함께 해줘야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제1야당의 병폐 근원을 기득권과 계파다툼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혁신위원장으로서 그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하지만 뿌리 깊은 기득권의 해소와 계파 척결은 말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벌써 현신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물갈이와 중진용퇴론 등이 나돌고 있다. 반발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호남·486물갈이, 계파등록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혁신위원회 활동이 어느 단계에 가면 대대적 인적 쇄신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때 벌어질 거센 반발과 분열의 역작용을 어떻게 김 위원장이 흔들림 없이 처리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혁신위원회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그간 무상급식 시행과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계 내부의 혁신을 이뤄왔던 만큼 곪을 대로 곪은 새정치연합의 계파주의와 인적 청산 작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도출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당장 혁신위원회 구성에 있어 ‘제대로 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인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 위원 인선을 둘러싼 진통으로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지도 못한 채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혁신위원회가 ‘계파 안배’위주로 구성될 경우, 사사건건 불거질 계파 간 대리전을 김 위원장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김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당내 계파 간 얽히고설킨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든든한 우군들
얼마나 도와줄까
 
그가 이끌 혁신위원회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최고위원회와의 갈등 소지도 다분하다. 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혁신안에 대해선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의 대상이 당 지도부가 포함될 경우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할 인적 쇄신의 폭과 강도가 관건이다. 내년 총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번 혁신위원회 활동 성패에 따라 김 위원장이 독배를 마실지 정치권에 진출할 초석을 다질지 지켜볼 일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상곤은?]
 
▲1959년 광주
▲서울대 경영학과 및 경영학 박사
▲등록금 후불제를 위한 교수대책위원회 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제14∼15대(민선 1∼2기)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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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