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1야당에 메스 대는 김상곤 새정치 혁신위원장

주어진 시간 100일…“썩은 뿌리까지 뽑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혁신이 필요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4·29 재보선 전패로 존망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책임을 맡긴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회의는 김 위원장에게 당 쇄신 작업의 전권을 위임했다. ‘혁신의 대부’라고도 불렸던 김 위원장에게 제1야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1949년 12월5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4남1녀 중 넷째였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69학번)에 입학해 총학생회장도 할 만큼 운동권이었다. 1971년 김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던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학내 군사훈련인 교련을 시행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반발하는 ‘교련 반대 운동’ 등 학생운동을 했다. 김 위원장은 교련과목 필수화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70년대 학생운동
운동권 교수 출신
 
박정희 정권은 그해 10월 위수령을 발동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군대가 투입됐다. 이른바 ‘불온써클’을 폐쇄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써클에 가입했다고 지목된 학생을 제적하여 강제영입시켰다. 김 위원장도 그 명단에 있었다. 그는 강제 징집돼 육군에 입대한 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운동권 교수’ 출신이다. 그는 군대와 대학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 뒤 1983년 한신대 교수가 됐다. 한신대 교수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교수 선언’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교수시국선언초안을 작성했다. 같은 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또 1989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부터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에 앞장섰다. 1995년 7월 검찰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학살행위를 정당화한 논리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이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한 쿠데타의 허구성을 폭로하자고 투쟁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는 제2,제3의 쿠데타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국가의 법적 존립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국헌문란 행위다”고 성토했다. 
 
1996년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철폐 및 민중생존권 쟁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2005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사단법인 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 등을 지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적 대학 교수 운동의 상징’ ‘진보적 민중 운동을 대변한다’는 평이 나온다.
 
자신 낮추는 스타일
용감·과감한 면도
 
김 위원장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일제고사,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 이른바 ‘MB식 특권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김진춘 전 교육감, 강원춘 후보, 김선일 후보로 경기도에서 치러진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은 김 전 교육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42만2000표에 해당하는 40.81%로 2위 김 전 교육감을 10만표 차로 따돌렸다. 당시 MB 정권 이후로 두 번째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나선 진보계 교육감 후보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선된 그는 전면 무상급식을 비롯한 ‘김상곤표 교육정책’을 추진하며 역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학교 현장에 도입한 정책들은 급진적 정책이 많았다.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 예산으로 모든 학생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무상급식은 ‘대안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3월 기준으로 전체 초·중·고교의 67.4%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보편적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했다. 
 
대학 때 독재정권 반기…교수 땐 진보운동
교육감 시절 공교육 혁신정책으로 큰 흔적
 
김 위원장은 공교육 혁신을 목표로 시작한 혁신학교와 학생 복장 자유화와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등을 시행했다. 교육정책도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잇따라 도입하는 등 진보진영 교육계에 그가 남긴 흔적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적인 정책만큼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교육부와의 소송이다. 2009년 그는 정부를 비판하며 시국선언을 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 존중돼야 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김 위원장을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했다. 하시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부의 지시를 두고도 대립했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기재를 보류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교육부는 경기도 교육청에 시정 명령 및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 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장학금 불법 지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 연임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3년 3월 그는 교육감 임기 만료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다. 김 위원장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권과의 궁합과 조직력 등에 밀리며 김진표 전 의원에 패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경선에서 무상버스 공양을 내세우자 당내에서조차 ‘공짜 공약’이라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칼자루 잡은 위원장
혁신위 성패 관건은?
 
또 7·30수원을 재선거 때도 공천 신청했지만, 백혜련 변호사가 전략공천 되면서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이후 ‘혁신더하기연구소’를 창립해 공공부문의 정책 혁신에 대한 연구 작업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평소 겸손한 스타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결단력이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평이다. 한 재선 의원은 “자신을 낮추는 스타일이지만 용감하고 과감한 면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치적 야심이 작지 않으며 야권의 숨은 잠룡으로도 꼽힌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교육감 출신이라 정치권 인맥은 엷은 편이다. 하지만 계파를 넘나드는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으로 재직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소속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이 원내대표는 이번에 혁신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을 적극으로 추천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초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의원이 경기지사 영입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등 안 의원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과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서울대 동문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40여년 인연을 맺어왔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김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기구 위원장을 승낙했다. 그는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명백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훌륭한 발전을 위해서 혁신을 함께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혁신위원회가 활동하는 100일 동안 주사위는 김 위원장에게 주어졌다.
 
평소 겸손…결정적 순간엔 결단
정치적 야심도…야권 숨은 잠룡?
 
지난 5월27일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나라 근교에 우산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싹이 날 때마다 소와 양을 데리고 나와 소와 양에게 싹을 먹여버려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배출하는 등 아름다운 적이 있다”며 “그러나 패권과 계파 이익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이 제1야당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문 대표와 혁신위원들은 백의종군 심정으로 함께 해줘야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제1야당의 병폐 근원을 기득권과 계파다툼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혁신위원장으로서 그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하지만 뿌리 깊은 기득권의 해소와 계파 척결은 말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벌써 현신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물갈이와 중진용퇴론 등이 나돌고 있다. 반발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호남·486물갈이, 계파등록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혁신위원회 활동이 어느 단계에 가면 대대적 인적 쇄신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때 벌어질 거센 반발과 분열의 역작용을 어떻게 김 위원장이 흔들림 없이 처리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혁신위원회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그간 무상급식 시행과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계 내부의 혁신을 이뤄왔던 만큼 곪을 대로 곪은 새정치연합의 계파주의와 인적 청산 작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도출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당장 혁신위원회 구성에 있어 ‘제대로 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인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 위원 인선을 둘러싼 진통으로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지도 못한 채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혁신위원회가 ‘계파 안배’위주로 구성될 경우, 사사건건 불거질 계파 간 대리전을 김 위원장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김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당내 계파 간 얽히고설킨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든든한 우군들
얼마나 도와줄까
 
그가 이끌 혁신위원회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최고위원회와의 갈등 소지도 다분하다. 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혁신안에 대해선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의 대상이 당 지도부가 포함될 경우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할 인적 쇄신의 폭과 강도가 관건이다. 내년 총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번 혁신위원회 활동 성패에 따라 김 위원장이 독배를 마실지 정치권에 진출할 초석을 다질지 지켜볼 일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상곤은?]
 
▲1959년 광주
▲서울대 경영학과 및 경영학 박사
▲등록금 후불제를 위한 교수대책위원회 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제14∼15대(민선 1∼2기)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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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