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 저 / 박종인 사진 / 나무생각 펴냄 / 1만3800원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알짜배기 인생들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며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 저자 박종인은 허명과 허세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알토란같이 일구어가는 사람들, 소리 없이 세상에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찾아내었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실어온 기사 중 인물에 관한 기사를 엮은 것이다. 국악인, 한복 장인, 카메라 장인, 활 장인, 양복 장인, 옻칠 장인, 배 장인, 축구화 장인, 한지 장인, 시인, 그리고 팔이 없이도 꿈을 이룬 장인 등 지겨우리만치 슬프고 서러운 인생 속에서도 귀한 가치를 열매맺은 행복한 고집쟁이들을 만나게 해준다. 특히 그들이 뜨겁게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빛나는 열매를 통해 분주한 일상에 지친 우리 가슴에 따스한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
가난한 데다가 몸이 불편하지만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만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올곧은 고집을 지켜나가면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알짜배기 인생 이야기를 담아냈다. 고난에서도 예술을 꽃피운 사람들, 세상에 희망을 건네는 사람들, 그리고 고독한 명장의 길을 걸어온 그들 고유의 장엄한 인생은 물론, 그들을 버티게 한 꿈과 자부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안 이루어지면 그건 노력을 하지 않은 거고. 비록 가난했지만 언제나 꿈꾼 만큼 노력했다.” 여섯 살에 척추가 부러져 척추 장애를 입은 박공숙은 힘들고 슬플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식당일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고,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수자가 되었다. 이제 하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한다. 관객들은 그 노래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불편한 그의 몸을 보고 더 놀란다.
팔 없이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석창우, 왼팔 하나로 아름다운 한복을 만드는 이나경, 일본에 가서 조선의 옻칠을 복원한 옻칠장이 전용복…. 이들 앞에서 몸이 아프다고, 돈이 없다고, 삶이 힘들다는 투정은 말 그대로 투정으로만 들릴 뿐이다. 어떠한 역경이 와도 꿈과 자부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배운 게 없어서”라고 말을 아끼며 무심코 뱉은 한마디들은 그대로 삶의 진리다. 전설의 배무이 신영수는 말했다.
“나 같은 사람 많이 만나봤을 거 아니여. 짐작컨대, 다들 못살지? 그냥 자기가 좋아서 자기 일 하고 살지?” 그러나 삶이란 요령을 배우는 것이 아닌 뜨겁게 살아내는 것임을 증명한 이들에게 세상은 감동하고 고개를 숙인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하다고, 우리 모두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자이고 작가이며 사진가인 저자의 멋진 작품사진들이 수록되어 그 장엄한 삶에 품격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