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다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서 재판까지 우여곡절…결국 쇠고랑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2000년대 이후 기업이나 정당 등 단체가 알바를 고용해 여론선동 및 이슈화를 주도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과정에서 증폭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부터 의혹이 불거진 원 전 원장을 필두로 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
정통성 논란
 
당시 민주당(민주통합당)은 12월11일 국정원의 직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인 문재인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민주당 당원과 기자들은 국정원이라고 추정되는 해당 직원의 오피스텔을 방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20여명의 인원이 오피스텔 복도 앞을 점거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측은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치현안과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는 것은 불법선거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오피스텔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정원이라고 추정되는 직원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 또한 정식 수색영장이 없는 상태기에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면 현행범에 해당됨으로, 즉시 문을 열게 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국정원 직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문을 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조사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밤사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일명 국정원 댓글녀 혹은 국정원 댓글 알바라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국정원 대변인은 12일 새벽, 기자와 당원이 지키고 있던 오피스텔 복도에서 “김씨의 개인 컴퓨터 등에 대해 이르면 12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이 입장 발표 후 댓글 알바로 의심받은 직원은 “정치중립을 지키고 있으며 대선 관련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서울 수서 경찰서는 해당 인물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하게 했다. 일주일 뒤 수서 경찰서는 댓글 알바 논란에 휩싸인 해당 직원을 소환조사했다. 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대선후보에 관련된 글의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중간발표를 했다. 여론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을 내세우며 경찰을 비판해 나섰다.
 
IT전문가나 네티즌들은 웹캐시 등 댓글 증거를 확보하며 인터넷에 공개했다. 경찰 측에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사 당국은 댓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6개 포털사이트와 32개 언론사에 통신자료 내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1심 집유…2심서 징역 3년 법정구속
중립의무 외면 정치 사안 개입 인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3년 1월3일 수사당국은 국정원 직원이 99회 걸쳐 대선에 관련한 댓글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직원을 재소환하며, 조사당국은 기존 중간 브리핑과 달리 해당 직원이 정치성향 댓글 49개를 달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냥 세봐도 100개는 넘는다”고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부실수사 의혹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했다. 국정원은 이에 맞서 민주당에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와 현직 직원인 정씨를 직무상 기밀누설에 따른 국가정보법 위반으로 고발해 2월2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4월1일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국내 정치 관여 및 직권남용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 18일 수서 경찰서는 국정원 직원 김씨 외 3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원 전 원장을 수사할 특별수사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은 없었다. 이에 당시 수서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했던 권은희 의원은 “국정원 수사에 윗선이 개입됐다”라고 내부고발을 했다. 불이 발등에 떨어진 검찰과 경찰은 이종면 전 국정원 3차장을 시작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발표했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에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모두 적용해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중간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법무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리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과 법무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벌인 것이다. 이후 채 검찰총장은 혼외자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했으며, 팀별수사팀은 외압을 받는다.
 
이명박-박근혜
시그널 없었나
 
국정원은 지속적으로 댓글 개입에 대해 대북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선에 관련된 것이 1281회, 정치 관련은 435회, 대북심리전인 북한과 중복에 대한 것은 143회에 불과했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의혹은 국회에서 밝힐 일이라며 일축했다. KSOI 설문조사결과 78.4%가 국정원 개입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7월1일 여당과 야당은 7월2일부터 45일로 계획된 국정원의 국정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부분은 대선개입 의혹 일체, 전현직 직원의 비밀누설문제, 국정원여직원(감금주장)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이다. 하지만 특별위원의 선정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갈등하며 15일 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 이와 비슷한 시기 NLL논란이 불거진다. 하지만 민심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물타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찰은 10월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트위터 및 SNS 상에서 활동한 심리전단 5팀 소속이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곧바로 원 전 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하고 추가 기소했다. 
 

사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지난 7개월 전부터 10여 차례 걸쳐 트위터에서 벌어진 국정원 대선 개입 실태를 집중보도 했다. 총 660여개 계정이 조직적으로 5만8000여 건의 대선과 정치적 관련 글을 올렸다는 정황을 밝혔다. 특히 핵심 계정인 ‘nudlenudle’ 국정원 직원 이씨라는 것도 규명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선거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정치와 대선 개입 의혹이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상못한 판결 왜 뒤집혔나
심리전단 직원 파일 결정적 

재판이 시작된 지 1년1개월 만인 지난해 7월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이 구형했다. 박형철 부장 검사는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원장 등 직위를 이용해 정치 관여 행위를 함과 아울러,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하여 제18대 대선에 관여한 선거운동을 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 정치 선거개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피고인들의 책임에 대한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최후의 변론에서 “60세가 넘은 사람으로 인터넷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재판을 받으면서도 무슨 얘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심리전단의 활동이 문제가 있더라도 선거개입 목적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월11일 서울중앙지법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국정원 댓글 알바에 이은 1년10개월만에 내려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번째 판단이었다. 당시 이 선고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가 기관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었다. 판결 내용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요 공소내용.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행위자의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검찰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2012 사건의 서막
2013 물타기 정국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의 근거로 ‘직접 대선 개입을 지시하는 원 전 원장의 발언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꼽았으며, ‘선거운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볼 명확한 근거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적시되지 않은 대선 결과를 가지고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재판부 논리는 이렇지만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선거 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모순적인 내용의 판결을 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증거로 인정된 심리전담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 수는 175개. 애초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1157개의 계정에서 작성한 78만여 건의 트윗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수집 과정 위법을 했다는 이유로 상당수가 증거에서 배제했다. 트윗 내용은 ‘박근혜 후보 후원 계좌 안내, 문재인이 대통령이 안되는 이유, 안철수는 종잡을 수 없다’ 등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지지, 비방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선고 이후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내부게시판에 실명으로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A4용지 5장 분량의 강도 높은 비판글을 올렸다. 2013년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번 판결은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치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조직적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의 이른바 ‘방어심리전’ 활동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검찰이 항소 때 법조항을 조정할 경우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압으로 사실상 와해된 검찰 수사팀이 수사 의지를 가지고 항소심을 준비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지난 9일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선고 후 법정구속 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지시한 사이버 활동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계획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정치에 개입했지만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국정원의 활동을 제18대 대선에 영향을 준 ‘선거 개입’으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리전단이 작성한 글 중 2012년 상반기에는 정치 관련 글이 80∼90%로 압도적이었다. 2012년 7월부터 선거 관련 글이 늘기 시작해 8월에는 선거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이는 사이버 심리전단이 의도하는 바가 바뀌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심리전단이 작성해 퍼 나른 글들은 당시 이정희 대표 및 통합진보당을 반대하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논란이 됐을 때는 여자문제 등에 집중해 (트윗글) 작성 후 리트윗하고, 인혁당사건 발언이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대규모로 리트윗하거나 야당 측을 비난하는 글을 작성해 서로 리트윗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안 의원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안 의원 관련 글이 현저히 줄어들고 12월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은 반면 민주통합당 소속 문재인 대선후보에 반하는 취지의 글이 급격히 늘어난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시 트윗글이 선거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점이 특정정당과 정치인의 당락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중 선거개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상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심리전 활동을 벗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이 사이버 활동이라는 자신들의 주관적 평가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객관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변론에서 “부서장 회의에서 말한 것이 전 직원에게 공유되는지 한참 후에 알았다”면서 “직원의 트윗, 댓글은 개인적 일탈이지 조직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저로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곧바로 상고 의사
대법원 판결 주목
 
원 전 원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심리는 최장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 기간은 2개월이지만, 상소심에서 부득이한 경우 2개월 단위로 3차례까지 총 6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 2심 재판부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림에 따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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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