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후폭풍' 미공개 '박관천 파일' 추적

박지만 수족 겨눈 내사 있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은 청와대 문건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다. 문서를 유출한 세력은 6개월에 걸쳐 박 회장의 의심을 키워갔다. 급기야 박 회장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항의 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검찰 중간발표로 유야무야된 '정윤회 문건' 수사. 그런데 박 회장이 받아본 문건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 가운데 일부 내용은 '사실'일지 모른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정윤회 문건'의 종착지는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으로 최종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지난 5일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구속기소)이 박 회장에게 모두 17건의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관천·조응천
나란히 기소돼

박 경정에게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공용서류 은닉, 무고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박 경정을 시켜 박 회장에게 문서를 건네도록 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불구속기소)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과 공모해 문건을 유출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내용, 수사 경과 등을 종합할 때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최모·한모 경위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정국을 뒤흔든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결과적으로 박 경정 개인의 '일탈'로 좁혀진 모양이다. 조 전 비서관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으며, 한 경위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회유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세계일보> 쪽으로 문건을 유출한 최 경위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이 지목한 피의자 가운데 범죄 사실이 소명된 인물은 박 경정이 유일했다.


서향희·이영수 등 박지만 측근 첩보
보고서 건네받고 김기춘에 항의전화

무엇보다 청와대 문건을 수시로 받아본 박 회장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야권 등에선 박 회장의 '암묵적인 지시' 여부를 조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고 동기를 추론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시킨 동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향 문건'을 속칭 '찌라시'로 단정한 청와대의 주장과 달리 검찰 안팎에선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단서로 한 수사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동아일보>는 검찰발 백브리핑을 인용해 "박 경정이 수사 과정에서 정치, 권력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수사 초기 박 경정은 조사를 받던 중 검사와 수사관에게 박근혜정부 권력 지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박 경정은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최순실씨(정윤회씨의 전 부인이자 최태민 목사의 딸)가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서열 발언
와전된 이유는?

이는 <일요시사>가 지난해 3월 '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란 기사에서 소개한 일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요시사>는 사정기관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정부의 서열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전한 바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동아일보>의 보도와는 다르다. 해당 관계자는 "정씨가 2013년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 3위는 바로 나(정윤회)."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씨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그런데 이번 보도로 '서열 발언'은 박 경정이 지어낸 허구가 됐다. 서열 순서도 뒤틀려 황당한 주장처럼 됐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박 경정이 <일요시사>라는 매체와 접촉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여권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 '미행설'과 함께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하면 박 경정 혼자 '모든 말'을 지어냈다고 하기엔 검찰 측의 논리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지만 미행설'은 박 회장이 청와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그의 지인이 유포까지 한 '작품'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조사를 할 테니 미행 자료를 달라"고도 했다. 문제의 미행설이 불거진 배경에는 '권력암투'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뜻밖의 이름도 등장한다. 이영수 KMDC 회장이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2월 '연초정국 뇌관 박관천 X파일 실체'라는 기사에서 이 회장의 존재를 전한 바 있다. 지난 5일 검찰은 미행설의 제보자를 '박 회장의 지인'이라고 뭉뚱그렸다. 이 지인은 바로 이 회장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관련한 기사에서 "K사 L회장은 박 회장 및 여권 인사들과 두루 가까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TV조선>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해외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불러왔던 K사 대표 L모씨"라고 특정했다.

이 회장은 수년간 여권의 '숨은 실세'로 여러 차례 지목됐다. MB정부 탄생에 기여한 외곽조직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끈 장본인이며, MB정부 출범 후에는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과 함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과 이 회장의 인연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을 전후로 입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 문건에서도 박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박지만 주변부
누군가 노렸다

검찰 발표를 일부 인용하면 조 전 비서관은 이 회장이 박 회장 쪽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박 경정이 유출한 문건에 최소 두 차례 등장한다. 작성일이 2013년 6월18일로 기록된 'VIP(대통령)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VIP 친분 과시 등) 보고' 제목의 문건에는 이 회장의 이름이 적혀있다. 해당 문건에는 중국내 최고 실력자로 알려진 S씨와 관련한 첩보가 담겨 있다.

문건에는 "S씨가 이 회장을 통해 서향희 변호사(박지만의 부인)를 소개받아 친분관계를 과시하며, (자신의) 친·인척을 통해 한국 대기업 M&A 투자금을 모집하려 한다"고 쓰여 있다. 또 문건에는 S씨의 집안내력, 경력, 중국 내 영향력과 국내 기업인과의 친분관계 등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문건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사정기관 관계자는 "알고 있어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박 경정은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S씨와 관련한 첩보를 'S' 'S2' 등의 제목으로 작성했다. 이 가운데 6월24일 작성된 'VIP(대통령) 방중 관련 현지 동향 특이 보고'에는 S씨가 VIP의 친인척(서향희 변호사)을 통해 J씨의 회사 대표 재임용 청탁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여러 정황상 J씨는 대기업 P사의 임원으로 의심된다.

이어 S2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J씨가 OOO 회장으로 가려 로비하고, 서 변호사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주변에) 보여주며 세력을 과시한다"고 적혀 있다. S씨와 관련한 문건이 노리는 바는 정확하다. 박 회장의 부인인 서 변호사와 친구 이 회장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 경정이 관련한 문건을 박 회장의 '비서실장' 전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 회장에게 '주변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다른 문건에는 이 회장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한다. 6월 중순 작성된 'K사 L□□' 제목의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공천 알선 명목 수억원 수수 등 다수 관계자로부터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이 보고서는 '풍문'을 긁어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 박 회장 주변을 자극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된 셈이다.

또 이 회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이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과는) 밥 한끼 했을 뿐"이라며 "미행설은 나도 모르는 내용이고 일부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동아일보> 등은 "'박지만 미행설'의 첫 제보자가 박 회장의 먼 친척인 김모씨"라고 보도했다. 김씨는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장을 지낸 송모씨(사망)의 처조카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3년 12월27일 작성된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과시자 동향 보고' 제목의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그는 "요즘 정씨를 만나려면 현금으로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인물로로 특정됐다.


대기업 비리·기업인 사생활 포함
'찌라시'라면서 기업수사 저울질?

당시 김씨는 박 회장에게 "정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건넸다. 의심이 든 박 회장은 측근 전씨를 통해 박 경정에게 진위 파악을 요청했다.

그러자 박 경정은 보고서에 '정씨 측이 박 회장의 마약과 관련한 약점을 잡으려 한다'는 등의 첩보를 담아 전씨에게 건넸다.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은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가 허위였음을 인정했다. 김씨도 '7억원 발언' 등은 "근거 없는 얘기였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왜 김씨의 말을 믿었던 것일까. 관련한 단서가 청와대 문건에 남아있다. 2013년 6월 중순 작성된 문건에는 H사 회장 P씨에 대한 개인비리 정황이 담겨 있다. 수입 금액 누락 등을 통한 자금세탁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전 정권에서의 재산 축적 경위 의혹 등에 관한 첩보였다.

비슷한 시기 폐기물처리업체 I사 대표 O씨에 관한 탈세 의혹도 보고서 형태로 박 회장에게 제출됐다. "O씨가 (자신의) 부인 명의로 토지와 차명주식을 취득하는 등 탈세 의혹이 있고, 공사 수주 대가로 모 회장에게 수억원을 공여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O씨가 과거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으며, 조세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첩보도 기재돼 있었다. 같은 시기 이 회장과 관련한 보고서 역시 박 회장에게 넘겨졌다.

상기한 내용을 종합하면 2013년 6월 박 회장 주변을 겨냥한 광범위한 감찰이 진행됐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몇몇 언론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민간인 사찰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단순한 찌라시?
수사참고 자료?

문제가 된 보고서에는 기업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도 담겨 있다. 한 문건에는 모 관광업체 대표가 4명의 여성과 사실혼관계고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문건에는 서울 모 호텔 회장이 경리 담당 여직원과 불륜관계인 데다 집무실에서 환각제까지 복용하고 성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반면 '모 대기업 회장이 상속용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관한 것은 기업수사 첩보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보고서 전부가 찌라시"라는 정부 측 해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다.

유출된 일부 첩보는 제법 진실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 군부대 이전 관련 VIP인척 유언비어 유포 동향·조치 결과 ▲㈜EG 대주주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 ▲240억원 법인주식 횡령 피의자와 VIP인척 유착 관련 동향 등은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찌라시'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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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