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코너 몰린 김태영 국방부장관

41년 군인인생 천안함과 함께 침몰?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해군의 미흡한 초동대응과 사고과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화살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에 쏠리고 있다. 국방부 수장으로서 위기관리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데다 사고원인 등에 대해 오락가락한 답변을 해 신뢰감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 해결 지지부진…김장관에 따가운 눈길
승승장구했던 군인 인생에 커다란 오점 남길 위기 처해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취임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방부장관에 내정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 속에서 환영을 받았던 김 장관. 하지만 천안함 침몰은 김 장관의 군인인생까지 침몰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퇴진이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사고가 김 장관에게 던진 타격은 크다.

군인 생활 내내 엘리트코스를 밟아 오며 인정받았던 김 장관이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뼈아프다. 김 장관이 국방부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이 퇴진하면서 차기 장관자리에 낙점된 것이 김 장관이었다. 육사 29기의 선두주자인 김 장관은 여러 모로 국방부장관 자리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로 꼽혀왔다. 먼저 야전과 정책부서를 모두 거쳐 군사 현안에 대해 정통하다는 것이 김 장관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었다.

야전과 정책부서 거친 ‘엘리트’
일찌감치 차기 장관으로 낙점

1984년 15사단 26포병 대대장을 시작으로 야전지휘관, 육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등을 거친 김 장관은 야전 지휘관과 정책 부서를 경험한 ‘전략·정책통’이다. 김 장관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방적 리더십이다. 김 장관은 평소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부하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아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단적인 의사결정보다는 부하들의 의견을 수렴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성품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부하들과의 스킨십도 중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말해주는 일화도 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강원도지역에 큰 피해가 있었을 때 김 장관은 2주 동안 공관에 들어가지 않고 장병들과 함께 숙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소탈함과 함께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1군 사령관 시절에는 2000쪽이 넘는 작전계획 서류를 퇴근길에 들고 집에 들어가 검토해 부인의 눈총을 받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합참의장을 맡을 당시에는 많은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생일을 맞은 부하들에게 책을 선물해주고 같은 사무실 사병이 전역하면 회식자리를 마련하는 등 따뜻한 인간미도 두드러졌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통역 없이도 국제회의에 참여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췄다는 것. 육사 재학 당시 독일에서 3년간 유학한 경력이 있는 김 장관은 영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김 장관은 매일 5km 이상을 뛰는 ‘마라톤맨’으로 알려져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또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면서 한ㆍ미 군사관계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점으로 인해 한미동맹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처럼 김 장관의 성품과 평소 생활태도, 업무 추진 스타일 등은 국방과 군 조직문화 발전, 군의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다보니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별다른 공방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재산문제 등 개인적인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던 김 장관의 청문회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청문회와는 달리 국방관련 정책 문제가 주요 현안이었다. 임진강 댐 방류사고에 대한 추궁, 국방예산 문제 및 기무사 민간인 사찰 논란, 군 복무기간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돼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청문회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이런 김 장관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북문제. 김 장관은 지난 2008년 3월 합참의장 내정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발언을 해 남북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에게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 장관은 “정밀 타격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장관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서 타격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미사일 방어 대책을 강구해서 핵이 우리 지역에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고 그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김태영 의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남북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반응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또 하나 걱정스런 부분은 김 장관으로 인해 ‘국방 문민화’가 후퇴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 장관은 합참의장 이임식과 전역식이 열리고 한 시간 뒤 국방장관 취임식을 가졌다. 이 같은 ‘번개 취임’은 어렵게 진행됐던 국방 문민화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현역 군인은 전역 10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는 점을 국가안전보장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국방 문민화는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전역 1시간 만에 국방부장관에 임명된 김 장관의 사례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일류 국방경영’ 다짐
전 장관과 차별화

이처럼 기대와 우려 속에서 국방부 수장이 된 김 장관은 ‘일류 국방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이상희 전 장관의 색깔을 빼는데 주력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일류 국방경영을 위해 국방부의 조직 및 업무수행체계 효율화,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국방정책, 방위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장관직을 시작한 김 장관. 하지만 지난 3월 뜻하지 않은 파문에 휩싸였다. 흑인 비하 발언을 해 비난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 발언은 지난 3월20일 김 장관이 제주도 서귀포호텔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나왔다. 시 김 장관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제주도가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프리카 밀림에 가면 자연이 있다. 그게 관광 명소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는 그냥 무식한 흑인들만 뛰어 다니는 그런 곳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에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일국의 장관이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무식하게 뛰어다니는 흑인’이라는 표현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하지만, 마치 제주의 대표 경관인 강정이 천연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아프리카의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뉘앙스”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어 “이는 제주의 대표 경관지이자 천혜의 생태계 지역인 강정마을과 주민들을 사실상 비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한 해명과 더불어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 장관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 수장으로서 위기관리능력 부족 드러나 신뢰감 하락
지휘부 라인 문책 불가피해 김 장관 향후 거취에 이목 집중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국의 국무위원으로서 ‘무식한 흑인’ 운운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은 크나큰 외교적 결례이며,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아프리카 등 해외자원외교 측면에서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임에 틀림없다”며 흑인 비하 발언을 질타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이로 인한 외교적 결례와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한 김 장관은 더 이상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김 국방장관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데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사과했다. 김 장관은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을 통해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이어 “‘국무위원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고 원 대변인은 전했다.

이 같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김 장관의 두 번째 위기는 천안함 침몰로 찾아왔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김 장관은 국민들에 실망을 안겨줬다. 사고 원인조차 뚜렷이 밝히지 못한데다 초동대응과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도 번번이 어설픈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장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국방위가 연 전체회의에서 “초동조치는 비교적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해군 초동대응을 잘했다고 말했는데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같은 답을 내 놓은 것. 이에 대해 의원들과 국민, 유가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해 신뢰를 떨어뜨렸다.

장관생활 두 번째 위기
돌파구 찾을지 주목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침묵)할 수도 있고, 또 오해를 안 받기 위한 행위이거나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국방위에서 “합참의장을 하고 있던 2008년도에 (기뢰)이야기가 있어서 다 수거했다. 기뢰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수심에서 여러 압력으로 인해 진흙이나 펄에 묻혀 있던 기뢰가 떠올랐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조사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었을 수 있다”고 대답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김 장관의 모습은 군 전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번지고 있다. 또 군과 정부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커진 것에 대해 책임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거란 의견도 많다. 특히 김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군의 지휘 라인에 대한 문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김 장관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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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