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 코리안리. 금융사들의 파산 위기에도 세계적 재보험사로 살아 남았다. 코리안리의 성공신화가 가능했던 것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출신을 구분하지 않고 능력 위주로 경영자를 선임한 원혁희 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원 회장의 오너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재보험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원종규 사장이 이끄는 코리안리는 삐걱대는 모습이다.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한 재보험사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다. 즉, 재보험사의 고객은 개인이 아닌 보험사다. 개인이나 기업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도 같은 이유로 보험의 보험인 재보험을 찾는다.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상책임을 재보험사와 분담하는 것이다.
2세 경영수업
코리안리는 국내 물량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재보험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원 회장은 이러한 환경을 적극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왔다. 단순히 환경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코리안리의 성공은 초기에 원 회장이 철저한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고수해왔기에 가능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코리안리는 원혁희 회장이 이사회 의장만 맡고 있을 뿐 실질적인 회사 업무 총괄은 전문경영인 박종원 전 사장이 모두 담당했다. 그만큼 오너와 경영의 분리가 명확했다.
코리안리는 1998년부터 15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박종원 전 사장 체제로 운영됐다. 박 전 사장은 코리안리 사장 취임 후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흑자 전환시키며 주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코리안리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체제로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대림산업에서 근무하던 원 회장의 장남 원종익 고문은 코리안리 상임고문으로 들어왔다. 20년간 평사원의 길을 걷다 결국 부친의 회사로 들어온 것이다. 이듬해 원 회장의 셋째 아들 원종규 사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다만 둘째 원영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전 사장은 5연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지난해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의 후임으로 원 사장이 코리안리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 회장 오너체계가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원 회장 일가가 보유한 코리안 지분은 총 20.36%다. 원 회장과 부인 장인순 씨의 지분율은 각각 3.16%와 5.51%이다. 원 사장은 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원 고문과 원영씨는 각각 3.52%, 3.4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내 독점 재보험사 ‘신의 직장’
재보험시장 악화에 투자자들 불안
3월 공개된 원 회장의 보수총액은 6억3309만원으로 이중 급여 2억772만원, 상여금 4억2537만원이다. 여기에 올해 지급받은 배당금 6억6690만원까지 합치면 연간 수령액은 12억원이 넘는다.
원 사장은 급여 3억835만원과 상여금 6억3488만원, 배당금 7억3750만원을 합산하면 약 17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원 고문과 원영씨의 급여와 상여금은 알 수 없지만 둘 다 7억3500만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처럼 원 회장 일가는 억대 보수를 받고 있는 반면 코리안리의 최근 실적은 떨어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코리안리는 1억7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980억3900만원으로 9.6% 줄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2억6500만원을 기록해 흑자전환 했다.
주주들은 줄줄이 발을 빼는 분위기다. 국민연금공단은 보유했던 코리안리 86만주를 처분했다. 지분은 8.42%에서 7.39%로 줄었다. 특히 한국투자밸류는 지속적으로 코리안리 지분을 줄여가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밸류는 640만주에서 460만주로 줄여 180만주나 처분했다. 지분은 5.32%에서 3.86%로 감소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코리안리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적 갈수록 떨어지는데…
회장 가족들은 억대 보수
게다가 국내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해외에서는 태국 홍수사태 등 온갖 대형사고 및 자연재해로 재보험사 시장 환경은 악화됐다. 손해율은 떨어지고 초저금리에 따라 투자실적도 저조한 상황이다. 코리안리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올해 들어 투자비중이 큰 채권투자에서 매달 저조한 실적을 내놨다. 지난 6월에는 투자담당 임원이 사표를 냈다. 이사회에서는 투자자문사였던 ‘코리안리 투자자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원 회장의 오너 경영인 체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안한 모습이다. 저평가 됐다고 생각했던 코리안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문 경영인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넘어오면서 과도기를 겪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는 ‘답답’
코리안리는 오히려 순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실적의 경우 한달만 놓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해외 사업이 잘 풀리면서 전체적으로 실적이 목표대로 나오고 있고, 최근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올라갔다”고 답했다.
원종익 고문에 대해서는 재보험사의 업무 특성상 대림산업에서 쌓은 엔지니어링 경험이 요긴하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주주라고 고문 자리를 앉힌 게 아니라 그 분의 (대림산업) 경험이 우리 기술보험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보험이 중요한 만큼 현재 엔지니어링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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