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주모 기자 = 홍도 유람선 좌초, 안일한 마인드가 '사고 불렀다'
200여명이나 되는 승객들을 수장시켰던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진지 200일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30일, 전남 신안군 홍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해 해상 안전불감증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고는 이날 오전 7시30분, 홍도 섬 주변을 일주하는 유람선 ‘홍도 바캉스호’가 선원 5명, 관광객 105명을 태우고 출항해 주변 경관을 돌다가 만물상 바위 인근의 암초에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자칫 110명의 관광객들이 유명을 달리할 뻔했던 이번 홍도 유람선 사고의 원인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은 선박 노후화나 구명조끼 착용 등의 안전교육 미실시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도 그럴까?
사고가 났던 홍도 바캉스호를 최근 직접 타 본 기자로서는 이 같은 보도에 수긍하기 어렵다.
선박이 건조된 지 오래됐거나 관광객들이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서 홍도 바캉스호가 암초에 부딪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기 때문이다.
앞서 기자는 지난달 13일, 목포에서 홍도까지 운항하는 여객선 ‘동양골드호’를 타고 홍도를 찾은 바 있다. 홍도에서 하선 직후 곧바로 예정돼있던 홍도해상관광을 위해 홍도 바캉스호에 승선해 해상관광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홍도 바캉스호 측은 승조원이 직접 승선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구명조끼를 꺼내 사고 등 비상 시 구명조끼 착용법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승객들도 승조원의 안전교육에 귀기울이는 등 ‘세월호 학습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의 유람선 측이 승객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태다.
이날 운행됐던 홍도 바캉스호의 선박 노후화 문제는 더더욱 논외거리였다.
오히려 사고의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해상관광에서는 통상적으로 조타를 선장이 직접 맡아 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홍도 바캉스호 역시 조타수를 따로 두지 않고 홍도 전체를 일주하면서 관광객들에게 명소의 유래와 얽힌 전설 등을 설명했다.
해상관광 프로그램은 매회 2시간 코스로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짜여져 있는데 이때 여행사를 통해 신청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선장은 운항과 함께 관광코스들을 설명해야 하는 암묵적으로 '가이드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홍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강한 해풍과 파도가 수시로 해안 암벽을 때리고 있는 섬으로 주변에 암초들이 산재해 있는 섬이다.
기자는 운항 도중 유람선에서 짙푸른 남색빛의 바다를 내려다보면 검은 색을 띠는 암초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홍도 바캉스호는 수면 아래에서 솟아오른 이 수중암초에 선체 하부가 걸리면서 찢어져 파공면이 발생해 좌초됐다.
홍도에서 다년간의 유람선 경력이 있는 배테랑이라 하더라도 선장은 배 운항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시 선장은 홍도 주민이 아니었을 뿐더러, 외지에서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가이드 역할까지 맡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당시 기자는 승조원 중 한 명에게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적했으나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며 “문제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던 중 급기야 사고가 터졌다. 한 번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해상사고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우리 하나쯤’이라는 안일한 승조원들이나 선주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세월호, 홍도 유람선 좌초 사건이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이날 사고는 발생 직후, 홍도 주민들과 바로 뒤따라오던 썬플라워호 및 인근서 조업 중이던 어선들의 도움으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수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