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국가안보실> '박 터지는' 과잉충성 혈전 내막

'박심 구애' 사생결단 정보전 불붙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공백이 달을 넘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멘붕'에 빠진 청와대는 후임 인선을 놓고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도로 남재준' '도로 김장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정권 출범 후 라이벌 구도 속에 '충성경쟁'을 벌였던 두 전임자처럼 후임 국정원장이나 국가안보실장 역시 결국은 누가 더 '충성하느냐'로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 본 기사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공석인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하 국가안보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십자포화를 맞은 청와대의 고육책으로 풀이됐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주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도 청와대는 후임자를 고르지 못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대 안보사령탑
1주일 넘게 공백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위세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를 꼽을 때면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밖으로 보이는 위세는 남 전 원장이 더 대단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는 2013년의 인물로 남 전 원장을 꼽았다. '올해(2013년) 정치는 남재준이 다 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외곽에 있었다. 수시로 박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국정원장은 주로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달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다. 수시로 대통령을 수행하며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파워를 더 높이 보기도 했다.  


청와대, 두 기관 후임 사령탑 놓고 고심
2기도 남재준·김장수 구도로 이어질 듯
 

실제로 세월호 참사 전까지 김 전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NSC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직속 안보자문기구다. NSC는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한민국 군사·외교·안보현안을 총괄하는 조직이자 정부정책수립 및 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NSC 위원의 면면은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NSC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김 전 실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안보라인의 정점에 김 전 실장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경질을 자초했다. 이 말 한 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의 한 축은 일거에 무너졌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 남 전 원장은 왜 급작스레 해임된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청와대로 향한 쏟아지는 비난에도 남 전 원장의 경질을 얘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재준 경질'이란 깜짝 발표에 오히려 놀란 것은 야권이었다는 후문이다.  

씁쓸한 얘기지만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득을 본 케이스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틀 전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 전 원장을 유임했다.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남 전 원장을 지켰던 것이다.

안대희 고르고
남재준 내쳤는데


그랬던 청와대가 갑자기 남 전 원장을 내쳤다. 대다수 언론은 ‘남재준 경질’을 ‘읍참마속’으로 풀이했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국가개조'를 위해 청와대 주변부터 인적쇄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단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을 내친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같이 살 수 있겠냐'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순간부터 남 전 원장의 입지는 흔들렸다. 때는 언론을 중심으로 '책임총리론'이 대두하던 시기였다. 한정된 권력은 중구난방으로 퍼져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했고,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요구됐다. 후임 총리로 '특수통'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던 건 청와대의 이같은 의중이 집약된 결과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공직사회를 쇄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됐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의 존재다. 그간 남재준 체제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청와대 전면에서 국정 흐름을 좌우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국을 몇 차례나 소용돌이로 빠뜨렸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남 전 원장이 버티는 한 안대희 체제의 국정개혁은 여론의 힘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남 전 원장이 신임 총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림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남은 선택은 양자택일. 장고 끝에 청와대는 '전사형'인 남 전 원장을 자르고, '관리형'인 무난한 인사를 신임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했다. 안 전 대법관과의 궁합이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권 1등 공신을 내치고 길을 터줬더니 본인만 살겠다고 뒤통수를 때린 격이었다. 고심 끝에 고른 첫 단추가 헝클어지면서 안보사령탑의 공백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정치냐 안보냐
청와대 양자택일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밖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있다. 당장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의 함정에 포격을 가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하고 있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솔솔 '북풍'이 불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총리 인선은 뒤로 미루더라도 안보라인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안보라인을 챙긴다고 해서 어수선한 시국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 입장에서 생각하면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다. '선거 전 뭐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조급함이다.

여러 사정상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이지 차기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이 극구 고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신임 국정원장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후보는 이병기 주일대사다. 앞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제2차장을 지낸 이 대사는 외교관 출신이다. 때문에 군부 출신이 요직을 꿰차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악화된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국정원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황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믿고 쓰는 검사 출신인데다 '공안통'이어서 '공안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야권에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자칫 '돌려막기'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보가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아무나 임명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검사 출신이자 안기부 파견 경력이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는 '친박'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안심할 수 있는 카드다. 그렇지만 권 대사 역시 일단은 청와대의 제안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발탁 등을 통해 다시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였던 인사스타일과 청와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차기 국정원장 1순위는 정치인에 가까운 친박라인, 2순위는 퇴역한 육사라인이다.

친박라인·육사라인 경합…'PK'로 수렴?
문고리 3인 vs 박지만 가신 막후설 모락

현재 국정원 안에는 한기범(59·행시 29회) 1차장과 김수민(61·사시 22회) 2차장, 김규석(65·육사 29기) 3차장이 각각 포진해 있다. 이중 검사 출신인 김 차장은 '증거조작' 파문으로 옷을 벗은 서천호 전 2차장의 후임으로 지난 5월에야 내정됐다. 만약 내부 영전이 있다면 배제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남은 후보군인 한 차장과 김 차장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나이가 위인 김 차장을 선택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 차장은 대구 출신이라 PK(부산·경남) 편중인사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TK(대구·경북)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국가안보실장 후보로는 김관진 현 국방부장관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김 장관은 북한 무인기 늑장보고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김 장관의 고향이 전북 전주라는 점 때문에 여권 상당수가 김 장관을 마뜩찮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군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다. 윤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내 큰 논란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았고 한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은 정세를 읽는 능력 못지않게 청와대로 융화되는 모습이 필요한데 윤 장관의 튀지 않는 성품은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윤 장관의 경우는 대북 강경론자들 사이에서 군의 생리를 모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승진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부산 출신인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의 깜짝 영전 가능성은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실장의 임명 가능성을 낮게 보며 PK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인사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충성심이다. 전문성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일부 경제 관련부처에서 전문성을 위주로 사람을 뽑기도 했지만 국가안보실장 같은 요직에 어떻게 충성심이 없는 사람을 쓰겠냐는 것이다. 즉 청와대 입장에서는 불안한 탕평인사를 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권력유지에 유리한 인사를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라인'의 권력암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지난 인수위 때처럼 인사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안 전 대법관의 사퇴 내막이다. 안 전 대법관은 내정 당시 이영수 KMDC 회장과 동서지간이란 점이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박지만 EG회장과 자주 회동을 갖는 등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박지만 미행' 사건 때도 함께 저녁을 먹은 이가 이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안 전 대법관은 총리직에서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을 놓고 막후권력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더불어 이들은 국가안보실장이 누가 되든 결국은 청와대를 사이에 놓고 국정원장과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방대한 인력과 조직, 자금을 갖추고 있는 국정원은 당분간 박 대통령이 사활을 내건 '관피아 색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로 통치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국정원은 VIP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관리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의 정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약점을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싫든 좋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정원이 건네는 정보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탕평은 없다
충성만 있다
 

때문에 인력이 달리는 국가안보실 입장에선 박심을 사로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안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은 상당 부분 업무가 중첩되면서 일대 혼선을 빚었다. 또 김 전 실장과 남 전 원장이 라이벌 관계라는 소문은 양 조직의 실적경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보실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NSC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NSC 사무처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겸임)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국가안보실 2차장 겸임)이 포진해 있다. 두 차장 모두 파워그룹과는 거리가 먼 외교라인이라 자칫 국가안보실의 위상이 격하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어찌됐든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충성경쟁은 청와대 비서실과의 관계 설정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각의 칼바람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끝까지 살아남은 사실은 청와대 권력구도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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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