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국가안보실> '박 터지는' 과잉충성 혈전 내막

'박심 구애' 사생결단 정보전 불붙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공백이 달을 넘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멘붕'에 빠진 청와대는 후임 인선을 놓고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도로 남재준' '도로 김장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정권 출범 후 라이벌 구도 속에 '충성경쟁'을 벌였던 두 전임자처럼 후임 국정원장이나 국가안보실장 역시 결국은 누가 더 '충성하느냐'로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 본 기사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공석인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하 국가안보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십자포화를 맞은 청와대의 고육책으로 풀이됐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주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도 청와대는 후임자를 고르지 못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대 안보사령탑
1주일 넘게 공백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위세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를 꼽을 때면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밖으로 보이는 위세는 남 전 원장이 더 대단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는 2013년의 인물로 남 전 원장을 꼽았다. '올해(2013년) 정치는 남재준이 다 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외곽에 있었다. 수시로 박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국정원장은 주로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달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다. 수시로 대통령을 수행하며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파워를 더 높이 보기도 했다.  


청와대, 두 기관 후임 사령탑 놓고 고심
2기도 남재준·김장수 구도로 이어질 듯
 

실제로 세월호 참사 전까지 김 전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NSC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직속 안보자문기구다. NSC는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한민국 군사·외교·안보현안을 총괄하는 조직이자 정부정책수립 및 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NSC 위원의 면면은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NSC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김 전 실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안보라인의 정점에 김 전 실장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경질을 자초했다. 이 말 한 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의 한 축은 일거에 무너졌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 남 전 원장은 왜 급작스레 해임된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청와대로 향한 쏟아지는 비난에도 남 전 원장의 경질을 얘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재준 경질'이란 깜짝 발표에 오히려 놀란 것은 야권이었다는 후문이다.  

씁쓸한 얘기지만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득을 본 케이스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틀 전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 전 원장을 유임했다.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남 전 원장을 지켰던 것이다.

안대희 고르고
남재준 내쳤는데


그랬던 청와대가 갑자기 남 전 원장을 내쳤다. 대다수 언론은 ‘남재준 경질’을 ‘읍참마속’으로 풀이했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국가개조'를 위해 청와대 주변부터 인적쇄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단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을 내친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같이 살 수 있겠냐'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순간부터 남 전 원장의 입지는 흔들렸다. 때는 언론을 중심으로 '책임총리론'이 대두하던 시기였다. 한정된 권력은 중구난방으로 퍼져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했고,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요구됐다. 후임 총리로 '특수통'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던 건 청와대의 이같은 의중이 집약된 결과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공직사회를 쇄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됐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의 존재다. 그간 남재준 체제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청와대 전면에서 국정 흐름을 좌우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국을 몇 차례나 소용돌이로 빠뜨렸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남 전 원장이 버티는 한 안대희 체제의 국정개혁은 여론의 힘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남 전 원장이 신임 총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림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남은 선택은 양자택일. 장고 끝에 청와대는 '전사형'인 남 전 원장을 자르고, '관리형'인 무난한 인사를 신임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했다. 안 전 대법관과의 궁합이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권 1등 공신을 내치고 길을 터줬더니 본인만 살겠다고 뒤통수를 때린 격이었다. 고심 끝에 고른 첫 단추가 헝클어지면서 안보사령탑의 공백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정치냐 안보냐
청와대 양자택일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밖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있다. 당장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의 함정에 포격을 가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하고 있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솔솔 '북풍'이 불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총리 인선은 뒤로 미루더라도 안보라인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안보라인을 챙긴다고 해서 어수선한 시국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 입장에서 생각하면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다. '선거 전 뭐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조급함이다.

여러 사정상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이지 차기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이 극구 고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신임 국정원장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후보는 이병기 주일대사다. 앞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제2차장을 지낸 이 대사는 외교관 출신이다. 때문에 군부 출신이 요직을 꿰차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악화된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국정원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황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믿고 쓰는 검사 출신인데다 '공안통'이어서 '공안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야권에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자칫 '돌려막기'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보가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아무나 임명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검사 출신이자 안기부 파견 경력이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는 '친박'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안심할 수 있는 카드다. 그렇지만 권 대사 역시 일단은 청와대의 제안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발탁 등을 통해 다시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였던 인사스타일과 청와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차기 국정원장 1순위는 정치인에 가까운 친박라인, 2순위는 퇴역한 육사라인이다.

친박라인·육사라인 경합…'PK'로 수렴?
문고리 3인 vs 박지만 가신 막후설 모락

현재 국정원 안에는 한기범(59·행시 29회) 1차장과 김수민(61·사시 22회) 2차장, 김규석(65·육사 29기) 3차장이 각각 포진해 있다. 이중 검사 출신인 김 차장은 '증거조작' 파문으로 옷을 벗은 서천호 전 2차장의 후임으로 지난 5월에야 내정됐다. 만약 내부 영전이 있다면 배제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남은 후보군인 한 차장과 김 차장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나이가 위인 김 차장을 선택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 차장은 대구 출신이라 PK(부산·경남) 편중인사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TK(대구·경북)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국가안보실장 후보로는 김관진 현 국방부장관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김 장관은 북한 무인기 늑장보고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김 장관의 고향이 전북 전주라는 점 때문에 여권 상당수가 김 장관을 마뜩찮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군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다. 윤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내 큰 논란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았고 한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은 정세를 읽는 능력 못지않게 청와대로 융화되는 모습이 필요한데 윤 장관의 튀지 않는 성품은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윤 장관의 경우는 대북 강경론자들 사이에서 군의 생리를 모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승진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부산 출신인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의 깜짝 영전 가능성은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실장의 임명 가능성을 낮게 보며 PK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인사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충성심이다. 전문성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일부 경제 관련부처에서 전문성을 위주로 사람을 뽑기도 했지만 국가안보실장 같은 요직에 어떻게 충성심이 없는 사람을 쓰겠냐는 것이다. 즉 청와대 입장에서는 불안한 탕평인사를 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권력유지에 유리한 인사를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라인'의 권력암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지난 인수위 때처럼 인사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안 전 대법관의 사퇴 내막이다. 안 전 대법관은 내정 당시 이영수 KMDC 회장과 동서지간이란 점이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박지만 EG회장과 자주 회동을 갖는 등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박지만 미행' 사건 때도 함께 저녁을 먹은 이가 이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안 전 대법관은 총리직에서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을 놓고 막후권력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더불어 이들은 국가안보실장이 누가 되든 결국은 청와대를 사이에 놓고 국정원장과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방대한 인력과 조직, 자금을 갖추고 있는 국정원은 당분간 박 대통령이 사활을 내건 '관피아 색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로 통치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국정원은 VIP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관리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의 정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약점을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싫든 좋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정원이 건네는 정보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탕평은 없다
충성만 있다
 

때문에 인력이 달리는 국가안보실 입장에선 박심을 사로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안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은 상당 부분 업무가 중첩되면서 일대 혼선을 빚었다. 또 김 전 실장과 남 전 원장이 라이벌 관계라는 소문은 양 조직의 실적경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보실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NSC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NSC 사무처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겸임)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국가안보실 2차장 겸임)이 포진해 있다. 두 차장 모두 파워그룹과는 거리가 먼 외교라인이라 자칫 국가안보실의 위상이 격하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어찌됐든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충성경쟁은 청와대 비서실과의 관계 설정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각의 칼바람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끝까지 살아남은 사실은 청와대 권력구도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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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