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여야 신임 원내대표 맞짱인터뷰 ②새민련 박영선

"나는 합리적 원칙주의자, 여야 경색 우려는 기우"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는 지난 8일 의원총회를 통해 각각 이완구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 여야의 원내사령탑이 동시에 교체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대표들은 세월호 사태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초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창간 18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새로 취임한 여야의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향후 정국 운영에 관한 나름의 복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MBC 기자 출신으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3선 중진의원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후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법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게다가 이번 원내대표 선출로 헌정 사상 첫 제1야당 여성 원내대표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평소 강경파로 분류돼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박영선 의원만은 좀 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였다. 박 원내대표는 또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론자로 재벌개혁에 앞장 서온 인물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선출을 막기 위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까지 벌였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박 원내대표를 '합리적 원칙주의자'로 평가하는 많은 사람들은 새롭게 선출된 그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강력한 뚝심과 리더십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관계를 회복시켜 나갈 것이란 기대다.

과연 세월호 사태와 6ㆍ4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구원등판한 박 원내대표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은 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먼저 제1야당 원내대표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코앞으로 다가온 6ㆍ4지방선거 등 중요한 시기에 원내사령탑을 맡게 되셨는데, 향후 1년간 원내사령탑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실 것인지 구상을 말씀해주시지요.
▲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고,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주력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국회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한 4월16일 이전과 이후를 확연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국민의 삶과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같은 날 취임하게 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굉장히 합리적이고 현실감이 있으면서 현명한 판단을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이번에는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점은 국회가 사실 삼권분립의 핵심축인데 그동안의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일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회는 어쨌거나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여당 대표로서 소신있게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면서 일을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강경파라는 정치권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에선 박 원내대표께서 취임하심으로 여야 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 저는 강경파라기보다는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합리적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강경파라고 평가받는 것은 제가 내세우는 주장의 내용이 강경해서가 아니라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소신을 지켰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너무 그런 부분만 부각된 면도 있습니다. 제가 원내대표가 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국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 만들겠다"
"이완구 대표, 청와대 아닌 국민 눈치 봐야"

- 취임 후 가장 먼저 세월호특별법준비위원회(이하 세특위)를 발족시키셨습니다. 세특위의 향후 역할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 세월호특별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진상규명이고, 두 번째는 재발방지책이고, 세 번째는 피해자 보상입니다. 우선 진상규명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정부가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을 때 여기에 대한 엄벌을 가할 수 있는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재발방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치밀하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입법 과제들은 무엇입니까?
▲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려면 기업들이 보다 더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글로벌스탠다드 기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갑의 횡포를 이겨낼 수 있는 을을 위한 법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선거제도를 바꾸고 싶은데요, 지금의 선거제도는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봐야 되고, 야당은 계파 수장의 눈치를 봐야 되는데 선거제도를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로 바꿔서 의정활동만 열심히 하고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주는 그런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네 번째로는 간첩증거조작사건을 일으킨 국정원와 같은 국가기관들의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고 싶습니다.

-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이번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방선거 필승전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이번 지방선거는 누가 과연 국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당입니다. 그리고 현정부는 이번 세월호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국민들이 많은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봅니다.

- 끝으로 창간 18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는 굉장히 긴 역사를 쌓아오면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요시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시사>가 보다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어젠더를 많이 개발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일요시사> 창간 18주년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박영선 원내대표 프로필>


▲ MBC 보도국 기자
▲ 열린우리당 대변인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청산국민위원회 위원장
▲ 제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