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현대증권 체크카드 '허와 실'

염불보다 잿밥…속보이는 출혈혜택

[일요시사=경제2팀] 지난해 금융투자업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증권사도 단독으로 체크카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첫 테이프는 현대증권이 끊었다.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체크카드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첫 체크카드 발행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최근 발행한 체크카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카드업 진출이 실질 이득 없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칫 수익보다 투자비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이 신규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혜택을 제공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혜택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주식계좌 확보용?

 

지난 5일 현대증권이 출시한 체크카드 'able카드'가 열흘 만에 2만좌를 돌파했다. 엄청난 부가혜택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able카드 고객에게 전월실적에 따라 선택형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able카드 고객은 주유, 대형할인점, 백화점, 택시·KTX 등 4가지 업종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은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1만원에서 최대 4만원까지 적용된다.

현대증권은 매월 적립되는 OK캐쉬백포인트도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현금으로 입금해준다. 특히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또는 자동결제 5건 이상을 신청한 고객에게는 CMA 우대금리를 적용해 5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4.1%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이 able카드를 통해 주식계좌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객이 able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현대증권 CMA계좌와 연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CMA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아니라면 카드 개설을 위해 CMA 통장도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체크카드로 고객을 유도하면 현대증권은 자연스럽게 CMA 잔고를 늘릴 수 있다.

그동안 현대증권은 CMA계좌 잔고를 채우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CMA 1위 자리를 독점해왔던 동양증권의 추락에도 현대증권의 CMA 잔고는 상위 증권사에 비해 한참 뒤처진 6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CMA 잔고에서 삼성증권(약 5조7000억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이 상위권에 올라섰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CMA 잔고는 2조8000억원 규모로 선두권과 2조원 이상이 벌어져 있다. 또한 지난해 현대증권은 영업 손실 645억8533만원을 기록해 적자를 봤다.

현대증권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조84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조1493억원보다 14.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24억2906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신년사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는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해 놓는다는 의미의 '교토삼굴(狡兎三窟)' 고사성어를 들며 "우리에게 다가올 불확실성과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소위 말하는 '대박' 상품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의 눈높이보다 조금만 높게, 그리고 경쟁사보다 조금만 빠르게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고객들이 먼저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해야 한다는 부연이다. 윤 대표의 주문에 따라 현대증권은 체크카드를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신규 발급시 CMA계좌부터 개설해야 
현금 입출금시 증권사 지점 찾아야

 


금융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카드사 정보 유출로 텔레마케팅(TM) 등 카드3사 영업이 금지된 기간에 이뤄낸 반짝 효과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현대증권은 혜택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존 카드사들의 경우 초기에는 혜택이 많은 카드로 고객의 관심을 끈 뒤 점차 혜택을 축소해 수지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한때 모바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과도하게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며 "초반에 많은 투자를 했다가 나중에 그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분명히 혜택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입출금도 문제다. 소비자들이 현대증권 체크카드를 통해 현금을 입출금하려면 직접 증권사 지점을 찾아 가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 지점수는 시중은행 지점수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인근 시중 은행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한다. 현대증권은 able카드 광고에 "전국 모든 은행 CD/ATM을 이용한 출금 및 이체 수수료 무료"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월 실적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현대증권에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독자적인 체크카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수익 다변화와 카드 발급을 통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HMC투자증권 등은 이르면 3∼4월, 늦어도 올 상반기 내 직불카드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는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는 현금 IC카드 쪽에 눈길을 두고 있다. 금융결제원 결제망을 사용하는 현금 IC카드는 카드사 결제망을 빌려쓰는 체크카드에 비해 전산망 이용료가 적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등은 체크카드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IC 직불카드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 수수료 발생

 

한편 카드업계는 현대증권 체크카드 출시 대해 불공정 경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정식 심의를 받지 않고 다른 법을 적용받아 금융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업체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아 과도한 카드혜택을 제공하면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그러나 증권사들은 적용 법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아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대증권 역시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를 출시하기 전 받는 금융당국의 심의를 받지 않고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주식계좌 확보용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의 차원에서 체크카드를 출시한 것”이라면서 “혜택이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카드는 카드업계의 특혜논란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는 카드사와 수익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랐을 뿐”이라며 “ 절차상 문제가 없고 금융당국이 제시한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카드사에서) 특혜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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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