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이슈&인터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3: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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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지난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항의하며 가장 뜨거운 여름을 천막당사에서 보냈고,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지지율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어느새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민족의 대명절 설날을 맞아 절치부심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정치가 꼬일 대로 꼬였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정치혐오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는 정기국회 3개월간 법안통과 '0건'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새해에는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뼈를 깎는 쇄신을 공언하기도 했다. 과연 민주당이 계획하고 있는 새해 계획은 무엇일까? 지난해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헌이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집중현상이 너무 심해 행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입법부, 사법부까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어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일관성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또한 박근혜정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이 개헌을 논의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더 늦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이해와 셈법에 따라 개헌논의를 이용하게 되는 측면이 생길 수가 있다.

- 또 다른 현안은?
▲ 지난 연말국회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들도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민생 회복을 위한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국정원개혁의 경우 개혁입법을 해내어 국정원개혁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들이 많다. 또한 남양유업방지법, 임대차보호법 등 민생입법을 완수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 민주당이 지난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 오만과 독선, 독주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과반이 넘는 거대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바라기’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맞서 국민을 위하는 국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 정권에서 해왔던 부자감세 철회의 물꼬를 터서 부의 재분배를 하게 되었다는 점,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민복지를 하게 되었다는 점, 쌀 직불금 인상으로 농민지원정책을 펼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학교비정규직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 등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 거짓말과 약속파기의 1년이었다. 노인연금 공약파기, 무상보육 공약파기에 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까지 파기하려고 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전모를 밝히자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고 정부여당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또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촉발된 역사 우경화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0%로 국민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도 역사왜곡을 하고 있으니 국내외적으로 역사가 몸살이 날 지경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점은?
▲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아버지 시대를 꿈꾸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국민의 주권의식은 크게 신장됐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궈냈다. 1970년대의 올드한 사고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새해에는 반드시 개헌, 1순위 목표" 
"발목잡기? 견제는 야당이 원래 할일"

- 대선개입 의혹에서부터 촉발된 국정원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의 합의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이번 개혁 법안 통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 절반의 성공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그냥 땅 속에 묻어두려고 했던 아주 악질적인 민주주의 위기 사건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것을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지표 위로 드러내고, 국정원에 대한 국회통제권을 강화하고 정치개입을 근절시킬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남은 과제는 수사권 조정,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총리실 산하에 두는 등 국정원이 정보수집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위상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반대가 매우 극렬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국정원의 역할 조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2014년엔 지방선거와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어떤 선거전략을 구상하고 있나?
▲ 분명한 것은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하나가 되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분열은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새누리당 정권 6년의 교훈을 야권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거짓과 약속파기, 국민기만을 밥 먹듯이 하는 새누리당 정권에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1년 동안 새누리당이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보셨으면 한다.

- 민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 입법부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고 역할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대통령 견제의 역할을 한 것이 있는가?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고 방어막 치기에 급급한 1년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 지난해 국회가 정쟁에 빠져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갑오년 새해에는 국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 정치혐오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 여당은 대통령 2중대 역할만 하고 있고, 대통령의 오더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식물정당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1년간 반복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수많은 회동도 하고 전화도 하고 했지만, 결국은 대통령에게 막혀 버렸다. 대통령이 OK하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도 OK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야가 이견이 있어 정국이 꼬여 있을 때는 대통령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민주당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야당이 맨날 발목잡기 한다고 하는데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일은 원래 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하지 않고 같이 웃으면서 사진 찍고 밥 먹고 한다면 그것이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 2014년은 청마의 해라고 한다. 푸른 말의 기운처럼 힘차고 박력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를 불신의 눈으로만 보기보다는 왜 의견이 부딪히는지,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내용을 봐 주셨으면 한다. 국가기관이 대선개입을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데도 국회가 아무 일 없는 듯이 평상시처럼 지낼 수는 없다. 야당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앞으로도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다. 끝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당초 <일요시사>는 여야의 균형 있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최 원내대표 측의 거부로 인해 부득이하게 민주당 측의 입장만 전하게 됐음을 알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전병헌 원내대표 프로필>

▲ 1998 대통령 정무비서관
▲ 2002 국정홍보처 차장
▲ 2005 열린우리당 대변인
▲ 한국정학연구소 이사장
▲ 제5대 한국e스포츠협회 협회장
▲ 17~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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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