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이슈&인터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3: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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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지난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항의하며 가장 뜨거운 여름을 천막당사에서 보냈고,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지지율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어느새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민족의 대명절 설날을 맞아 절치부심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정치가 꼬일 대로 꼬였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정치혐오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는 정기국회 3개월간 법안통과 '0건'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새해에는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뼈를 깎는 쇄신을 공언하기도 했다. 과연 민주당이 계획하고 있는 새해 계획은 무엇일까? 지난해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헌이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집중현상이 너무 심해 행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입법부, 사법부까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어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일관성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또한 박근혜정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이 개헌을 논의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더 늦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이해와 셈법에 따라 개헌논의를 이용하게 되는 측면이 생길 수가 있다.

- 또 다른 현안은?
▲ 지난 연말국회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들도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민생 회복을 위한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국정원개혁의 경우 개혁입법을 해내어 국정원개혁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들이 많다. 또한 남양유업방지법, 임대차보호법 등 민생입법을 완수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 민주당이 지난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 오만과 독선, 독주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과반이 넘는 거대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바라기’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맞서 국민을 위하는 국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 정권에서 해왔던 부자감세 철회의 물꼬를 터서 부의 재분배를 하게 되었다는 점,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민복지를 하게 되었다는 점, 쌀 직불금 인상으로 농민지원정책을 펼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학교비정규직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 등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 거짓말과 약속파기의 1년이었다. 노인연금 공약파기, 무상보육 공약파기에 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까지 파기하려고 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전모를 밝히자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고 정부여당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또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촉발된 역사 우경화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0%로 국민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도 역사왜곡을 하고 있으니 국내외적으로 역사가 몸살이 날 지경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점은?
▲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아버지 시대를 꿈꾸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국민의 주권의식은 크게 신장됐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궈냈다. 1970년대의 올드한 사고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새해에는 반드시 개헌, 1순위 목표" 
"발목잡기? 견제는 야당이 원래 할일"

- 대선개입 의혹에서부터 촉발된 국정원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의 합의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이번 개혁 법안 통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 절반의 성공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그냥 땅 속에 묻어두려고 했던 아주 악질적인 민주주의 위기 사건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것을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지표 위로 드러내고, 국정원에 대한 국회통제권을 강화하고 정치개입을 근절시킬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남은 과제는 수사권 조정,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총리실 산하에 두는 등 국정원이 정보수집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위상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반대가 매우 극렬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국정원의 역할 조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2014년엔 지방선거와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어떤 선거전략을 구상하고 있나?
▲ 분명한 것은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하나가 되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분열은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새누리당 정권 6년의 교훈을 야권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거짓과 약속파기, 국민기만을 밥 먹듯이 하는 새누리당 정권에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1년 동안 새누리당이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보셨으면 한다.

- 민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 입법부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고 역할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대통령 견제의 역할을 한 것이 있는가?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고 방어막 치기에 급급한 1년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 지난해 국회가 정쟁에 빠져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갑오년 새해에는 국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 정치혐오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 여당은 대통령 2중대 역할만 하고 있고, 대통령의 오더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식물정당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1년간 반복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수많은 회동도 하고 전화도 하고 했지만, 결국은 대통령에게 막혀 버렸다. 대통령이 OK하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도 OK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야가 이견이 있어 정국이 꼬여 있을 때는 대통령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민주당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야당이 맨날 발목잡기 한다고 하는데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일은 원래 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하지 않고 같이 웃으면서 사진 찍고 밥 먹고 한다면 그것이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 2014년은 청마의 해라고 한다. 푸른 말의 기운처럼 힘차고 박력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를 불신의 눈으로만 보기보다는 왜 의견이 부딪히는지,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내용을 봐 주셨으면 한다. 국가기관이 대선개입을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데도 국회가 아무 일 없는 듯이 평상시처럼 지낼 수는 없다. 야당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앞으로도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다. 끝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당초 <일요시사>는 여야의 균형 있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최 원내대표 측의 거부로 인해 부득이하게 민주당 측의 입장만 전하게 됐음을 알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전병헌 원내대표 프로필>

▲ 1998 대통령 정무비서관
▲ 2002 국정홍보처 차장
▲ 2005 열린우리당 대변인
▲ 한국정학연구소 이사장
▲ 제5대 한국e스포츠협회 협회장
▲ 17~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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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