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창당 1주년 맞은 정의당 천호선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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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권연대, 내년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 창당 1주년을 맞이한 정의당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신야권연대 등 굵직굵직한 정치이슈들이 정의당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NLL대화록 사태와도 관계가 깊다. 천 대표는 쌓여있는 정국현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천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정의당은 지난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가 벌어지자 통진당에서 국민참여계와 진보신당 탈당파, 민주노동당 비주류 등이 탈당해 만든 당이다. 정의당은 당초 '진보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지난 7월 천호선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고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며 제2의 창당을 단행했다.

지난 10월20일은 정의당이 창당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정의당은 여전히 낯설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정의당과 통진당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게다가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까지 터지면서 진보정당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과연 정의당은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 정국현안들에 대해 천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은 천호선 대표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정의당이 창당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정의당은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보십니까?
▲ 제가 얼마 전 창당 1주년 기념사에서 '정의당이 가는 길이 진보의 미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정의당이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과 같은 경우, 과거 진보정당이라면 기권하거나 반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과거와 같이 사상의 자유라는 원칙으로 일탈적 행동을 보호할 수 없으며,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진영논리로 감싸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변화의 노력 이외에도, 정의당은 우리사회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대다수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 선정 우수의원으로 선정되었고, 연일 정부의 잘못된 행정과 대기업, 특히 삼성의 불법과 불공정을 밝혀내는 데 큰일들을 해냈습니다. 정의당은 이제 앞으로 전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정의당이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당의 체질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제가 대표가 되면서 중요한 당내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노동정치전략회의와 문화혁신TF입니다. 노동조합과 당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당내 기구죠. 문화혁신TF는 진보정치의 내용이 훌륭함에도 그간 운동권문화로 대표되어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점을 고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책임지고 하는 일이니, 조만간 정의당의 바뀐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부여당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청구안을 제출해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과거 통진당과의 앙금으로 인해 관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력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의당으로서도 종북세력과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요?
▲ 이석기 의원 사건과 통진당의 위헌성 문제는 별개입니다. 정당해산 문제는 통진당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관련된 것이지요. 14년이나 별 문제없던 강령을 별안간 위헌이라고 하고, 그 정당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당의 존폐여부는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외국에도 정당해산제도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원칙이 확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취지이지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에도 부합한다고 봅니다.

- 창당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진당과 정의당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매우 불리할 듯한데, 통진당과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통진당과의 차별성 문제라기보다는 정의당의 인지도 자체가 아직 높지 못하다고 봅니다. 정의당의 존재, 그리고 정의당의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정의당이 다른 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알아가고 계시다고 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특정 사회세력을 적대하거나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정당, 실현 가능하고 합의 가능한 진보적 정책들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고 이를 실현 중입니다.

"박근혜 지지율 철옹성 아냐, 태도 바꿔야" 
"통진당 해산, 시민이 투표로 선택해야 마땅"

-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종북문제 때문입니다. 통진당과 결별했지만 여전히 정의당도 종북문제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종북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우선 문제입니다. 이것은 집권세력을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악한 정치용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견을 가진 세력 전체를 매도하는 용어가 종북이 된 것이지요. 진보 내의 극소수가 시대착오적인 북한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언컨대 선거를 통해 그런 생각은 국민에 의해 배제될 것입니다. 북한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의당의 입장은 평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는 등 진보적이며 동시에 상식적입니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신당, 민주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신야권연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야권연대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현재의 연대는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연대입니다. 이미 지난  12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가 결성되었고 정치권만 아니라 주요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 종교계, 재야의 어른들이 다 모이셨습니다. 소속, 정견, 종교가 달라도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해 보자는 취지의 연대입니다. 여기서 저와 정의당이 일찍부터 제기한 바 있는 특검을 야권의 3세력과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한 TFT(태스크포스팀)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국정원 문제 원포인트 연대이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연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후보단일화 중심의 야권연대에 대해서 과거처럼 흔쾌히 동의해 줄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선거연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요구가 있다면 연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만약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정의당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원한다면 양 당이 충족시켜야 할 선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 아직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 야권연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한 원포인트 연대일 뿐입니다.

- 하지만 앞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 측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정의당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입장 차이가 야권 연대의 걸림돌은 아닙니까?
▲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지역의 유지들이나 토호세력이 기득권을 차지하게 될 우려가 큽니다. 또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 참여가 어려워지는 문제 등도 있습니다. 안 의원도 정당공천제의 폐지만이 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천 대표께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불립니다. 최근 NLL대화록 사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이 처음부터 대단히 불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 15년, 30년 동안 다음 대통령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국정원에 대화록을 남겨둔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겁니다. 결국 무단공개라는 엄청난 일을 벌였지만 NLL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고의로 사초를 없앴다는 생억지를 부렸습니다. 하지만 찾아낸 회의록 어디에서도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없었고, 사초도 기록으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못한 문제만 남았을 뿐이지요. 전임 대통령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은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대중정당 거듭나기 위해 당 체질 바꾸는 중"
"NLL대화록 사태, 새누리당의 생억지"

-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의 지지율이 철옹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밑바닥 민심은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군의 선거개입이 드러났을 때부터 국민들은 반신반의하기 시작했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사실상 경질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현 정부가 스스로 대선불법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불법의 당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민심이반은 이제 곧 피부로 느낄 정도로 드러날 것입니다.

- 정의당에선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하려면 차라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옳지 않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군, 보훈처가 누구를 도우려 했습니까? 바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원치 않았지만 불법행위의 수혜를 입게 되었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다운 태도이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뜸 대선불복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야당이 한 번도 하야나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것은 대선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의 그런 태도가 지금 정국 경색의 제일 큰 원인입니다.

-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국정원 개혁 단일안을 추진하기로 하셨습니다. 어떤 개혁 방안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민주당, 안 의원 측과 이견은 없습니까?
▲ 이미 각자가 구체적 내용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법안 형태로 제출까지 해 놓은 상황입니다. 큰 이견이 없으니 몇 가지 조정만 하면 금방 제출할 수 있고,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 벌써 연말입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첫 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근혜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100% 대한민국은커녕 대한민국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입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하면 국민이 통합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대통령과 그들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빠져있습니다. 지금은 유신이나 군부독재 시대가 아닙니다. 대통령 1인을 중심으로 사회가 통합되는 일 같은 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야당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국민들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소통과 민주주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전부 국가의 적이라고 보는 그런 대결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사용하는, 대선불복세력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험한 말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아예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어법으로 대결적 태도의 전형입니다. 낡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작년과 올해 진보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말아야 할 모습도 보여드렸습니다. 정의당은 그러한 진보정치의 낡은 모습과는 철저히 결별하고, 진보의 아름다운 가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현하려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될 것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 실현가능한 진보정책을 갖춘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의당이 성장하는 것만큼 진보의 미래가 개척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천호선 대표 프로필>


▲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 제16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 진보정의당 최고위원
▲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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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