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진당 부정경선 최초 폭로'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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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한 말 많아, 통진당 반드시 사라져야"

[일요시사=정치팀]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지난해 4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경선 의혹을 최초로 폭로하면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는 최근 발간한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통해 이석기 사태를 예견하기도 했다. 그의 폭로로 원내 3당이던 통진당은 정당해체 위기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그의 폭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의원은 "진보를 가장한 사이비 세력은 두 번 다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통진당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못한 말들을 털어놨다.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지난해 4월18일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게시판에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내용을 최초로 폭로했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원내 3당이던 통진당은 폭력사태까지 겪은 끝에 결국 둘로 쪼개졌다.

이후 이 의원은 '통진당 저격수'로 변신했다. 통진당의 모 의원이 "장군님 상중이니 술을 자제하라"고 발언한 내용을 폭로했고, 이석기 의원이 자신이 설립한 CNC를 통해 선거비용을 부풀려 빼돌려 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이 털어놓은 통진당과 관련한 폭로는 무척 위험하고 아찔한 것들이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4월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최초로 폭로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로 어떻게 지냈는가? 통진당 관련 인물들로부터 협박이나 위협을 당하지는 않았는가?
▲ 통진당 부정경선 폭로 이후 당에서 제명이 됐고 제명이 된 이후에는 통진당 쪽 사람들하고는 아예 연락이 끊겼다.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를 백서 형식으로 쓴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내겠다고 하니 (게시판 등에) 밤길 조심하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다.

- 통진당 부정경선과 관련해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형사35부 부장판사 송경근)이 '정당의 당내경선에서 직접투표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판결내용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나?
▲ 그동안 진보정당의 경우 많을 때는 비례대표가 5명까지 나왔다. 따라서 비례대표 5번까지는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당내 경선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나 마찬가지인데 직접 투표의 원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 외에 다른 법원에서는 유죄판결이 나왔고, 이 역시 2심으로 넘어가면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부정을 목격했다고 하더라도 내부고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당시 통진당 내부에서는 부정경선과 관련한 이야기가 이미 돌고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지 못했다고 들었다. 내부고발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 당시 당내에서 이미 많은 당원들이 부정경선 의혹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 게시판에도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당시 사무국을 점령하고 있던 통진당 계열 인물들이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당시 이미 부산 금정구의회 현역의원이었고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고, 실명으로 부정경선 의혹에 대한 글을 당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자 모 일간지 기자가 이를 기사화해 통진당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 이 의원께서는 부정선거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판결을 했는데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있는가?
▲ 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썼다. 그 안에 많은 폭로 내용을 담았다. 일례로 통진당의 경우는 당의 서열보다 경기동부 내부의 서열이 우선이다. 때문에 통진당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이 재선의원인 김선동 의원을 불러서 소위 쪼인트를 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진보언론매체 기자들 중에도 통진당 추종세력이 있다. <한겨레> 통진당 담당기자 중 한 명이 "우리가 어떻게 지켜온 당인데 국회의원 하겠다고 들어온 놈들(노회찬, 심상정 등을 지칭)에게 이 당을 넘기냐"고 발언한 내용들을 책에 담았다.

※ 경기동부연합은 1991년 결성된 NL계열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지역조직으로서 재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 인사와 경기 동남부지역 학생운동 인사, 성남 재야인사 등을 가리킨다.

이석기 사태, 정국전환용 물타기? "둘 다 팩트다"
'장군님 상중 발언' 진실이기에 고소 못하는 것

-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 이후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져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석기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어떤 관계인가? 일부에서는 정국전환용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주장도 있는데?
▲ 이석기 사태가 터지기 보름 전에 책을 냈다. 책에서 저는 '경기동부 사람들과 이석기 사람들은 종북 성향이 강하고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에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다음 선거 때 투표로 심판해서 이런 당은 없애야 한다'고 적었다. 이석기 의원과는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경기동부 세력이 종북 성향이 강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라도 지역구의 모 의원은 당원들과 술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했고, "당선증을 장군님 영전에 바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 이 의원은 국민참여당 계열로 알고 있다. 통진당을 만들 때 무려 10개월간이나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아는데 이석기 세력의 종북 성향을 몰랐는가? 지금은 분당이 됐지만 정의당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 저는 합당하기 전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이 합당을 결정했을 때 통합을 반대하며 합류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에 유시민 전 대표를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종북문제와 관련해 자기들도 합당하기 전에 종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야기는 했다고 하더라. 그랬더니 그 쪽에서 그 문제는 내부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정작 합당하고 나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 <진보는 죽었다>라는 저서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 경기동부 인사들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끝까지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대선 댓글 물타기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정부분 물타기 의도가 있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석기 사태도 분명한 팩트다. 통진당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을 모두 다 실명으로 기록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썼다. 진보를 가장한 사이비 세력은 두 번 다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앞에도 잠시 언급이 됐지만 전라도에서 당선된 모 의원이 총선기간 당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은 자제하라'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통진당 의원 중 전라도 지역구는 김선동(순천곡성) 의원과 오병윤(광주서구을) 의원 뿐이다. 이제는 누군지 밝힐 수 있나? 이후 두 의원이 이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는가?
▲ 전혀 고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차라리 고소하길 바랐다. 충분한 자료가 있고 녹취한 것도 있다. 실명을 밝히고 싶은데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직접 듣고 녹취록을 가진 당사자가 현재 이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밝힐 수가 없을 뿐이다. 경기도당 위원장 안동섭에게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이 쪼인트를 까인 이야기도 방송에서 이미 했다. 그 친구들이 제 블로그 등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왜 고소를 못하겠는가? 제가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나는 정말 명예훼손으로 감옥 가야 한다. 그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소를 못하는 이유는 모든 내용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재연 의원은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김 의원과의 관련된 경선부정도 확인했다며 때가 되면 밝힐 거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
▲ 사실 김재연 의원과 관련한 내용은 잘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내고 나서 책을 읽은 한 분이 제보를 해주셨다. 당시 통진당 청년 비례대표에 출마했던 분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부정인지도 몰랐는데 경선에서 떨어지고 난 후 김재연 의원 쪽에서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직 투표를 안 한 사람 명단을 뽑아서 줄 테니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연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해달라는 것이었다. 선거기간 중에는 누가 투표를 했는지 안했는지 보는 것조차 불법이다. 당시엔 이것이 부정인지도 몰랐는데 책을 읽고 나니 부정인 것을 알았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 이외에도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와 관련해 못 다한 이야기가 있는가?

▲ 현재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권 핵심요직에 상당수의 NL과 주사파가 포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운동권 사람들은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주사파의 실체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심상정, 노회찬처럼 노동운동을 해서 무엇을 바꾸자가 아니라 노동운동을 통해 자기 세력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다. 노동운동이 정규직들만을 위한 귀족노조 투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석기 문제는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석기 사태는 재발될 것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도 사실이고, 이석기 사태도 사실이다. 이석기 사태가 부정대선 개입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서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국민들은 투표로 응징해 달라.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청호 의원 프로필>

▲ 사천고등학교 
▲ 강릉대학교 사학과 학사
▲ 부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 부산광역시 금정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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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