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현대판 청백리'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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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예 버리고 떠난 아름다운 뒷모습

[일요시사=경제1팀] 동네 편의점에서 만난 아저씨가 대법관이라면?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얼마 전 퇴임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아내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퇴임 시 공언했던 대로 소시민의 삶으로 돌아간 것. 이런 신선한 행보에 정치권과 누리꾼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제17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퇴임 후 일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퇴임 첫날인 지난 6일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상도동 한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편의점 계산대에서 손님들의 물건 값을 계산했다. 짙은 청색의 등산 점퍼와 펑퍼짐한 갈색 바지, 연보라색 목도리 등 영락없이 '동네 편의점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

'공짜 사탕'건네고
물건값 깎아주기도

김 전 위원장은 할머니와 함께 껌을 사러 온 꼬마에게 '공짜 사탕'을 건네고 막걸리를 계산하는 노인에게는 돈을 깎아주기도 했다. 취재차 편의점을 방문한 기자들이 구입한 음료수를 자신의 신용카드로 계산하기도 했다. 편의점을 방문한 손님들은 김 전 위원장을 편하게 대했다. 손님이 없을 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을 읽는다.

김 전 위원장이 편의점 일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부인이 편의점을 차린 뒤 그는 주말에 시간을 내 편의점 업무를 틈틈이 배워왔다.

부인 김문경씨도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물건을 진열하고 창고 정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해 7월 대법관을 퇴임하자 김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편의 퇴직금으로 편의점과 채소 가게를 냈다. 채소가게는 편의점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겨울이라 채소 가게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채소가게 이름은 김 전 위원장의 아이디어로 부인의 영문이름 이니셜을 따 'K·M·K 야채 가게'로 지었다. 채소가게는 이달 말 쯤 다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러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오늘 이 자리에 제가 서 있다"며 "그동안 선관위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거나 발전한 게 있다면 그것은 모두 여러분이 노력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 것이다.

또한 그는 선관위를 떠나면서까지 앞으로의 선관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선관위에 ▲선거관리와 관련하여 조사권을 보다 더 엄정하게 행사할 것 ▲모든 선거절차에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도록 할 것 ▲정치관계법률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 ▲유권자의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등을 당부했다.

퇴임 첫날부터 평범한 소시민 일상 화제
부인 편의점서 일…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앞으로 거취에 대해서는 "당분간 공직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이 부인이 운영하는 한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김 전 위원장의 모습에서 참다운 공직자의 모습을 본다"고 밝혔다. 허 부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전관예우'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선한 충격"이라며 "함량 미달의 장관 후보자들 속에서 군계일학 같은 김 전 위원장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1951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김 전 위원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17회에 합격, 육군 법무관을 시작으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80년 전주지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가정법원, 서울지방법원 부장 판사를 거쳤다. 2006년에는 법관 최고 영예인 대법관으로 임명, 2011년 2월부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취임 이후 지난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가장 중요한 선거를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서운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립 입장을 유지해 주목을 받았다.


"가장 뛰어난 법관"
노 전 대통령 극찬

지난해 4월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헌금 3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현영희 의원을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했으며 9월에는 총선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홍사덕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선을 불과 6일 앞둔 12월13일에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로 의심되는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을 급습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이 끝난 지난 1월 사의를 표했으나 후임 선관위원장이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 전 위원장은 '청백리'로 유명하다. 위원장 재직시절 김 전 위원장은 곧잘 '선비'에 비유되곤 했다. 항상 "아래 직원과 똑같이 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위원장실에 난방이 켜져 있으면 "직원들은 추위에 고생하는데 나만 특별대우 하지 말라"며 난방을 끄게 했고 직원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는 "내가 다 뜻이 있다"며 개인 카드로 결제했다.

매달 직위보전비로 받은 400여만원은 모아 직원들 격려금에 쓰곤 했다. 명절이나 큰 선거를 치른 뒤 회식비로 쓰게 하거나 어버이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격려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김 전 위원장은 2006년 대법관 청문회 때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동네에 책방 하나 내고 이웃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살고 싶다"고 밝혔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은 '가장 뛰어난 법관'이라고 극찬한바 있다.

"고위직 출신이 이럴 수가…"
정치권·누리꾼 일제히 찬사

2011년 10월 재·보선 때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후 선관위 직원이 직무유기죄로 기소되자 김 전 위원장이 변호사 선임비용 800만원을 사비로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그는 "직무유기죄로 기소됐는데 국가 예산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못하게 해 직원들 사이에서 "너무 가혹하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알고보니 김 전 위장이 몰래 변호사비를 지원했던 것이다. 총무부서를 통해 돈을 전달하면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전 위원장의 재산은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대법관 중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꼴찌는 이번에 신임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인복 대법관(4억9760만원)이다. 김 전 위원장의 재산은 9억5617만원으로 송파구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와 전세권 하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것이 없다. 퇴임식에서는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직접 몰고 선관위 청사를 떠나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는 "세금을 들여 공로패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선관위 직원들이 공로패를 만들어 전달하려 하자 "선관위 예산에서 비용을 대는 것 아니냐"며 "국민 세금으로 왜 그런 일을 하느냐"며 만들지 못하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이 행정부의 다른 공직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관위 공보실을 통해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 중의 하나로 모든 공직선거를 관리하는 자리이자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늘 감시해야 하는 자리"라며 "어떻게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후배 법관들이 꼽은
'법조계의 모범인'


김 전 위원장은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 등을 두루 거치며 민·형사, 조세, 행정 등에 대해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췄고 함께 근무한 후배법관들이 본받고 싶은 '법관의 모범'으로 꼽는다.

1982년 고교 교사 9명이 좌경의식화 교육을 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오송회' 사건에서 6명에게 선교유예, 3명에게 징역 1∼4년의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등 국가보안법 적용에 관대한 시각을 보였다.

또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 김현장씨가 "보호관찰처분 연장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범 위험성이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001년 국가가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생 재우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재우씨가 형에게서 받은 돈으로 구입한 아파트 등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검찰에 약속하고도 나중에 시효가 지났다며 거부한 것은 신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120억원을 국가에 헌납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같은 해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과 관련해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특별사면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심의자료 공개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국민의 비판 대상이 돼야 한다며 정보공개판결을 내렸다.


연구실적 부진을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던 서울대 미대 조교수 김민수씨가 낸 교수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는 "연구실적 심사는 주관이 반영돼 결론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실적 2편이 동시에 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사위 의결에 따라 재임용하지 않은 학교 측 처분은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며 "2편이 기준을 통과할 때까지 실적을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김씨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2005년에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게 된 손모씨가 '병역의무가 생겼다고 해서 국적 포기를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이중국적 병역 의무자가 만 18세가 되기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병역 의무를 지게 됐다면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중 국적 병역 의무자의 국적포기 제한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공직 생각 없다"했는데
정부·정계 러브콜 잇따를 듯

울산지법원장 재직 시절에는 법원 내 연구모임인 '민사집행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며 법관과 법원직원들의 대표적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강제집행편>과 <주석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등을 공동 집필했다.

병역문제에서도 깨끗하다. 김 전 위원장 본인은 법무관으로 만기전역했고 2남 가운데 큰아들도 공군 사병으로 전역했다.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소박한 삶을 선택한 김 전 위원장의 모습을 접한 국민들은 "퇴임 후 행보가 아름답다" "퇴임공직자의 모범이 될 만하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자연스레 행정안전부에서 추진 중인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공개하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안부는 또 그간 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던 변호사·회계사 등 자격증을 소지한 공직자들도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 관행이 논란이 되는 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국가·지방직 공무원은 퇴직 후 2년 동안은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심사결과를 공개하고 같은 퇴직공직자라도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자격증을 가졌을 경우에는 심사 대상이 아닌 현행 예외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현재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 등 11명 등이 발의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행안부는 유정복 신임장관이 임명되는 즉시 태스크포스를 꾸려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 거부
"당당한 퇴임길"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1억대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대형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로 갈 수 있다. 하지만 고위 법관이든 관료든 공직을 떠나기가 무섭게 돈과 명예를 찾아가는 요즘, 김 전 위원장 만큼은 지금의 소박한 삶처럼 조금은 다른 길을 가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김능환은?>

▲충북 진천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전주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법원장
▲대법원 대법관
▲제17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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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