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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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깜짝 발탁 없었다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깜짝인물'은 없었다. 대선 캠프 '재탕 인사' 성격이 강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등용됐다. '만 19세 고시 수석합격' '서울법대 수석졸업' '소아마비 출신 최초의 대법관'이라는 이색 이력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은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27일 오후 2시 제18대 대통령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평소 김 위원장에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전북 고창 출신의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인선작업에 몰두했으며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윤창중 수석대변인을 통해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인수위 1차 인선안을 발표했다.

전북 고창 출신
"박 소신 뒷받침"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인 한광옥 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는 전남 여수 태생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하고 청년특위위원장에는 김상민 의원을 기용했다.

대선 과정에 참여했던 '파란 눈'의 전남 순천 출신인 인요한 연세대 교수와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은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단에 합류했다.


전현호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장과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KBS 2TV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끌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박칼린 '킥뮤지컬' 스튜디오 예술감독, 하지원 에코맘 코리아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식 채널A기자도 청년특위 위원으로 인수위에 합류했다. 하지원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모두 전북 출신인데다가 목포대에서 약 3년간 겸임교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준 호남 출신으로 분류된다.

윤 대변인은 김 전 소장의 임명에 대해 "당선인의 법치와 사회 안전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뒷받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통해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 딛고 헌재소장까지…여의주 문 원로법조인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캠프 인사 재탕"

이와 관련 야권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일부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인사로 평가하며 박 당선인의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 모두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대통합시대, 100% 국민행복시대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박 당선인이 1차 인선안 발표를 통해 선거기간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대통합을 다시 간조하고, 특히 우리 사회 고통 받는 청년문제의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국민 대통합'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성호 대변인은 "대선시기에 극단적 언사를 일삼은 공로로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합류한 김경재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이 과연 48% 국민은 통합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지는 의문이 든다"며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단연 '옥에 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선대위 조직과의 별 차이가 없는 인수위 인사발표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뇌 흔적 보이지만
'옥에 티'도 존재

이어 "특히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의 경우 조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사까지도 선거 당시 선대위 인사들이 자리만 이동한 회전문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변인도 "비도덕적 가치관과 저열한 발언으로 국민 분열과 상처를 불러일으킨 윤 대변인을 포함,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가겠다'고 한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엉이 귀신'으로 비유한 김중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등 막말, 극언 인사는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만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을 받았고 학창시절을 어머니 등에 업혀서 보냈다. 이 때문일까. 학구열이 남 달랐던 김 위원장은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 대학 3학년 때인 1957년 고등고시(현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19세, 최연소였다. 당시 언론은 '최연소 판사 탄생'을 앞다퉈 보도했다. 1960년에는 '최연소 판사'라는 타이틀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대구지법 판사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에서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최초 장애인 대법관'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이다. 1994년부터 2000년 임기를 채울 때 까지 6년간은 헌법재판소장으로 근무했다.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법무법인 넥서스에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군사정부의 '병역 미필 공직자 추방' 방침에 따라 지체장애로 군대를 안 갔다는 이유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당시 법조 출입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판사직을 유지했다.

활동·예산사용
백서로 공개한다

김 위원장은 '소신판결'로도 유명하다. 판사 재임 중이던 196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써 구속됐던 송요찬 전 육군 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시키면서 달게 된 타이틀이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시절에는 과외 금지, 군제대자 가산점제, 택시소유상한제, 영화 사전검열, 동성동본 혼인 금지 등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에도 '능력에 따라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 규정을 만든 전두환 정권 시절엔 금지가 맞을 진 모르지만, 20년이 지났고 시대에 따라 국민의 법의식도 변한다. 법은 그 의식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 서채원씨와 2남 2녀의 자녀가 있다. 두 사위와 장남이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6월 보수 성향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함게 "동북아의 냉전과 북한의 중국화를 막고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는 선진통일연합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 온 김 위원장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11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정몽준 전 대표, 황우여 대표와 함께 박 당선인의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에 임명돼 선거를 도왔다.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원장으로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기간 국민들께 반드시 지키겠다고 한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대통령 등 세 가지 약속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법에 의한 지배가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 민생 약속 지키도록 보좌"
권한 살펴보니 "당선인 부럽지 않다"


김 위원장은 법조인답게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활동할 계획"이라며 법치주의를 기조로 인수위를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위원회는 위원회 활동이 끝난 후 30일 이내에 위원회 활동 경과와 예산사용 명세를 백서로 정리해 공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인수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직원 등은 맡은 바 업무에 전념하되, 직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밀을 누설하거나 대통력직 인수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가 인선에 대해서는 "위원장, 부위원장, 24명 이내 위원의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업무이니까 나와 아무 관계가 없고 당선인이 의견을 물어보면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 "위원회 업무 수행에 적절한 인물을 당선인이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이들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도 위원회 업무와 관련해서 형법 등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 따라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비만 지급되고 실비로 소요되는 비용만 법 시행령에 근거해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전례를 비춰볼 때 '박근혜 정부' 내각 등 핵심 요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인수위원장은 박 당선인을 보좌해 차기 정부의 조직, 예산, 정책기조, 취임행사 등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업무수행을 위해 정부 각 부처 파견근무도 요청할 수 있다. 필요 시 정부기관 직원을 소속기관장 동의를 얻어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으로 차출할 수 있고 자문위원회도 둘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따라야 하며, 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자료, 정보, 의견 제출 등 필요한 협조에도 응해야 한다.

명예직이지만
'막강' 권한

행전안전부 장관은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비 등 협조를 구하고 위원회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사무실, 비품, 통신서비스, 차량 등 필요한 업무지원을 하게 된다.

각 분과위원은 위원회 회의에 참여하면서 위원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지휘·감독한다. 전문위원은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을 보좌하고 소관분과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김용준 위원장 약력>

서울 출생(74)
서울대 법대
고등고시 9회
서울가정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법무법인 넥서스 고문
새누리당 중앙선대원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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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