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재벌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5 1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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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귀족학교 보내려 나라도 남편도 버렸다

[일요시사=사회팀]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이 불러온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돈 많은 재벌가와 부유층 며느리·딸 등이 연루된 사건의 단면은 충격적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공교육 제도는 먼 나라 얘기였다. 조국도, 혼인관계도 그저 장식물로 기능하는 ‘허울’에 불과했다. 아무리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만 빗나간 학구열에 맹모도 혀를 찰 지경이다.

외국인학교들이 부유층 자제를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1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 가능하다. 부모가 모두 내국인이라면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일 때 정원의 30% 내에서 입학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서 이런 규정쯤은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부유층 치맛바람
신종 맹모 등장

재벌가 등이 연루돼 떠들썩했던 인천 지검 외사부의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8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석 달 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브로커 6명과 학부모 47명을 적발했다.

브로커 가운데 4명은 구속 기소됐고 중남미 현지 브로커 2명은 지명 수배된 상태다. 학부모 가운데는 1명이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4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학부모에는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 이정갑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며느리, 김기병 롯데관광개발회장 며느리,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딸 등 대기업 총수 가족이 포함됐다.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이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둘째 며느리도 비뚤어진 교육열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안국약품, 초당약품 등 유명 제약업체 가족과 한 제분업체 며느리도 재판에 넘겨졌다. 강남 성형외과 원장 등 의사 부인도 7명이나 됐다. 충청지역 중견기업 대표의 며느리는 브로커에게 1억원을 주고 영국 등 3개국 위조 여권을 넘겨받아 딸을 서울의 외국인학교 2곳에 편·입학시켜 유일하게 구속됐다.

이들은 2009년부터 부정입학 알선브로커 등에게 5000만∼1억5000만원을 주고 실제 국적취득 여부 확인이 쉽지 않은 중남미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및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등 국가의 위조여권을 발급받았다. 그 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8개 외국인학교에 여권 사본을 제출해 자녀 53명을 부정입학시켰다.

위장이혼·결혼에 서류조작·국적세탁·원정출산
재벌 며느리 등 51명 기소…학생 53명 퇴학 조치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외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고의로 이혼한 뒤 외국인과 결혼을 한 ‘위장결혼형’부터 합격할 때까지 허위 여권을 사고 또 사는 ‘국적갈아타기형’, 현지에 방문해 여권을 받아오는 ‘현지방문형’ 등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중견기업체 사장의 며느리인 백모(36)씨는 자녀 3명을 모두 미국에서 원정 출산했다. 첫째와 둘째는 미국 시민권자 자격으로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변경(2009년 2월)되면서 부모 중 1명이 외국 국적이 필요해지자 백씨는 강남의 유학알선 브로커에게 외국국적 취득을 의뢰하고 불가리아 여권을 받았다.

 

그러나 브로커가 보기에도 위조한 티가 너무 나자 새로이 영국여권을 위조한 뒤 셋째 딸을 R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후 백씨는 집 근처에 있는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딸을 전학시키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국적상실신고 서류가 위조된 영국 여권으로는 입학이 어렵자 다시 브로커에게 의뢰해 중남미 과테말라 여권을 부정 발급받은 뒤 국적상실신고를 하고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다.

강남의 병원장이면서 의사 부인인 이모(38)씨는 아예 한국인임을 포기하고 국적을 도미니카로 바꿨다. 이씨는 2012년 브로커 김씨에게 4500만원을 건네고 도미니카의 지방도시로 출생지가 기재된 위조여권으로 자녀 1명을 외국인학교에 보냈다.

국적 버린 의사부인
위장 결혼한 사장부인

중견기업 사장 부인인 오모(46)씨는 브로커 제안에 따라 남편과 위장 이혼까지 했다. 오씨는 2010년 에콰도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위장이혼한 뒤 에콰도르 국적의 외국인과 위장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국적 취득이 순조롭지 않자 브로커가 위조해 준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증을 G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재벌가 며느리인 박모(38)씨는 지난 6월 1억원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중남미의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려 하던 중, 브로커가 ‘국적상실신고를 하려면 과테말라에 갔다 온 것처럼 출입국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과테말라로 가는 경유지인 미국만 갔다 오면 된다’고 말하자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브로커는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려는 희망자가 많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과테말라가 아닌 니카라과 여권 사본을 구해 주었고 박씨는 이를 그대로 D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학부모 조모(38)씨는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기 위해 30시간의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과테말라까지 날아가 뇌물을 주고 여권을 받아왔다. 현지 브로커들은 요건이 되지 않는 조씨의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시도했지만 뇌물을 주고 미리 말을 맞춰 두었던 공무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들은 계속 대기하다 담당 공무원이 출근한 후에 직접 여권을 받았다. 조씨는 이 여권을 갖고 자녀를 T외국인학교와 D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외국인학교에 열광
재벌가 사람들 왜?

이처럼 부유층 학부모들이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외국인 학교가 ‘미국식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국인학교는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해외 유학 업무를 담당해온 한 담당자는 부유층 사이에서 부는 외국인 학교 열풍에 대해 “국내에서도 선진국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조기유학의 폐해가 들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 것 같다”며 “조기유학의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떨어져 있으니 자녀의 탈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는데 반면 외국인학교는 국내에서 생활하며 가족과의 단절에서 오는 정서적인 폐해를 막을 수 있고 국내 고등학교 내신에 해당하는 학업성적평점(GPA)을 높게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는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한데다 미국 사립학교의 졸업자격까지 갖출 수 있어 미국 명문대 진학이 용이하다”며 “여기에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명문대 진학 지름길…조기 유학 대안으로 떠올라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검증절차 따로 없어

외국인학교의 한 반의 정원은 20∼25명 정도다. 모든 수업은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수업시간 외에 자유시간도 많다. 늦어도 오후 3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계절별로 30∼40여개의 방과 후 활동이 자율적으로 실시된다. 학교·학년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비는 1년에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기숙사비 등을 모두 합치면 4000만∼60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비가 싼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일반학교를 보내도 사교육비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국인의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51개교의 외국인학교 중 외국인 학생보다 국내 학생 숫자가 많은 학교가 12곳에 달한다. 특히 인천에 위치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인 학교 건물 신·증축에 투입된 세금만도 2000억원이 넘는데 국민혈세가 부정입학 부유층 자녀들의 교육에 사용됐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부정입학을 도모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를 관리·감독하는 감시망 강화 등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들만의 학교
돈이면 다 된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인학교가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어 학생·학부모의 여권사본과 출입국증명서만 받아 입학생을 선발하고, 제출서류를 검증하는 절차도 갖추지 못하는 등 감시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유층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덕목으로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자녀 본인의 체력, 할아버지의 재력 등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외국인 학교 입학 및 실태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을 무시한 도덕 불감증과 ‘금전만능주의’ 행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 어떤 학부모는 “왜 외국 국적을 취득했느냐”는 물음에 “내 돈 내서 내 여권 샀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되레 따졌다고 한다. 빗나간 자식사랑이 결국 자녀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편법을 먼저 가르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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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