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재벌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5 1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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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귀족학교 보내려 나라도 남편도 버렸다

[일요시사=사회팀]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이 불러온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돈 많은 재벌가와 부유층 며느리·딸 등이 연루된 사건의 단면은 충격적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공교육 제도는 먼 나라 얘기였다. 조국도, 혼인관계도 그저 장식물로 기능하는 ‘허울’에 불과했다. 아무리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만 빗나간 학구열에 맹모도 혀를 찰 지경이다.

외국인학교들이 부유층 자제를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1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 가능하다. 부모가 모두 내국인이라면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일 때 정원의 30% 내에서 입학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서 이런 규정쯤은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부유층 치맛바람
신종 맹모 등장

재벌가 등이 연루돼 떠들썩했던 인천 지검 외사부의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8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석 달 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브로커 6명과 학부모 47명을 적발했다.

브로커 가운데 4명은 구속 기소됐고 중남미 현지 브로커 2명은 지명 수배된 상태다. 학부모 가운데는 1명이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4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학부모에는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 이정갑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며느리, 김기병 롯데관광개발회장 며느리,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딸 등 대기업 총수 가족이 포함됐다.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이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둘째 며느리도 비뚤어진 교육열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안국약품, 초당약품 등 유명 제약업체 가족과 한 제분업체 며느리도 재판에 넘겨졌다. 강남 성형외과 원장 등 의사 부인도 7명이나 됐다. 충청지역 중견기업 대표의 며느리는 브로커에게 1억원을 주고 영국 등 3개국 위조 여권을 넘겨받아 딸을 서울의 외국인학교 2곳에 편·입학시켜 유일하게 구속됐다.

이들은 2009년부터 부정입학 알선브로커 등에게 5000만∼1억5000만원을 주고 실제 국적취득 여부 확인이 쉽지 않은 중남미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및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등 국가의 위조여권을 발급받았다. 그 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8개 외국인학교에 여권 사본을 제출해 자녀 53명을 부정입학시켰다.

위장이혼·결혼에 서류조작·국적세탁·원정출산
재벌 며느리 등 51명 기소…학생 53명 퇴학 조치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외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고의로 이혼한 뒤 외국인과 결혼을 한 ‘위장결혼형’부터 합격할 때까지 허위 여권을 사고 또 사는 ‘국적갈아타기형’, 현지에 방문해 여권을 받아오는 ‘현지방문형’ 등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중견기업체 사장의 며느리인 백모(36)씨는 자녀 3명을 모두 미국에서 원정 출산했다. 첫째와 둘째는 미국 시민권자 자격으로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변경(2009년 2월)되면서 부모 중 1명이 외국 국적이 필요해지자 백씨는 강남의 유학알선 브로커에게 외국국적 취득을 의뢰하고 불가리아 여권을 받았다.

 

그러나 브로커가 보기에도 위조한 티가 너무 나자 새로이 영국여권을 위조한 뒤 셋째 딸을 R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후 백씨는 집 근처에 있는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딸을 전학시키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국적상실신고 서류가 위조된 영국 여권으로는 입학이 어렵자 다시 브로커에게 의뢰해 중남미 과테말라 여권을 부정 발급받은 뒤 국적상실신고를 하고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다.

강남의 병원장이면서 의사 부인인 이모(38)씨는 아예 한국인임을 포기하고 국적을 도미니카로 바꿨다. 이씨는 2012년 브로커 김씨에게 4500만원을 건네고 도미니카의 지방도시로 출생지가 기재된 위조여권으로 자녀 1명을 외국인학교에 보냈다.

국적 버린 의사부인
위장 결혼한 사장부인

중견기업 사장 부인인 오모(46)씨는 브로커 제안에 따라 남편과 위장 이혼까지 했다. 오씨는 2010년 에콰도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위장이혼한 뒤 에콰도르 국적의 외국인과 위장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국적 취득이 순조롭지 않자 브로커가 위조해 준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증을 G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재벌가 며느리인 박모(38)씨는 지난 6월 1억원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중남미의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려 하던 중, 브로커가 ‘국적상실신고를 하려면 과테말라에 갔다 온 것처럼 출입국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과테말라로 가는 경유지인 미국만 갔다 오면 된다’고 말하자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브로커는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려는 희망자가 많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과테말라가 아닌 니카라과 여권 사본을 구해 주었고 박씨는 이를 그대로 D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학부모 조모(38)씨는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기 위해 30시간의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과테말라까지 날아가 뇌물을 주고 여권을 받아왔다. 현지 브로커들은 요건이 되지 않는 조씨의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시도했지만 뇌물을 주고 미리 말을 맞춰 두었던 공무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들은 계속 대기하다 담당 공무원이 출근한 후에 직접 여권을 받았다. 조씨는 이 여권을 갖고 자녀를 T외국인학교와 D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외국인학교에 열광
재벌가 사람들 왜?

이처럼 부유층 학부모들이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외국인 학교가 ‘미국식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국인학교는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해외 유학 업무를 담당해온 한 담당자는 부유층 사이에서 부는 외국인 학교 열풍에 대해 “국내에서도 선진국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조기유학의 폐해가 들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 것 같다”며 “조기유학의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떨어져 있으니 자녀의 탈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는데 반면 외국인학교는 국내에서 생활하며 가족과의 단절에서 오는 정서적인 폐해를 막을 수 있고 국내 고등학교 내신에 해당하는 학업성적평점(GPA)을 높게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는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한데다 미국 사립학교의 졸업자격까지 갖출 수 있어 미국 명문대 진학이 용이하다”며 “여기에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명문대 진학 지름길…조기 유학 대안으로 떠올라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검증절차 따로 없어

외국인학교의 한 반의 정원은 20∼25명 정도다. 모든 수업은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수업시간 외에 자유시간도 많다. 늦어도 오후 3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계절별로 30∼40여개의 방과 후 활동이 자율적으로 실시된다. 학교·학년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비는 1년에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기숙사비 등을 모두 합치면 4000만∼60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비가 싼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일반학교를 보내도 사교육비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국인의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51개교의 외국인학교 중 외국인 학생보다 국내 학생 숫자가 많은 학교가 12곳에 달한다. 특히 인천에 위치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인 학교 건물 신·증축에 투입된 세금만도 2000억원이 넘는데 국민혈세가 부정입학 부유층 자녀들의 교육에 사용됐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부정입학을 도모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를 관리·감독하는 감시망 강화 등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들만의 학교
돈이면 다 된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인학교가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어 학생·학부모의 여권사본과 출입국증명서만 받아 입학생을 선발하고, 제출서류를 검증하는 절차도 갖추지 못하는 등 감시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유층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덕목으로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자녀 본인의 체력, 할아버지의 재력 등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외국인 학교 입학 및 실태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을 무시한 도덕 불감증과 ‘금전만능주의’ 행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 어떤 학부모는 “왜 외국 국적을 취득했느냐”는 물음에 “내 돈 내서 내 여권 샀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되레 따졌다고 한다. 빗나간 자식사랑이 결국 자녀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편법을 먼저 가르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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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