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재벌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5 1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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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귀족학교 보내려 나라도 남편도 버렸다

[일요시사=사회팀]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이 불러온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돈 많은 재벌가와 부유층 며느리·딸 등이 연루된 사건의 단면은 충격적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공교육 제도는 먼 나라 얘기였다. 조국도, 혼인관계도 그저 장식물로 기능하는 ‘허울’에 불과했다. 아무리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만 빗나간 학구열에 맹모도 혀를 찰 지경이다.

외국인학교들이 부유층 자제를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1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 가능하다. 부모가 모두 내국인이라면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일 때 정원의 30% 내에서 입학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서 이런 규정쯤은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부유층 치맛바람
신종 맹모 등장

재벌가 등이 연루돼 떠들썩했던 인천 지검 외사부의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8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석 달 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브로커 6명과 학부모 47명을 적발했다.

브로커 가운데 4명은 구속 기소됐고 중남미 현지 브로커 2명은 지명 수배된 상태다. 학부모 가운데는 1명이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4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학부모에는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 이정갑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며느리, 김기병 롯데관광개발회장 며느리,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딸 등 대기업 총수 가족이 포함됐다.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이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둘째 며느리도 비뚤어진 교육열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안국약품, 초당약품 등 유명 제약업체 가족과 한 제분업체 며느리도 재판에 넘겨졌다. 강남 성형외과 원장 등 의사 부인도 7명이나 됐다. 충청지역 중견기업 대표의 며느리는 브로커에게 1억원을 주고 영국 등 3개국 위조 여권을 넘겨받아 딸을 서울의 외국인학교 2곳에 편·입학시켜 유일하게 구속됐다.

이들은 2009년부터 부정입학 알선브로커 등에게 5000만∼1억5000만원을 주고 실제 국적취득 여부 확인이 쉽지 않은 중남미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및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등 국가의 위조여권을 발급받았다. 그 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8개 외국인학교에 여권 사본을 제출해 자녀 53명을 부정입학시켰다.

위장이혼·결혼에 서류조작·국적세탁·원정출산
재벌 며느리 등 51명 기소…학생 53명 퇴학 조치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외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고의로 이혼한 뒤 외국인과 결혼을 한 ‘위장결혼형’부터 합격할 때까지 허위 여권을 사고 또 사는 ‘국적갈아타기형’, 현지에 방문해 여권을 받아오는 ‘현지방문형’ 등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중견기업체 사장의 며느리인 백모(36)씨는 자녀 3명을 모두 미국에서 원정 출산했다. 첫째와 둘째는 미국 시민권자 자격으로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변경(2009년 2월)되면서 부모 중 1명이 외국 국적이 필요해지자 백씨는 강남의 유학알선 브로커에게 외국국적 취득을 의뢰하고 불가리아 여권을 받았다.

 

그러나 브로커가 보기에도 위조한 티가 너무 나자 새로이 영국여권을 위조한 뒤 셋째 딸을 R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후 백씨는 집 근처에 있는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딸을 전학시키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국적상실신고 서류가 위조된 영국 여권으로는 입학이 어렵자 다시 브로커에게 의뢰해 중남미 과테말라 여권을 부정 발급받은 뒤 국적상실신고를 하고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다.

강남의 병원장이면서 의사 부인인 이모(38)씨는 아예 한국인임을 포기하고 국적을 도미니카로 바꿨다. 이씨는 2012년 브로커 김씨에게 4500만원을 건네고 도미니카의 지방도시로 출생지가 기재된 위조여권으로 자녀 1명을 외국인학교에 보냈다.

국적 버린 의사부인
위장 결혼한 사장부인

중견기업 사장 부인인 오모(46)씨는 브로커 제안에 따라 남편과 위장 이혼까지 했다. 오씨는 2010년 에콰도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위장이혼한 뒤 에콰도르 국적의 외국인과 위장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국적 취득이 순조롭지 않자 브로커가 위조해 준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증을 G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재벌가 며느리인 박모(38)씨는 지난 6월 1억원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중남미의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려 하던 중, 브로커가 ‘국적상실신고를 하려면 과테말라에 갔다 온 것처럼 출입국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과테말라로 가는 경유지인 미국만 갔다 오면 된다’고 말하자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브로커는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려는 희망자가 많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과테말라가 아닌 니카라과 여권 사본을 구해 주었고 박씨는 이를 그대로 D외국인학교에 제출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학부모 조모(38)씨는 과테말라 여권을 취득하기 위해 30시간의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과테말라까지 날아가 뇌물을 주고 여권을 받아왔다. 현지 브로커들은 요건이 되지 않는 조씨의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시도했지만 뇌물을 주고 미리 말을 맞춰 두었던 공무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들은 계속 대기하다 담당 공무원이 출근한 후에 직접 여권을 받았다. 조씨는 이 여권을 갖고 자녀를 T외국인학교와 D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외국인학교에 열광
재벌가 사람들 왜?

이처럼 부유층 학부모들이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외국인 학교가 ‘미국식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국인학교는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해외 유학 업무를 담당해온 한 담당자는 부유층 사이에서 부는 외국인 학교 열풍에 대해 “국내에서도 선진국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조기유학의 폐해가 들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 것 같다”며 “조기유학의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떨어져 있으니 자녀의 탈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는데 반면 외국인학교는 국내에서 생활하며 가족과의 단절에서 오는 정서적인 폐해를 막을 수 있고 국내 고등학교 내신에 해당하는 학업성적평점(GPA)을 높게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는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한데다 미국 사립학교의 졸업자격까지 갖출 수 있어 미국 명문대 진학이 용이하다”며 “여기에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명문대 진학 지름길…조기 유학 대안으로 떠올라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검증절차 따로 없어

외국인학교의 한 반의 정원은 20∼25명 정도다. 모든 수업은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수업시간 외에 자유시간도 많다. 늦어도 오후 3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계절별로 30∼40여개의 방과 후 활동이 자율적으로 실시된다. 학교·학년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비는 1년에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기숙사비 등을 모두 합치면 4000만∼60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비가 싼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일반학교를 보내도 사교육비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국인의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51개교의 외국인학교 중 외국인 학생보다 국내 학생 숫자가 많은 학교가 12곳에 달한다. 특히 인천에 위치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인 학교 건물 신·증축에 투입된 세금만도 2000억원이 넘는데 국민혈세가 부정입학 부유층 자녀들의 교육에 사용됐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부정입학을 도모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를 관리·감독하는 감시망 강화 등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들만의 학교
돈이면 다 된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인학교가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어 학생·학부모의 여권사본과 출입국증명서만 받아 입학생을 선발하고, 제출서류를 검증하는 절차도 갖추지 못하는 등 감시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유층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덕목으로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자녀 본인의 체력, 할아버지의 재력 등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외국인 학교 입학 및 실태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을 무시한 도덕 불감증과 ‘금전만능주의’ 행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 어떤 학부모는 “왜 외국 국적을 취득했느냐”는 물음에 “내 돈 내서 내 여권 샀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되레 따졌다고 한다. 빗나간 자식사랑이 결국 자녀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편법을 먼저 가르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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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