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뒷짐’ 요소수 대란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7 14:08:08
  • 호수 1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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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더 큰 거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각) 발발한 이후 3주 이상 지속된 가운데, 한국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에서 시작된 충격은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바이오로 확산됐다. 2021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수 대란까지 재현되며 산업계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재고 물량이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란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시스템 붕괴
과거 되풀이?

재정경제부는 ‘요소 및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제정해 지난 3월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7일 이상 보유할 수 없고, 판매 기피 행위 역시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중동 전쟁이 3차 국면에 접어들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고센터 설치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합동 단속까지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이번 사태를 ‘경제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가동했다. 대체 수입선 확보, 전략 비축 활용, 에너지 수급 안정화, 피해 기업 금융 지원 등이 핵심이다.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금리 우대 정책도 병행된다.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해 해외 생산 물량 확보와 국제 공동 비축 활용, 원전 가동률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중동상황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하고, 필요 시 시장 개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요소 공급망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 수급은 중국(약 66%)과 카타르(약 10%)에 의존해 왔지만, 전쟁 이후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며 사실상 수급이 끊겼다.

전쟁 직후 1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중국산 요소 가격은 500달러대로 급등했고, 이후 중국은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중동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몰렸고, 인도네시아는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가격을 본선 인도 조건(FOB) 기준 900달러까지 올렸고 선적은 5월 이후로 밀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국 내 물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요소수 유통업자 A씨는 “국내 요소수 공장 대부분이 4월 생산분을 확보하지 못한 ‘제로 상태’”라며 “지금은 초기 대응 단계가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공급 붕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 전시 상황’ 대응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4월 생산 ‘제로’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는 뚜렷하다. 10리터 기준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2만원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일부 판매처는 품절로 판매를 중단했다. 1~2통 구매 제한이 등장했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 정황도 포착됐다. 현장에선 “개인 운송업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차질의 배경에는 중국 내 ‘비공식 수출 루트 차단’도 있다. 그동안 산둥성을 통해 요소가 염화칼슘 등으로 위장돼 한국에 들어왔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수출업자들을 대거 단속하면서 해당 경로가 완전히 막혔다. 실제로 염화칼슘으로 신고된 물량에서 요소가 들어있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기존 우회 수입 구조가 붕괴됐다.

전쟁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틸렌 부족은 조선·자동차 산업으로 번졌고, ABS 등 핵심 소재 공급 차질로 생산 라인 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은 일주일 만에 50% 급등했다. 바이오 업계는 중동 항구 폐쇄로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성장률이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구축해 놓은 ‘비축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민간 업체를 비축 사업자로 지정해 일정 물량을 상시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농협, KG케미칼, 남해화학, 풍농 등이 대표적인 비축 사업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업체가 요소 물량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수입 역시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 속에서도 시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뒷북
업계 달래기

핵심은 비축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비축 사업자가 유지했어야 할 약 1만6000톤 규모의 요소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비상시 방출해야 할 ‘전략 비축분’이 평시에 시장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요소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민간 창고에서 재고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비축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비축량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비축이 돼있다고 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이건 단순한 대란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끊기는 ‘시스템 붕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더해, 특정 국가 의존 구조와 비축 관리 실패가 맞물린 ‘복합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본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수요까지 급감하면 산업 전반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요소수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편,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 국내 요소수 및 요소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차량용 요소수와 요소 재고는 공공 비축분과 민간 물량을 합쳐 약 2.8개월분 이상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여기에 다음 달까지 약 6000톤의 요소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으로 단기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유통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재고 정보가 등록된 전국 주유소 4253곳 중 4233곳(99.5%)에서 요소수를 판매 중이며,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528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제조사와 수입업체에 대해 평시 수준의 출고를 유지하고 수입 물량을 조기에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 불안 심리와 사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요소수 수급 문제는 과거에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수입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 요소 수입의 약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며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오리무중
비축 물량

특히 요소수는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촉매제다. 부족할 경우 차량 시동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며 물류와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됐고, 정부는 군 수송기 투입과 해외 긴급 수입 등으로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화학 원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요소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 가격 변화 등으로 요소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 재고 수준과 추가 물량 확보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태가 공급 부족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재고 관리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자원 안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 필수 소모품이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차에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는데, 이 장치가 있는 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앱 ‘폴센트’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10L 제품은 2만9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달 전 1만1920원보다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회사의 요소수 10L 제품 가격도 1만9690원에서 3만652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주유소 점주들은 요소수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직영 주유소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평소 요소수를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러 왔는데, 지난주에만 세 명이 찾아와 각각 두세 통씩 사갔다”고 말했다.

비축 실패 “1만6000톤 어디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유명무실

특히 요소수를 많이 쓰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화물차 기사 박모씨는 “요소수를 사흘에 한 번꼴로 넣는데 비용이 예전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올랐다”며 “2021년 대란 전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10리터 제품이 먼저 품절됐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뜩이나 비싼 기름값에 요소수 가격까지 치솟으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불안의 배경에는 요소 원료 공급 문제가 있다.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요소 수입액은 총 5728만1000달러(약 850억원)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1982만7000달러(3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1140만7000달러·19.9%), 카타르(1011만1000달러·17.7%) 순으로, 중동 국가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다.

과거 요소수 사태가 일어났던 2021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66.6%(2억7841만7000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은 0.6%에서 19.9%로 30배 이상 늘었고, 카타르 역시 5.2%에서 17.7%로 3배 이상 확대됐다. 그만큼 중동 변수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요소수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주 요소수 업체를 불러 상황 점검을 진행했고 현재 100일 이상 시장에 공급 가능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2021년과 2023년에 터진 ‘요소수 대란’ 등을 막기 위한 공급망 정책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2024년 출범했지만, 긴장감만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당시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을 제3국 등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사업자에게는 올해 안에 공급망기금 5조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쟁통에
해결 가능?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축 물자에 경제안보 품목을 추가하고, 비축 물량과 제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8일~180일어치를 비축했던 희소금속은 2027년까지 60~180일분을, 0~30일분에 그쳤던 요소 등은 올해 안에 30~80일분을 비축하도록 하고, 구매 방식도 단건마다 구매하던 방식에 더해 연간 공급계약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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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SNS에 적었다. 지난 1월 다주택자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말이다. 이제 그 말의 결과가 곧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매매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쉽게 휩쓸린다. 부동산 시장에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큰불로 번지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전문가는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정권 흔드는 집값 이슈 그럼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손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마련’이라는 DNA를 갖고 태어난 듯 부동산을 꼭 가져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은 집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모두가 허황한 소리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정부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전쟁 리스크까지 뚫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641.0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712.7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게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주식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함께 내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펼쳤다. 돈줄을 묶고 공급을 확대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 매매 전후로 세입자를 구하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했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 X에 언급→정부, 정책 발표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에 대해 공급 없이는 잠깐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열기를 당장은 가라앉힐 수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로 이어가긴 어려우리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7일 이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호 착공 등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여러차례 다주택자 관련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받던 세금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수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세율로 시행하다가 윤석열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보수 언론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지난 2월12일 다주택자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2026년 5월9일 종료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다만 임대차 상황에 따라 양도세 중과 적용과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예외를 뒀다. 예정된 기한에 종료하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내놔도 계속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공직자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대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이들을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이력이나 이후 정책 수정 노력 등을 따져 보고 이 과정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적 주택 구입 등을 한 공직자를 찾아내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정책 설계에 참여하면 제도가 왜곡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라면 다 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며 “철저히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도 조금 더 열어줬다. 지난달 2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9일까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확정됐다. 종료 당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위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도 다주택자에 대해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예상 밖의 시장 흐름 그는 지난달 29일 X에 “혹시라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고 통계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정당한 증여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다주택자가 10억원에 사들여 10년 동안 보유한 시가 30억원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세금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이 아파트를) 양도하면 차익이 20억원인데 중과 유예 종료(오는 9일) 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원이다. 반면 증여하면 13억80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면 양도가 증여보다 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에 의심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정부 정책, 국세청장의 경고에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열흘 정도 앞두고 매물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종료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매물까지 거둬들여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나온다. 매물 나오길 기대했지만… 관망세 들어가면서 감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새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699건으로 한 달 전보다 5.9% 줄었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 3월21일 8만건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폭은 중랑구(-16.9%), 강북구(-13.3%), 노원구(-13%)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6%, 4.9%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집값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전세 가격은 0.22%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세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 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전세로 살길 원하는 세입자는 씨가 마른 매물 앞에 속수무책 상태다. 전세 세입자 불똥 튀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을 사고자 하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파장이 큰 이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