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숏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SNS 플랫폼 경쟁의 중심이 ‘콘텐츠’에서 ‘크리에이터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현금 보상 등 공격적인 유치 전략을, 국내 플랫폼은 창작 생태계 구축으로 대응하며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SNS가 상거래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크리에이터는 단순 제작자를 넘어 ‘판매 채널’로 기능하며 플랫폼 수익 구조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고 강렬한 영상을 지칭하는 ‘숏폼(Short form)’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제 플랫폼 경쟁의 핵심은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느 SNS 플랫폼이 더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창작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
절박한 움직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숏폼 시장은 2024년 400억달러 규모에서 향후 5년간 연평균 6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2027년 48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글로벌 플랫폼들은 돈으로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고 있다. 틱톡(TikTok)은 이달부터 한국어로 제작된 콘텐츠를 대상으로 ‘크리에이터 리워드(금전적 보상)’를 기존 대비 2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틱톡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리워드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총괄은 지난 2일 간담회에서 “한국은 단순한 주요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가 탄생하는 가장 강력한 출발점”이라며 한국 크리에이터 확보를 통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5월부터는 콘텐츠 품질에 기반해 최대 3배 리워드를 지급하는 ‘스페셜 리워드 프로그램’, 타 플랫폼 활동 크리에이터의 틱톡 진입을 돕는 ‘크리에이터 성장 챌린지’도 가동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Facebook)은 ‘크리에이터 패스트 트랙(Creator Fast Track)’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크리에이터들이 자사 플랫폼에 게시물을 올리는 조건으로 3개월간 월 3000달러, 한화 약 450만원을 제공한다. 사실상의 ‘이적료’ 개념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등 타 SNS 플랫폼에서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과 캐나다의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하며, 매달 15개의 숏폼 영상을 게시해야 한다. 또 페이스북 콘텐츠 수익화 프로그램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구독과 팁, 브랜드 딜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관계자들은 페이스북의 ‘콘텐츠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에 대해 SNS 시장에서 한번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럽 최대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조던 슈바르첸베르거 아케이드(Arcade) 매니지먼트 CEO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대책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다소 절박한 움직임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확보 전쟁
판매 채널 기능…생존 변수로
그는 페이스북이 지급하는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며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브랜드 협업이나 유튜브 수익, 혹은 멤버십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그램이 소규모 크리에이터들만 끌어들일 뿐이며,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쿠팡과 CJ온스타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의 협업으로 숏폼과 라이브 콘텐츠를 통해 ‘보는 즉시 구매’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있는 유튜브(YouTube)는 쇼핑 제휴 프로그램 참여 자격을 구독자 1000명에서 500명으로 완화해 신규 크리에이터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크리에이터를 늘려 ‘판매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SNS 플랫폼들의 공격적인 전략에 국내에서도 ‘창작 생태계 고도화’로 반격에 나섰다. 네이버는 숏폼 서비스 ‘클립’을 중심으로 AI 편집 도구, 활동비 지원, 광고 수익 모델을 결합해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올해 최초 1만명의 클립 크리에이터 선발을 시작으로 최대 2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지표를 확인하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는 클립 크리에이터 앱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전략은 숏폼으로 트래픽을 확보한 뒤 네이버페이와 스마트스토어 등 자사 커머스 플랫폼으로 유입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 내 숏폼 기능과 커머스 서비스인 ‘선물하기’를 연계해 커머스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교육·멘토링 프로그램까지 운영 중이다. 카카오톡 숏폼 크리에이터가 소개한 상품이 선물하기에서 판매되면 입점 사업자와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나눠 가지는 참여형 광고 서비스 ‘톡어필리에이트(Talk Affiliate)’ 또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톡어필리에이트는 카카오톡 숏폼 크리에이터가 영상 속에서 소개한 상품을 이용자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구매하면, 해당 상품의 판매자와 크리에이터가 판매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3개월 월 450만원 제공”
이적료 걸고 유치 총력
SNS 플랫폼들의 치열한 크리에이터 유치 경쟁 뒤에는 소비자들이 광고보다 자신이 ‘팔로우’하는 크리에이터의 추천에 더 크게 움직이는 소비 패턴이 있다. 플랫폼 내부에서 상품이 노출되는 접점을 증가시키는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 이유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구매 저항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상을 본 뒤 포털 검색을 통해 비교하며 고민할 시간이 있었으나, 이제는 숏폼 영상 속 링크 하나로 즉시 결제가 끝난다. 과소비를 유도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쇼핑 관련 콘텐츠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으며 설문조사 기관 입소스(Ipsos)는 “한국 시청자의 73%가 유튜브를 통해 구매 결정을 돕는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조회수와 광고 수익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플랫폼들의 경쟁으로 발생하는 크리에이터 대상 지원금과 판매 수수료 등 수익 구조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크리에이터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숏폼 콘텐츠의 ‘보는 즉시 구매’ 기능 강화로 반복적인 광고성 콘텐츠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
국내 SNS 플랫폼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숏폼 서비스와 크리에이터 확보에 실패한다면 국내 점유율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유튜브의 국내 쇼핑 거래액은 2024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경쟁으로
또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의 ‘2025 대한민국 모바일 앱 순위’에 따르면 유튜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813만명으로 카카오톡(4635만명)과 네이버(4494만명)를 앞질렀다. 유튜브의 숏폼 서비스인 ‘쇼츠’가 이용자 유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NS가 단순 콘텐츠 소비 공간을 넘어 상거래 공간으로 진화했다. 콘텐츠 소비가 곧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플랫폼 경쟁 역시 더 많은 소비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확보하는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ydch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