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가 올해 첫 전시로 ‘중얼거리는 사물들’을 준비했다. 김민혜·박원주·이원우·이의성·조성국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익숙한 사물의 외관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사물의 기능이나 의미로 고정되기 이전의 상태와 그 조건에 주목했다.
중얼거림은 의미 있는 발화로 연결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남아 서성인다. 소통 가능한 말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민혜·박원주·이원우·이의성·조성국이 참여하는 전시 ‘중얼거리는 사물들’은 작품과 사물 사이의 틈새를 좁히거나 비집어 놓아 그 불투명한 지점에 머무는 대상과 마주하는 자리다.
감각의 틈
관람객이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에는 사물이 지닌 본래의 기능과 형식을 부분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조직과 개입을 통해 다른 상태로 전이된 모습이 담겼다. 그것은 더 이상 ‘그저 거기에 있던 사물’로 머무르지 않고 무엇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대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붙든다.
이 사물은 명확한 용도나 의미에 귀속되기를 거부한 채 고정된 질서와 인식에 잠시 유예를 거는 존재로 작동한다.
박원주의 작업은 사물과 관람객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는 방식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본래 투명해야 할 액자의 유리와 균질해야 할 프레임은 의도적으로 굴곡지고 왜곡된 표면을 지니며 시선이 매끄럽게 관통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관람객은 작품을 한눈에 파악하기보다 유리 너머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반복하며 자연스레 작품 앞에 머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선은 점차 촉각에 가까운 감각으로 전이돼 표면을 더듬는 듯 작품을 인식하게 된다. 빛과 몸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유리는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즉각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거리를 형성하며 이 간극은 단절이 아니라 서로를 조율할 수 있는 여지로 작동한다.
박원주의 사물은 개별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이런 관계에서 비로소 성립하는 구조로 존재한다.
이원우의 작업을 보면 언어는 공기처럼 가볍게 부유하고 사물은 예상과 다른 무게를 획득한다. 스틸과 거울 같은 단단한 물질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놓인 문장 ‘EVENING AIR’는 하루의 기분이나 시간의 감각을 환기하면서도 구체적인 의미로 고정되기 직전에 흩어진다.
아직 발화되지 못한 말
대상과 마주하는 자리
이 문장은 의미를 전달하는 표지라기보다 감각이 잠시 머물다 이완되는 지점으로 작동하며 언어가 지닌 불확실성과 그 여지를 드러낸다.
돌과 스틸로 만든 막대사탕 ‘Candy valley_2023_001’은 달콤함이라는 관념과 물질적 현실 사이의 어긋남을 통해 의미가 사물에 안착하는 과정을 다시 묻는다. 이 어긋남은 해석을 완결하기보다 보류하며 언어와 사물이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이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질문으로 남긴다.
이의성의 작업에 등장하는 라디에이터, 김 서린 거울, 포도송이와 호두는 일상적이면서도 정교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사물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온도와 습도, 에너지와 노동, 그리고 보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조건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라디에이터와 김 서린 거울은 보이지 않는 온도와 습도를 사물의 표면과 배치를 통해 감각적으로 호출하며 공간 안에 하나의 물리적 상태를 형성한다. 포도송이와 호두는 최종 에너지가 같다고 전제하면서도 그에 도달하기까지의 밀도와 경로는 다르게 구성해 에너지 투입과 결과, 보상이 단선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의성의 사물은 상징처럼 의미에 고정되기보다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비껴 보여주는 시적 매개로 기능한다.
김민혜의 조각은 벽돌로 만든 견고한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취하지만 그 물성은 쉽게 확정되지 않는다. 세라믹으로 구운 벽돌은 갈라지고 어긋나 있으며 단단함과 동시에 불확정성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드로잉과 조각은 명확히 구분되는 영역이 아니라 서로 침투하며 반복되는 사고의 과정이다. 작품은 완결된 상태로 공간을 지탱하기보다 공간과의 관계 속에 잠정적으로 놓인다. 조각은 자율적인 덩어리라기보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성립하는 상태로 존재한다.
조성국의 조각 역시 익숙한 외형을 통해 발생하는 사물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돌조각처럼 보이는 고양이는 실제 돌이 아니며 단단함과 무게에 대한 기대를 배반한다. 외관과 물질 사이의 미묘한 불일치는 우리가 사물을 얼마나 쉽게 단정해 왔는지를 되묻는다.
그의 작업 앞에서 관람객은 판단을 잠시 멈추고 사물의 상태를 다시금 감각하게 된다.
머무르다
눈 컨템포러리 관계자는 “‘중얼거리는 사물들’은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특정한 해석을 요구하는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전시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해 온 방식, 즉 기능으로 분류하고 이름으로 호출하며 의미로 정리해 온 태도를 잠시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 놓인 사물은 완전한 이해, 규정되기를 서두르지 않은 채 각자의 상태로 머문다. 관람객은 이 사물 앞에서 무언가를 읽기보다는 사물과 자신 사이에 형성된 거리와 리듬, 그리고 쉽게 봉합되지 않는 감각의 틈을 경험하게 된다. 사물이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물이 아직 고착화하지 않은 상태의 시간에 잠시 머무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