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박민영 장애인 구설’과 공당 대변인의 역할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 또는 단체를 대신하거나 대표해 의견이나 견해를 밝히는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정치권에서 공적인 정당이나 당파의 대변인은 그 집단의 주의나 주장을 모아 발표하는 입으로 통한다. 당의 공식 입장을 국민과 언론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위치는 공당의 소통 전략의 핵심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단순히 정의만 놓고 보면 그냥 말만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변인은 해당 단체를 대표해 언론과 접촉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소임을 수행기에 실언 한번으로 조직에 큰 잘못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며,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검증된 인원을 기용하기 때문에 지위도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정당 대변인은 단순히 말을 전하기만 하는 헤럴드(전령) 같은 역할이 아니므로 정치적인 지능이나 감각이 요구된다. 정치는 늘 명분으로 움직이며, 그것은 당 내부의 자치적인 의결을 통해 형성된 당론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같은 당 사람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결코 모든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변인은 당이 표면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무엇인지, 그 이면에 숨은 속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논리를 구성해 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각종 정치 관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정당 대변인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토론이나 의견 개진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점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공당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대변인은 정치와 미디어 관계를 관리하면서 사회적 이슈 및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정당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인식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 있다.

이 같은 활동은 국가의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공당의 대변인은 국민과 정당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며, 사회적 통합과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변인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은 국가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높은 윤리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공신력을 얻기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구축 능력도 필요하다. 언론 및 국민과의 신뢰를 쌓아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대변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청년 대변인 출신인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의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연일 이슈다.  박 대변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이 여성, 장애인 정체성을 방패 삼는 것을 비판했을 뿐 혐오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박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볼 때 그는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깜냥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호소하는 이들에게 과민하다거나 피해의식이라는 반응은 낯설지 않다. 장애라는 특성이 손쉽게 조롱과 모욕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 또한 낯설지 않다.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발의한 후 쏟아진 공격들과 관련해 “제가 장애인이고 여성이라는 게 공격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한 김 의원 발언은 자신의 정체성을 방패 삼은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작동하는 구조적 차별을 정확히 짚었던 것이다.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이견,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에 있어 김 의원이 장애 여성이라는 점이 공격당할 그 어떤 타당한 이유도 없다. 사안과 무관한 일을 특정 집단의 특징이라 낙인찍고 부정적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바로 혐오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여성,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낙인찍는 혐오 발언들은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해악이 특히 심각한 이유다.

박 대변인은 비례대표는 각 직능을 대표하는 이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장애인 할당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추후 당 비례대표 당선권에서 많다는 것이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견이 국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소수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법과 정책으로 정치에 참여토록 하는 제도다. 

문화예술인이자 장애 당사자인 김 의원이 시민의 대표로 국회에 진출해 입법과 정책활동을 펼치는 것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

게다가 박 대변인은 당선권 명부에 장애인이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했지만 등록 장애인만 260만이 넘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권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적으면 적었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는 것은 박 대변인 자신이란 점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그러는 와중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최악의 대처를 보였다. 

장동혁 당 대표는 괜찮다며 그의 사표조차 반려시켰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의 일을 가지고 지나치고 과도한 반응은 자제해달라”며 “당내에서 이미 엄중하게 질책한 사안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박 대변인의 발언은 그저 당내에서 있었던 촌극이 아니다. 그러므로 박 대변인의 발언들은 공적인 공간에서 그저 조금 부적절한 발언들 중 하나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단호한 비판들과 대처,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방향으로 사태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안을 축소하고 차별과 혐오에 미숙하게 대응했다. 

당사자인 박 대변인은 물론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도 제1야당의 지도부로서 부적절한 대처와 언행에 대해 김 의원과 유권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김 의원은 “혐오가 아닌 존중을, 배제가 아닌 대표성과 정체성을, 낙인찍기가 아닌 다름에 대한 인정을 정치의 기본값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박 대변인을 고소했다. 그는 공당의 정치인으로서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정치가 혐오, 배제, 낙인이 아니라면 그들도 정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박 대변인을 즉각 사퇴시키고 김 의원과 260만 장애인들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

공당의 대변인은 정치와 국민 간의 가교로서, 정치적 의사소통의 필수 요소인 사람이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료한 소통 능력과 신뢰성, 정치적 감각 등이 필수적이다. 대변인의 성공은 정당 정책의 이해 증진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구축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박 대변인은 대변인 깜냥이 아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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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