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만 하면 오를 일만 남았다?

6월 말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설계 의무화가 30세대 이상 민간 아파트 단지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건설 원가 상승과 함께 분양가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70만원으로, 전년(1811만원) 대비 14.3% 상승했다. 2021년(-6.59%)을 저점으로 2022년(17.4%), 2023년(18.3%)에 이어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분양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오름세

국토교통부는 ZEB 5등급 수준의 설계를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기준은 고단열·고효율 자재는 물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일반 아파트보다 설비 비용과 자재 단가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올해부터 적용된 건설공사 표준 시장 단가 인상(전년 대비 3.9%)까지 더해지며,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제로 에너지 의무화로 인한 공사비 상승 폭이 정부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자재, 인건비, 지가 등 분양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장기적인 상승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요소는 ‘땅값’이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 중 하나인 대지비가 최근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비는 통상 분양가의 20~40% 이상을 차지하며, 공사비와 함께 분양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로 에너지건축물’ 설계 의무화
민간 아파트에도 본격 적용 예정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는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힘입어 2023년(6.66%), 2024년(5.86%) 2년 연속 전국 지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으며, 서울 강남구(5.23%)가 뒤를 이었다. 지방 역시 지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경남 양산시는 최근 10년간(2015~2024년) 지가가 21.4% 상승하며 연평균 2%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의 경우 대지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공사비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지방은 공사비 비중이 높아 공사비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4%였지만, 기타 지방은 28%에 불과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제로 에너지 설계 의무화, 자재 단가 및 인건비 상승, 땅값 상승 등 분양가를 밀어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입지, 브랜드, 대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망한 단지를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승을 주도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는 만큼, 앞으로 분양시장은 브랜드나 입지, 배후 수요 등 유망한 단지를 선별해서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수도권에서 공급 중인 대단지·브랜드 단지.

▲더샵 신풍역=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선보이는 ‘더샵 신풍역’이 조합원 잔여세대를 선착순으로 모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16개 동, 전용 51〜84㎡, 총 2030가구 규모다.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조합원 자격 기준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1채만 소유한 자여야 한다. 또 서울·경기·인천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전부터 6개월 이상 계속해 거주한 세대주(만 20세 이상)여야 한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다른 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아닌 경우에만 자격이 있다.

설비 비용↑
자재 단가↑

단지는 2026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신풍역(예정) 초역세권에 들어선다. 개통 시 여의도까지 세 정거장이면 이동 가능하다. 7호선 신풍역과 2호선 대림역, 1호선과 KTX를 이용할 수 있는 영등포역과도 가깝다. 차량 이용 시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경인로, 올림픽대로 등 사통팔달 광역 교통망을 통해 주변 핵심 업무지구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단지 바로 옆 도신유치원과 도신초교가 위치해 어린 자녀의 안심 통학이 가능하다. 도보권 내 대영초·중·고, 영남중, 영신고 등 다수의 학교가 밀집돼있다. 실내수영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영등포스포츠센터가 인접해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등 쇼핑 시설도 다양하다.

아울러 CGV, 타임스퀘어, 아트센터 등 문화시설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보라매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중앙대병원, 명지성모병원 등 의료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아파트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하고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진다.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며,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지비’
상승 주목

단지는 국도 45호선과 국지도 57호선, 국지도 84호선과 인접해 있으며, 동탄2신도시와도 빠르게 연결된다. 향후 국도 상부는 공원화되어 1~3단지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상부 공원화 조경을 맡아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근에 이마트, CGV, 용인중앙시장, 처인구청 등 중심 상권과 행정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초등학교 부지와 공공도서관(남동도서관)도 단지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입주민 자녀를 위한 학원 서비스로 종로엠스쿨이 은화삼지구에 입점 예정이며, 초·중등 영어 및 수학 교과목 강의를 제공하고 2년간 수강료 30% 할인 혜택도 마련됐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효성중공업이 인천 부평구에 선보이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한정 특별분양에 돌입한다. 지상 최고 45층 총 2475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일부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타 지역 거주자거나 유주택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전매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뒤 가능하며, 계약금은 분양 가격의 5%로 책정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전용면적 59㎡ 타입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 안방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방 3개, 욕실 2개 구조에 발코니 확장 시 체감 면적이 크게 넓어진다. 곳곳에 수납 특화 설계도 더해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혼부부나 3인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에게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받는다.

분양가 상승 요인들 작용
유망 단지 선별 안목 필요


널찍한 서비스 면적도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용 84㎡ 서비스 면적은 26~33㎡ 수준이지만,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경우 42~48㎡로 더 넓다. 실사용 면적으로 보면 인근 단지 전용 96㎡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또 84㎡는 타입에 따라 4베이, 알파룸, 3면 발코니 구조 등을 선보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바로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이다. 산곡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강남까지 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하다. 산곡역에서 GTX-B(예정) 개통이 예정된 부평역(수도권1호선, 인천1호선)까지도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인덕원자이 SK뷰=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 SK뷰’ 아파트가 10년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를 선착순 임대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9층, 총 2633세대 규모로 전용면적 39~112㎡ 대단지로 구성된다. 청약통장 없이도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고, 분양가 납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민간임대 물량으로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임대 세대는 전용면적 39㎡ 단일 평형으로 총 132세대가 공급된다. 1.5룸 구조로 넓은 거실 겸 침실 공간과 주방이 분리돼있어 1~2인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구조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입주 시점에 별도의 기간을 정해 후분양 형태로 진행된다.

별도의 자격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택을 소유 중이어도 계약이 가능하다. 최장 10년의 임대 기간 동안 전대차도 가능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만기가 도래했을 때 확정 분양가로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GX룸, 사우나, 작은도서관, 다목적 체육관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과 센트럴스퀘어, 테마가든, 어린이 놀이터 등 풍부한 녹지 공간이 마련된다. 고화질 CCTV, 필로티 세대 적외선 감지기, 엘리베이터 방범 핸드레일 등의 첨단 보안 시스템도 강화돼있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평촌역을 이용할 수 있다. GTX-C노선, 인동선, 월곶판교선 등 광역교통망이 예정돼있어 미래가치가 기대된다. 단지 인근에는 인동선 안양농수산물시장역을 신설할 예정으로 인덕원역과 한 정거장 거리라는 점에서 역세권 프리미엄도 기대된다.

자격 여부
따지지 않아

롯데마트와 안양농수산물시장, 성심병원, 롯데아울렛 평촌점 등이 인근에 위치한다. 내손초·백운중·백운고는 물론 중·고교 통합형 미래학교도 조성 예정으로 우수한 학군까지 갖췄다.

모락산, 청계산, 백운호수 등 자연환경과 학의천 수변 공원이 인접해 있어 도심 속 자연 친화적 주거 환경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더불어 판교테크노밸리, 안양벤처밸리, 광명시흥테크노밸리(2026년 예정) 등 배후 수요도 풍부해 직주근접 수요자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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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