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달궈지는 처인구 부동산

경기 용인시 처인구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먼저 착공에 돌입한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국내 반도체 투톱의 조 단위 투자가 가시화되면서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수도권 분양가가 해마다 억 단위로 상승하는 가운데 더 오르기 전 랜드마크를 선점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밝힌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개발이 급물살을 탔다.

분주한
움직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월 총 1조3836억원 규모의 ‘1공구 조성공사’ 입찰을 공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산업단지 총 규모는 728만㎡로, 이번 공사는 이 중 494㎡ 규모의 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기간은 약 71개월로 계획돼있다.

향후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총 360조원을 투자해 총 6기의 팹(Fab·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제조 공장 설립에 따른 3기의 발전소, 60개 이상의 소부장 협력기업 등도 입주할 예정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투톱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원삼면 일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지난 2월 415만㎡ 부지서 1기 팹(Fab·반도체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나머지 3개 팹도 순차적으로 건설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 반도체 기업 투톱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더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공시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구개발비 9조348억원, 시설 투자비로 11조9983억원을 각각 집행했다. 이는 전년보다 15.53% 증가한 규모로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투자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설투자액만 10조948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년 동기(9조663억원)보다 13.3%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연구개발비와 시설 투자액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두 배가량 늘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붐을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HBM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로 1조5440억원, 시설 투자액으로 5조8840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2%, 99.9%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치의 토대가 되는 용인시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용인시가 올해 초 고시한 자료에 따르면, 용인시 평균 개별공시지가는 작년보다 3.84% 상승했다. 특히 처인구는 4.62% 오르며 3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가치가 처인구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자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누리는 대장주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수도권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더 오르기 전 랜드마크를 선점하려는 수요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력사도
입주 예정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도권 민간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893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08만원보다 10.9% 오른 수치다.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약 8억8000만원에서 9억8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수도권 국평(전용면적 84㎡)이 10억원에 육박하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분양가에 거래되는 아파트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용인 둔전역 에피트’마저 전 세대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를 비롯해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과 ‘역북 서희스타힐스 프라임시티’가 모두 100% 계약을 마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지역 내 주요 분양단지가 전부 계약을 끝낸 사례는 수도권서 용인이 사실상 유일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서 앞서나가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반도체 클러스터가 개발됨에 따라 용인 처인구 지역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반도체 클러스터 미래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랜드마크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용인 처인구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 대우건설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의 일부 잔여 가구를 대상으로 선착순 분양에 나선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되는 3724가구 규모의 대규모 푸르지오 브랜드 타운으로,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의 직·간접적 수혜가 기대되는 입지다.

푸르지오 브랜드 타운답게 단지 설계도 고급화됐다. 1~3단지 총 3724가구에 걸쳐 지상은 공원형 아파트로 조성되고, 조경 면적은 대지 면적의 약 40%에 달한다. 중앙마당, 산책로, 운동 공간 등 다양한 조경시설과 함께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시공하는 상부공원화 설계도 반영돼 단지 간 경계 없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단지는 두 곳의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접한 입지에 조성된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과 2026년 착공 예정인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가 그 중심이다. 해당 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가 총 36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팹 6기를 순차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주요 분양
전부 계약

단지는 45번 국도와 국지도 57호선, 84호선과 가까워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접하다. 또 용인 고림·역북지구의 상권과 관공서, 학교, 도서관 등 각종 기반시설과 가깝다. 단지 인근에는 초등학교 부지가 마련돼있고 종로엠스쿨이 입점해 있다.

이번 분양은 수지구 동천동 901번지(신분당선 동천역 2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견본주택서 진행된다.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계약 조건이 적용된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고 1차 계약금은 500만원 정액제로 운영된다.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후 전매가 가능하며 중도금 대출 이전에 전매 가능 시점이 도래한다.


분양 관계자는 “가시화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에 따른 미래가치를 선점하려는 수요와 함께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전 막차 수요까지 더해져 실수요와 투자 수요 모두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 SM스틸건설부문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 일원서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을 분양한다. 시행사는 삼라다. 지하 3층~지상 29층, 13개 동, 총 997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양지지구에 처음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며, 선호도 높은 전용면적 84㎡와 희소가치 높은 전용면적 123㎡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양지지구에는 앞서 공급된 1164세대 규모의 ‘경남아너스빌 디센트’ 1~3단지가 위치한다.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과 함께 향후 2161세대 규모의 브랜드타운이 완성될 예정이다.

양지지구는 삼성전자(2031년 가동예정)와 SK하이닉스(2027년 가동 예정) 반도체 클러스터를 차량 10분대로 이동 가능한 출퇴근 최적의 입지가 돋보이는 곳이다.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사업 면적이 415만㎡에 달한다.

평택 고덕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사업면적이 390만㎡인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1기 팹(반도체 생산공장) 첫 삽을 떴다. 업계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양지지구가 가장 빠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의 입주 예정 시기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1기 팹 준공 시점(2027년 예정)과 맞물려 관련 종사자 등의 풍부한 배후 수요가 기대된다.


단지와 약 3㎞ 떨어진 곳에는 용인 국제물류4.0유통단지(2027년 준공 예정)도 조성되고 있다.

10분대로
이동 가능

단지는 중부대로(42번 국도), 영동고속도로 양지IC 등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춰 수도권 어디든 이동이 편리하다. 올해 초에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안성~용인~구리 구간이 개통돼 서울까지 3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태봉산과 노적산, 근린공원 등 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양지체육공원, 수목원, 캠핑장 등도 인근에 위치한다. 교육 환경을 살펴보면 단지 바로 옆에 중학교 예정부지가 위치하며, 인근 양지초등학교와 용동중학교도 도보로 통학 가능하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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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