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쿠팡의 고집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06 13:58:51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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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보상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쿠팡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입차 제한 등을 통해 배송기사를 사실상 해고한 행위에 관해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또 그동안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작업장 내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택배기사 과로사와 블랙리스트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인 쿠팡이 국회 청문회서 질타를 받았다.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하는 등 핵심 증인이 빠졌기 때문이다.

청문회 불참

지난 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열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쿠팡 사장단은 노조 활동을 한 배송기사의 차량 출입을 제한(입차 제한)한 행위에 관한 피해 보상과 복직, 캠프 내 노조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대한 정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직접 사과,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을 받기까지 560일이 걸렸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쿠팡은 송정현 쿠팡노조 일산지회장 등 3명의 택배노동자 차량을 캠프 내 출입 제한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쿠팡캠프서 노조 활동할 권리가 있다”며 송 지회장 등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제기한 ‘출입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 대해 원심 결정의 출입금지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이 쿠팡의 입차 제한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쿠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차 제한을 해제하면서도 정작 택배노동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입차 제한으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영업점과의 계약이 해지된 데 대해서도 “대리점과 해결할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송 지회장은 쿠팡의 이 같은 약속에 대해 “쿠팡은 (입차 제한으로)장시간 피해받은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기보다, 자신들이 보여준 명백한 노조 탄압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노조와 함께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쿠팡의 직접 사과와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 등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했다.

송 지회장은 “과로 노동, 클렌징, 입차 제한, 노동 탄압 등 주요 과제가 100%로 해결되지는 못했다”면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이 상황이 해결된다는 근거가 없었는데 이제야 사과와 복직,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감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쿠팡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프레시백’ 회수, 휴대전화 사용금지 등에 관해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하다 허용
사회적 대화 첫 참여 “택배 근로 개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쿠팡에선 1년에 노동자 100명 중 2명 이상이 다친다”면서 “전관 영입 비용이나 변호사 선임비 중 일부라도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했다면 수십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쿠팡의 업무강도와 업무량, 업무시간, 근무 환경 등이 집적돼 ‘죽음의 공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적절한 휴게 시간 지급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2017년 9월부터 6년에 걸쳐 물류센터를 거친 노동자 1만6450명의 실명·연락처·취업 배제 사유 등을 적은 문건이다. 노조 조합원과 간부, 언론인 등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정종철 CFS 대표도 “해당 자료(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 보도한 언론과 블랙리스트 제보자에 대한 고소·고발도 취하하겠다고 답했다.

쿠팡 측은 또 ‘쿠팡의 성장세에 비해 노동자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결론에 대해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강도를 완화하고 휴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신선식품을 담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작업이 노동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근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사고 예방을 위한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이 오히려 불씨를 키우면서다. 이천 화재의 경우, 불난 것을 발견한 직원이 휴대전화가 없어 119에 즉시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랑 PDA는 뭐가 다른가?
이천 화재, 휴대폰 없었기 때문?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부와 단절된 채, 관리자의 판단과 지시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렇듯 열악한 노동환경, 에어컨 미비 등 최소한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학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서 보장하는 ‘통신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쿠팡은 근로기준법서 정의하고 있는 휴게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쿠팡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명분은 ‘안전’이다. 컨베이어벨트, 지게차가 돌아가는 창고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물류센터노조 등이 지난 2021년 9월 진정을 넣었다. 노조는 “쿠팡의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는 노동자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2022년 9월 인권위는 물류센터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쿠팡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쿠팡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 안건을 앞서 의결하며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물류센터 현장 조사 등을 거친 뒤 물류센터 작업장서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통신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쿠팡 측은 “물류센터 내 반입은 가능하지만, 안전상 이유로 작업 현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개인 사물함 등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점심시간 등 휴게 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판단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서 올 한 해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이후 전면 반입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청문회서 이용우 의원은 사업장 내에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정책 방침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종철 CFS 대표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산재 조사표를 보시면 가장 많은 게 넘어지고 부딪힌 부분”이라며 휴대전화 사용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다 말하는데, 인권위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인권위서 결정한 사항을 왜 자꾸 어기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종업계 외국기업인 아마존도 2년 전부터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냐고 재차 지적했다.

달라진 분위기

그러면서 “노동자들 대부분이 PDA를 지참하고 근무하는데 휴대전화 보면서 사고 난다고 말한다”며 “PDA 보고 일하는 것과 휴대전화와 뭐가 다르냐. 인권위서 정리된 문제고 불법이니까 시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대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쿠팡의 업무용 PDA는 고객의 주문내역을 즉시 작업자에게 전송하는 ‘인공지능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PDA를 켜면 각 작업자에게 맞는 업무량과 배송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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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