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쿠팡의 고집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06 13:58:51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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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보상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쿠팡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입차 제한 등을 통해 배송기사를 사실상 해고한 행위에 관해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또 그동안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작업장 내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택배기사 과로사와 블랙리스트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인 쿠팡이 국회 청문회서 질타를 받았다.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하는 등 핵심 증인이 빠졌기 때문이다.

청문회 불참

지난 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열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쿠팡 사장단은 노조 활동을 한 배송기사의 차량 출입을 제한(입차 제한)한 행위에 관한 피해 보상과 복직, 캠프 내 노조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대한 정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직접 사과,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을 받기까지 560일이 걸렸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쿠팡은 송정현 쿠팡노조 일산지회장 등 3명의 택배노동자 차량을 캠프 내 출입 제한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쿠팡캠프서 노조 활동할 권리가 있다”며 송 지회장 등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제기한 ‘출입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 대해 원심 결정의 출입금지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이 쿠팡의 입차 제한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쿠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차 제한을 해제하면서도 정작 택배노동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입차 제한으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영업점과의 계약이 해지된 데 대해서도 “대리점과 해결할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송 지회장은 쿠팡의 이 같은 약속에 대해 “쿠팡은 (입차 제한으로)장시간 피해받은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기보다, 자신들이 보여준 명백한 노조 탄압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노조와 함께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쿠팡의 직접 사과와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 등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했다.

송 지회장은 “과로 노동, 클렌징, 입차 제한, 노동 탄압 등 주요 과제가 100%로 해결되지는 못했다”면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이 상황이 해결된다는 근거가 없었는데 이제야 사과와 복직,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감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쿠팡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프레시백’ 회수, 휴대전화 사용금지 등에 관해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하다 허용
사회적 대화 첫 참여 “택배 근로 개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쿠팡에선 1년에 노동자 100명 중 2명 이상이 다친다”면서 “전관 영입 비용이나 변호사 선임비 중 일부라도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했다면 수십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쿠팡의 업무강도와 업무량, 업무시간, 근무 환경 등이 집적돼 ‘죽음의 공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적절한 휴게 시간 지급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2017년 9월부터 6년에 걸쳐 물류센터를 거친 노동자 1만6450명의 실명·연락처·취업 배제 사유 등을 적은 문건이다. 노조 조합원과 간부, 언론인 등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정종철 CFS 대표도 “해당 자료(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 보도한 언론과 블랙리스트 제보자에 대한 고소·고발도 취하하겠다고 답했다.

쿠팡 측은 또 ‘쿠팡의 성장세에 비해 노동자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결론에 대해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강도를 완화하고 휴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신선식품을 담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작업이 노동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근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사고 예방을 위한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이 오히려 불씨를 키우면서다. 이천 화재의 경우, 불난 것을 발견한 직원이 휴대전화가 없어 119에 즉시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랑 PDA는 뭐가 다른가?
이천 화재, 휴대폰 없었기 때문?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부와 단절된 채, 관리자의 판단과 지시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렇듯 열악한 노동환경, 에어컨 미비 등 최소한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학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서 보장하는 ‘통신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쿠팡은 근로기준법서 정의하고 있는 휴게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쿠팡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명분은 ‘안전’이다. 컨베이어벨트, 지게차가 돌아가는 창고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물류센터노조 등이 지난 2021년 9월 진정을 넣었다. 노조는 “쿠팡의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는 노동자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2022년 9월 인권위는 물류센터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쿠팡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쿠팡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 안건을 앞서 의결하며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물류센터 현장 조사 등을 거친 뒤 물류센터 작업장서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통신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쿠팡 측은 “물류센터 내 반입은 가능하지만, 안전상 이유로 작업 현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개인 사물함 등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점심시간 등 휴게 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판단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서 올 한 해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이후 전면 반입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청문회서 이용우 의원은 사업장 내에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정책 방침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종철 CFS 대표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산재 조사표를 보시면 가장 많은 게 넘어지고 부딪힌 부분”이라며 휴대전화 사용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다 말하는데, 인권위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인권위서 결정한 사항을 왜 자꾸 어기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종업계 외국기업인 아마존도 2년 전부터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냐고 재차 지적했다.

달라진 분위기


그러면서 “노동자들 대부분이 PDA를 지참하고 근무하는데 휴대전화 보면서 사고 난다고 말한다”며 “PDA 보고 일하는 것과 휴대전화와 뭐가 다르냐. 인권위서 정리된 문제고 불법이니까 시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대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쿠팡의 업무용 PDA는 고객의 주문내역을 즉시 작업자에게 전송하는 ‘인공지능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PDA를 켜면 각 작업자에게 맞는 업무량과 배송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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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