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후…‘뒤늦은’ 국민의힘 현실적 고민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20 16:00:12
  • 호수 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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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없다’ 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번에 걸친 시도 끝에 체포됐다.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관저 근처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의 점심 식사 제안도 거절했다.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노련한 이별의 기술일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이 지난 15일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우려와는 달리, 대통령 경호처(이하 경호처)는 스크럼을 짜지 않았고, 공수처와 경찰의 등산로 우회 진입도 막지 않았다. 관저 내부의 차벽도 스스로 옮겼다.

이별의 시간

일각에선 “경호처 직원들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지휘를 따르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지난 10일 사퇴한 후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 시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의원 내 중진과 영남권 의원 35명은 이날도 지난 6일 진행된 1차 체포 시도 때와 똑같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였다. 이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영장 집행을 저지하려고 했다. 공수처·경찰은 ‘현행범 체포’ 경고 후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일부 의원들은 경찰과의 충돌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윤상현·권영진·이상휘·박충권 의원은 오전 10시 이후 관저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잠시 만났다.


김기현 의원은 해산 후 “인간사냥을 해대고 있는 내로남불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와 불법적인 유혈 사태 조장 등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정 질서와 법치를 파괴하는 내란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 체포영장 집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애매한 발언도 남겼다. 김 의원은 집결 당시 의원들에게 “몸싸움이 생기면 공무집행방해라고 하니, 제일 시비에 안 걸리는 방법은 뒷짐”이라며 “길을 막는 것 자체가 방어라고 하니, 미는 순간 몸싸움이고, 욕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는 선을 넘을 의사는 없음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의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묘한 반응은 1차 체포 시도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관저 근처에 모인 의원들은 44명이었다. 공수처와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철수한 후,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관저서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일부 의원들만 관저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고, 윤상현 의원만이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 집결 의원들 행보는?
앞서 윤의 식사 제안 거절

여기엔 “국민의힘의 현실적인 고민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조기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대선은 고정 지지층을 확실히 다잡은 후 중도층을 설득해야 승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지나치게 빨리 단절하면 고정 지지층의 반발을 산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각종 위법 의혹을 공세 포인트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한(친 한동훈)·중도 성향 의원 18명 외엔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두둔 논란을 연이어 일으켰다.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지나치게 두둔하면 ‘도긴개긴’으로 전락해 이 대표의 위법 의혹을 제기하기 어려워진다.

탄핵 심판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지난 3일 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관련 주장을 철회했다. 탄핵 심판은 소추된 공직자의 위헌·위법을 확인한 후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지 다시 판단한다. 위법 논점을 제외하면, 진행 흐름이 빨라진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공개된 포고령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 사항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국민의힘이 국회 측 주장에 크게 반발했던 실질적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현시점서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할 수 있는 인사는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는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중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을 가장 강하게 두둔하는 사람은 홍 시장이었다. 그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매듭지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 시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집착할 수도 없고, 집착할수록 수렁에 빠진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로 취임한 홍 시장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귀 명분을 만들어준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켰다. 홍 시장은 대선과 지방선거서 연이어 패배한 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홍 시장의 윤 대통령 두둔에 대해선 “이때의 기억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지지층 결집 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겨룬다는 계산하에 윤 대통령에 대한 두둔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선 안 넘고…’ 방법은?
집착할수록 수렁 속으로

김문수 장관도 지속적인 강경보수 행보와 맞물려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국회서 비상계엄령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할 때, 김 장관은 자리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 전 대표·안 의원·유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당과 윤 대통령의 결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각종 목격담만 확인되고 있는 한 전 대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파면되면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의원들이 ‘시작 2’라는 텔레그램 단톡방을 만든 것에 대해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제1차 탄핵소추 당시 찬성표를 던져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공개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동시에 정리하고 청산해야 우리 정치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결별의 강도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선거에 패배하려고 출마하는 정치인은 없다. 아무리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지고 있어도, 이를 뒤집기 위해 세 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 가능성이 거론된 후 당 지지율이 오른 현상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른 민심이탈도 고려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3명의 후보군은 약한 당내 기반 문제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매끄럽게 윤 대통령과 결별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노련한 기술

몰락한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기반을 온전히 하는 것은 정치인에겐 당연한 대응이다. 홍 시장과 김 장관도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 현재로선 단정 짓긴 어렵다. 이별도 기술이 필요하다. 노련한 이별의 기술을 선보이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않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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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