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후…‘뒤늦은’ 국민의힘 현실적 고민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20 16:00:12
  • 호수 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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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없다’ 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번에 걸친 시도 끝에 체포됐다.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관저 근처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의 점심 식사 제안도 거절했다.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노련한 이별의 기술일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이 지난 15일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우려와는 달리, 대통령 경호처(이하 경호처)는 스크럼을 짜지 않았고, 공수처와 경찰의 등산로 우회 진입도 막지 않았다. 관저 내부의 차벽도 스스로 옮겼다.

이별의 시간

일각에선 “경호처 직원들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지휘를 따르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지난 10일 사퇴한 후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 시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의원 내 중진과 영남권 의원 35명은 이날도 지난 6일 진행된 1차 체포 시도 때와 똑같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였다. 이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영장 집행을 저지하려고 했다. 공수처·경찰은 ‘현행범 체포’ 경고 후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일부 의원들은 경찰과의 충돌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윤상현·권영진·이상휘·박충권 의원은 오전 10시 이후 관저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잠시 만났다.


김기현 의원은 해산 후 “인간사냥을 해대고 있는 내로남불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와 불법적인 유혈 사태 조장 등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정 질서와 법치를 파괴하는 내란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 체포영장 집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애매한 발언도 남겼다. 김 의원은 집결 당시 의원들에게 “몸싸움이 생기면 공무집행방해라고 하니, 제일 시비에 안 걸리는 방법은 뒷짐”이라며 “길을 막는 것 자체가 방어라고 하니, 미는 순간 몸싸움이고, 욕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는 선을 넘을 의사는 없음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의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묘한 반응은 1차 체포 시도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관저 근처에 모인 의원들은 44명이었다. 공수처와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철수한 후,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관저서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일부 의원들만 관저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고, 윤상현 의원만이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 집결 의원들 행보는?
앞서 윤의 식사 제안 거절

여기엔 “국민의힘의 현실적인 고민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조기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대선은 고정 지지층을 확실히 다잡은 후 중도층을 설득해야 승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지나치게 빨리 단절하면 고정 지지층의 반발을 산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각종 위법 의혹을 공세 포인트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한(친 한동훈)·중도 성향 의원 18명 외엔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두둔 논란을 연이어 일으켰다.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지나치게 두둔하면 ‘도긴개긴’으로 전락해 이 대표의 위법 의혹을 제기하기 어려워진다.

탄핵 심판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지난 3일 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관련 주장을 철회했다. 탄핵 심판은 소추된 공직자의 위헌·위법을 확인한 후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지 다시 판단한다. 위법 논점을 제외하면, 진행 흐름이 빨라진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공개된 포고령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 사항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국민의힘이 국회 측 주장에 크게 반발했던 실질적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현시점서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할 수 있는 인사는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는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중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을 가장 강하게 두둔하는 사람은 홍 시장이었다. 그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매듭지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 시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집착할 수도 없고, 집착할수록 수렁에 빠진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로 취임한 홍 시장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귀 명분을 만들어준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켰다. 홍 시장은 대선과 지방선거서 연이어 패배한 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홍 시장의 윤 대통령 두둔에 대해선 “이때의 기억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지지층 결집 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겨룬다는 계산하에 윤 대통령에 대한 두둔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선 안 넘고…’ 방법은?
집착할수록 수렁 속으로

김문수 장관도 지속적인 강경보수 행보와 맞물려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국회서 비상계엄령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할 때, 김 장관은 자리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 전 대표·안 의원·유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당과 윤 대통령의 결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각종 목격담만 확인되고 있는 한 전 대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파면되면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의원들이 ‘시작 2’라는 텔레그램 단톡방을 만든 것에 대해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제1차 탄핵소추 당시 찬성표를 던져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공개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동시에 정리하고 청산해야 우리 정치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결별의 강도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선거에 패배하려고 출마하는 정치인은 없다. 아무리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지고 있어도, 이를 뒤집기 위해 세 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 가능성이 거론된 후 당 지지율이 오른 현상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른 민심이탈도 고려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3명의 후보군은 약한 당내 기반 문제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매끄럽게 윤 대통령과 결별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노련한 기술

몰락한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기반을 온전히 하는 것은 정치인에겐 당연한 대응이다. 홍 시장과 김 장관도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 현재로선 단정 짓긴 어렵다. 이별도 기술이 필요하다. 노련한 이별의 기술을 선보이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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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