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감 느꼈나…윤석열, 표결 앞두고 한동훈과 독대

윤 대통령이 먼저 요청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윤 대통령이 먼저 한 대표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한 수습책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남발하는 탄핵 폭거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독대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 문제를 포함해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면담을 마치고 오후 2시20분쯤 국회에 복귀했으나, 회담 결과에 대해선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날인 5일 “탄핵은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어젯밤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군 인사들에 대한 조치조차 하고 있지 않고, 이번 불법 계엄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그로 인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에 친한(친 한동훈)계 인사도 동조하고 나섰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도 당겨야 한다”며 한 대표 입장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내일(7일)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께서 퇴진 계획을 밝히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저는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께서는 아직 어떤 사과도, 입장 표명도 없으며 내일 탄핵안 표결을 맞게 됐다. 국민 뜻을 따르겠다”고 결단 이유를 밝혔다.

반면, 친윤(친 윤석열)계는 ‘탄핵 신중론’을 펴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조치였다. 계엄 과정에서의 위법성과 국민께 피해를 드린 점은 있는 그대로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게 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도 국민들께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또다시 대통령 탄핵에 우리 당이 앞장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탄핵에 앞장서는 것은 국민 앞에 또 다른 무책임이고 보수 궤멸을 우리 손으로 앞당기는 행위”라고 지적하도 했다.

탄핵 정국이 격화되면서 윤 대통령의 입지가 위태로운 가운데, 두 사람의 독대가 탄핵안 표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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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