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건희 특검’ 시나리오

리스크는 리스크로 덮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1월은 더불어민주당에 잔인한 달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 1심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까지 줄줄이 폭탄처럼 터졌다. 오는 2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까지 예정됐다. 그동안 꽃놀이패만 쥐었던 민주당이지만 당장은 ‘김건희 특검법’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떨어지면서 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미리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내세우면서 “더는 민심을 외면하지 말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단일대오를 갖추는 동시에 ‘이재명 1심 선고’를 내세워 공수교대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이 대표의 “고 김문기 처장은 몰랐다”는 발언은 허위 사실로 인정했지만 허위 사실공표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변경한 것”이라는 발언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당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 발언 여부가 핵심이었다.


이 대표는 “고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등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아는 사이였을 것이란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피하고자 국정감사에서 허위 발언을 했다고도 봤다.

민주당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이 대표가 아니었다면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사건”이라며 1심 결과에 앞서 ‘무죄 여론전’을 펼쳤다. 서초동 일대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과 규탄하는 세력이 한데 엉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무죄 ▲벌금 100만원 이하 ▲벌금 100만원 이상 등 유·무죄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특히 벌금형의 경우 100만원 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명운’이 오락가락했던 만큼 민주당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 선고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만큼 민주당에 있어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대법원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1야당의 수장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정치 생명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죄라도 100만원 이하 벌금형일 경우에는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첫 판결부터 발목…더 큰 폭탄 남아
위증교사 1심 결과 여야 모두 ‘촉각’

민주당에서는 완강하게 무죄, 만일 형이 나오더라도 1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무게를 실었지만 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대로 대법원 판결이 굳혀진다면 이 대표는 당선무효는 물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7년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 앞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문제는 오는 25일 있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다.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더욱 센 형량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 역시 사필귀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표된 직후 논평을 내고 “갖은 겁박과 정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엄정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재판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내려졌다. 마땅히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쥐고 흔드는 상황서 민주당이 기댈 수 있는 건 특검법 여론전이다. 여권 내에서 지난 14일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을 “날치기” “사법 리스크 희석용”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기도 하다.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독소조항을 모조리 빼겠다고 선언한 반면, 국민의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이 제시한 특검법 수정안은 기존 14개의 수사 대상을 2개로 대폭 줄이는 걸 골자로 한다.

강 대 강
데스매치

수정안에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비선 실세 명태균씨를 통해 부정선거·인사 개입·국정 농단 등을 자행한 사건만 담겼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비롯한 ▲용산 집무실 이전 개입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등은 모두 제외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장했던 제3자 추천도 수용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이 중에서 대통령이 1명을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대한 한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운운하는 핑계를 그만하고 직접 국민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라”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과 특별검사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수사 범위가 줄어든 것은 국민의힘의 반대 명분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패턴이 쳇바퀴처럼 도는 상황서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 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허들을 낮췄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정안을 “기존 특검법과 달라지지 않은 눈속임”이라고 비판하며 여당 내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특검법은 여당의 분열을 유도하는 최악의 꼼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꼼수 특검으로 특정 개인과 특정 정당을 짓밟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특검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탈표
동상이몽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대표의 1심 결과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탄 특검”이라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친한(친 한동훈)계가 주장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도 변수 중 하나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감은 한 대표가 당정의 쇄신과 변화를 위해 제시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4일 본회의를 앞두고 ‘특검법 대 특감’으로 대결 구도가 세워졌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감 임명 관련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진행과 관련해선 원대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별다른 표결 절차는 없었으며 특별감찰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91인 중 ▲찬성 191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벌써부터 가닥 잡히면서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APEC 및 G20 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순방길에 올랐는데, 오는 21일 귀국한 이후 재의요구를 행사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서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처신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삼권분립 훼손”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 등의 입장을 밝히며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국힘, 특검법에 특감으로 맞불
거부권 행사 시 이탈표 관건

국회서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을뿐더러 어떤 사건을 어떤 검사에게 배당하는지 등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특검이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의 8표’가 또다시 특검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는 없다”며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특검법에 찬성하는 것은 곧 국회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을 인정하는 꼴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재의결하겠다며 벼르는 28일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25일) 이후 시점이다. 국민의힘 결집력이 가장 강할 때인 만큼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민주당에서는 8표에 가까운 이탈표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탈표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당장 (이탈표)8표가 나오지 않더라도 서서히 용산을 압박하는 계기는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언제까지나 흐린 눈을 한 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감으로 맞불을 놨던 국민의힘이 막상 특검법 표결 시 전원 퇴장한 것을 두고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단속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팎으로
줄줄 샐까

여당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만 바라보고 있지만 이쪽 상황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닫힐 기미가 없는 ‘명태균 게이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당정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가득이다.

결국 서로의 리스크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여론전에 돌입한 여의도가 또다시 정쟁 소용돌이에 빨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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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