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건희 특검’ 시나리오

리스크는 리스크로 덮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1월은 더불어민주당에 잔인한 달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 1심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까지 줄줄이 폭탄처럼 터졌다. 오는 2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까지 예정됐다. 그동안 꽃놀이패만 쥐었던 민주당이지만 당장은 ‘김건희 특검법’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떨어지면서 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미리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내세우면서 “더는 민심을 외면하지 말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단일대오를 갖추는 동시에 ‘이재명 1심 선고’를 내세워 공수교대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이 대표의 “고 김문기 처장은 몰랐다”는 발언은 허위 사실로 인정했지만 허위 사실공표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변경한 것”이라는 발언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당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 발언 여부가 핵심이었다.


이 대표는 “고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등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아는 사이였을 것이란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피하고자 국정감사에서 허위 발언을 했다고도 봤다.

민주당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이 대표가 아니었다면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사건”이라며 1심 결과에 앞서 ‘무죄 여론전’을 펼쳤다. 서초동 일대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과 규탄하는 세력이 한데 엉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무죄 ▲벌금 100만원 이하 ▲벌금 100만원 이상 등 유·무죄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특히 벌금형의 경우 100만원 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명운’이 오락가락했던 만큼 민주당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 선고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만큼 민주당에 있어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대법원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1야당의 수장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정치 생명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죄라도 100만원 이하 벌금형일 경우에는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첫 판결부터 발목…더 큰 폭탄 남아
위증교사 1심 결과 여야 모두 ‘촉각’

민주당에서는 완강하게 무죄, 만일 형이 나오더라도 1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무게를 실었지만 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대로 대법원 판결이 굳혀진다면 이 대표는 당선무효는 물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7년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 앞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문제는 오는 25일 있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다.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더욱 센 형량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 역시 사필귀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표된 직후 논평을 내고 “갖은 겁박과 정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엄정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재판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내려졌다. 마땅히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쥐고 흔드는 상황서 민주당이 기댈 수 있는 건 특검법 여론전이다. 여권 내에서 지난 14일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을 “날치기” “사법 리스크 희석용”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기도 하다.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독소조항을 모조리 빼겠다고 선언한 반면, 국민의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이 제시한 특검법 수정안은 기존 14개의 수사 대상을 2개로 대폭 줄이는 걸 골자로 한다.

강 대 강
데스매치

수정안에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비선 실세 명태균씨를 통해 부정선거·인사 개입·국정 농단 등을 자행한 사건만 담겼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비롯한 ▲용산 집무실 이전 개입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등은 모두 제외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장했던 제3자 추천도 수용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이 중에서 대통령이 1명을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대한 한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운운하는 핑계를 그만하고 직접 국민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라”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과 특별검사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수사 범위가 줄어든 것은 국민의힘의 반대 명분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패턴이 쳇바퀴처럼 도는 상황서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 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허들을 낮췄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정안을 “기존 특검법과 달라지지 않은 눈속임”이라고 비판하며 여당 내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특검법은 여당의 분열을 유도하는 최악의 꼼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꼼수 특검으로 특정 개인과 특정 정당을 짓밟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특검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탈표
동상이몽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대표의 1심 결과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탄 특검”이라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친한(친 한동훈)계가 주장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도 변수 중 하나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감은 한 대표가 당정의 쇄신과 변화를 위해 제시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4일 본회의를 앞두고 ‘특검법 대 특감’으로 대결 구도가 세워졌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감 임명 관련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진행과 관련해선 원대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별다른 표결 절차는 없었으며 특별감찰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91인 중 ▲찬성 191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벌써부터 가닥 잡히면서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APEC 및 G20 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순방길에 올랐는데, 오는 21일 귀국한 이후 재의요구를 행사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서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처신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삼권분립 훼손”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 등의 입장을 밝히며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국힘, 특검법에 특감으로 맞불
거부권 행사 시 이탈표 관건

국회서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을뿐더러 어떤 사건을 어떤 검사에게 배당하는지 등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특검이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의 8표’가 또다시 특검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는 없다”며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특검법에 찬성하는 것은 곧 국회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을 인정하는 꼴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재의결하겠다며 벼르는 28일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25일) 이후 시점이다. 국민의힘 결집력이 가장 강할 때인 만큼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민주당에서는 8표에 가까운 이탈표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탈표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당장 (이탈표)8표가 나오지 않더라도 서서히 용산을 압박하는 계기는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언제까지나 흐린 눈을 한 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감으로 맞불을 놨던 국민의힘이 막상 특검법 표결 시 전원 퇴장한 것을 두고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단속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팎으로
줄줄 샐까

여당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만 바라보고 있지만 이쪽 상황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닫힐 기미가 없는 ‘명태균 게이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당정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가득이다.

결국 서로의 리스크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여론전에 돌입한 여의도가 또다시 정쟁 소용돌이에 빨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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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