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에 집단 움직임 분위기…시발점은?

지난 12일, 덕성·숙명·한양여대도 총학 성명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재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덕성여자대학교(덕성여대), 숙명여자대학교(숙명여대), 한양여자대학교(한양여대) 등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덕성여대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의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 ‘파도’는 “최근 동덕여대서 공학으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이 논의가 재학생들의 동의 없이 총학생회조차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동덕여대 총학생회 및 학생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여자대학교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차별 없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돼 여성 교육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귀중한 가치를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현재 대학 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안전한 공간을 빼앗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학 전환 여부를 결졍해야 하고, 민주동덕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학생과 교수진, 그리고 대학 본부 간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철회를 지지했다.

이날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설원’도 성명문을 통해 “대한민국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여자대학은 그 존재 이유를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진정으로 동등한 사회적 주체로 인정받을 때까지 여자대학은 그 역할을 다하며 그 어떤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여성들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겠다. 여대의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끊임없이 저향하며 여자대학이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 사회의 여성만을 위한 공간인 모든 여자대학과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양여대 총학생회 ‘한결’도 ‘여자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입장문을 통해 “동덕여대는 ‘여성’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는 창립 정신을 토대로 개교됐으며, 이런 정신은 대학의 목적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한결은 “그러나 동덕여대는 재학생의 의견을 묵살한 채 대학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버리고 있다. 국내 여대들은 여성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건립됐는데, 이 부분서 근본적인 질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로 구별된다. 이는 사회적 차별을 받는 대상을 의미하며 혐오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은 인간으로서 차별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여대가 설립됐다”며 “여성을 향한 혐오 범죄가 판치는 세상서 차별 없이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은 구성원이 여성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대는 존재 자체만으로 여성이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때문에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움직임은 여성의 권리, 재학생의 권리를 학교의 독단적 행동으로 짓밟는 행위로, 창립 정신을 되새겨 학교의 방향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결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철회를 하는 순간까지 반대를 위해 목소리 내는 학우분들을 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덕성여대, 숙명여대에 이어 한양여대, 수원여대 총학생회도 공학 전환 반대 운동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소재의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재학생 100여명이 ‘대학 본부는 공학 전환 즉시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학교 곳곳에는 시위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백주년기념관 건물 앞 계단에는 ‘공학 전환 결사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들이 출입을 막아섰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본관 앞에 과잠(대학 점퍼)을 늘어놓고, 건물 외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공학 전환 반대’라는 구호를 크게 적어놓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 또 학교 곳곳에 ‘사기 입학’ ‘민주 동덕은 죽었다’ ‘여자들이 만만하냐’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롭게 폐교하자’ 등의 글귀를 새겨 넣으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학교 앞에 놓인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에 의해 달걀, 페인트 등을 뒤집어썼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이날 예정된 음대 졸업 연주회장을 찾아 행사를 방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음대 학생 및 교수들은 ‘졸업연주만이라도 하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욕설과 조롱으로 모욕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X(구 트위터)엔 한 트위터리안은 ‘졸업연주회 해야 한다는 학생들과 음대 교수’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동영상을 게재했다. 전체 화면이 블러 처리된 해당 영상엔 학생들끼리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트위터리안은 “(음대)교수님께서 ‘마스크는 왜 쓰냐? 너네가 딥페이크 당하냐? 경찰 부르겠다’고 하시며 학생을 조롱하고 협박하셨지만, 저는 당신이 딥페이크 당할 것을 염려해 얼굴을 가렸다”고 주장했다.

음대는 졸업작품을 제출하는 타 학과와는 달리 연주가 필수 요건인 만큼 불이행 시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명여대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흉기로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이 온라인에 게재됐다는 신고를 받고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추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재학생들의 공학 철회 시위가 ‘수업 거부’ ‘설립자 흉상 테러’ ‘창문 래커 칠’ 등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며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서 막무가내식의 테러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성인들이 모인 대학서 더 이상의 과격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면서도 “각 대학 측도 재학생들과의 대화의 장을 갖는 등 사전에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 정도는 밟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조언했다.


교육계에선 여대들의 공학 전환 논란의 시작은 성신여자대학교(성신여대)의 내년도 특별전형 모집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성신여대 대학 본부가 ‘2025학년도 국제학부의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남학생 입학생을 허용하기로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불거진 것.

이에 성신여대 총학생회 ‘여일하게’는 ‘여성만이 성신을 비추고 성신이 세상을 밝히리라’는 대자보를 게시하며 불을 지폈다.

여일하게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우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단독적으로 결정해 모집 요강을 공개했다. 이는 자주정신의 가치를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임이 자명하다”며 성신여대 대학 본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우리나라 역사 속 여자대학교의 설립은 여성의 교육 확대를 보장받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며, 오직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임에 그 존재 가치를 갖는다”며 “학교 본부는 오직 여성만을 위한 여자대학교의 목적을 직시하고 학우들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에 ▲여대의 존립 이유를 해치는 남성 재학생 수용 중단 ▲성신여대의 방향성을 재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유 및 소통 ▲여성만을 위한 여대의 본분을 직시해 학생의 존엄성 보장을 요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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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