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사는데…’ 거야 각개전투, 왜?

머릿수는 많은데 비실비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리 뭉치고 저리 뭉쳐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야6당이 손을 잡으면 21석까지 가능하지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찢어진 ‘이낙연-이준석 빅텐트’가 트라우마로 남은 탓일까? 톱니바퀴를 억지로 맞추다간 오히려 탈이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완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총선을 치르기 전부터 요구해 왔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야기가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려 야6당끼리도 머리를 맞대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딱 8석이 모자란 혁신당만 속이 바싹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틀어진
시나리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열풍이 불었다. 두 당은 ‘윤석열 심판론’을 놓고 함께 싸우자며 우애를 다졌다. 혁신당의 발목을 잡던 교섭단체 조건을 현행 20석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데 민주당도 동의하는 듯했다.

혁신당은 제3의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개혁 과제 실현이 더 용이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민주당을 설득하고 있다. 양당 교섭단체 체제로는 극단적인 대결과 파행이 거듭되지만 제3교섭단체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게 되면 지금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다.

군소정당 차원서도 교섭단체를 꾸리는 게 이득이다. 20석 미만인 비교섭단체는 정보위원회 활동이 불가능할뿐더러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둘 수 없다. 본회의나 상임위, 또는 국정감사 같은 중요 일정 논의에서 배제되는 설움도 있다.


당시 12~15석을 예상하던 혁신당은 총선 기간 진보 진영의 군소정당들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총선이 끝난 후 혁신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야6당끼리 손을 잡는 밑그림을 그렸다. 12석을 확보한 혁신당을 포함해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사회민주당 1석 ▲새진보연합 1석이 뭉치면 총 21석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윤정부 심판을 외치던 진보 진영의 군소정당이 전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총선이 끝나자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당선인이 합류를 보류하거나 선을 긋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다.

여기에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민주당마저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서 혁신당 내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돌풍을 타고 여의도에 진입한 혁신당 조국 대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다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총선이 끝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다시 한번 요구사항을 전했다.

‘목마른 혁신당’ 삽 들고 나섰지만…
살살 선 긋는 민주당에 ‘도돌이표’


조 대표는 “총선 기간에 당시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이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 기준을 낮추겠다고 했고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익표 의원도 ‘의석수 기준을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김민석 의원이 말했던 것을 되돌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원내 교섭단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급하게 서두를 생각은 없고 특정 당 사람을 빼 올 생각도 없다”며 “정공법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의 요구에도 민주당이 선을 그으면서 교섭단체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김민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총선 당시 정책 발표까지 담당하던 상황실장으로서 지난 3월27일 제기된 국민의힘 측의 정치개혁안 발표에 대응하는 차원서 정치 관련 정책 발표를 했다”며 “주요 공약 발표 후 당 연구원서 취합한 자료에 나온 교섭단체 요건 완화도 논의 및 검토 과제로 제기한 바 있다. 숫자 등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차후 검토사항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 정책을 발표하던 당시 교섭단체 기준 완화를 제시한 것은 맞지만 이는 이전부터 당이 논의해 왔던 안건일 뿐, 혁신당을 염두에 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장기적 논의사항이라는 것과 구체적으로 10석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 혁신당도 이를 유념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 혁신당만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은 아니다. 새로운미래와 진보당 등도 저마다 의견을 피력하며 교섭단체에만 주도권이 주어지는 국회 생태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 대변인은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서 “거대 양당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조건서 지금 규정은 너무 엄격하다. 운영위원회에는 원내 모든 정당이 당연히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20석 이상이라는 규정은 대폭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진보당에서는 ‘5석 이상 개정안’ 등 다양한 제기 방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동상이몽

지난 6월 야6당 원내대표가 공동 교섭단체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지 이목이 쏠렸다. 이날 마련된 자리에는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자리했다.

새로운미래 김 의원은 “교섭단체 제도를 바꾸거나 폐지하는 게 맞다”며 힘을 실었다. 이어 “교섭단체는 정당은 아니라서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견해를 같이하거나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는데 국회 운영에 관해서는 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목소리를 같이 내는 게 교섭단체의 취지”라며 먼저 나서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개혁신당이 혁신당을 비롯한 사회민주당·진보당 등과 손을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역시나 혁신당은 이날 자리가 마무리된 후 언론 공지를 통해 “야6당 공동 교섭단체 추진 관련해 논의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알렸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공동 교섭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논의 없이 무작정 상대방과 손을 잡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개혁신당도 “공동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향후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으로 추진과 관련해선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야6당이 곧바로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의 방향성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빅텐트를 쳤지만 결국 갈라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야당으로 묶이지만 정치 스펙트럼 선에서 놓고 봤을 때 끝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 군소정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솔직히 공동 교섭단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한 가지 걸리는 건 국민의힘과 가장 근접하게 위치한 개혁신당”이라며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개혁신당과 함께 가야 하는데 서로 불편해하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비전이 같아야 잡음이 없고 또 각 당의 지지자분들도 이해해주실 텐데 (개혁신당과 손을 잡는 건)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 조건에 대한 진전이 없다. 민주당이 해법을 쥐고 있는데 아마 그쪽(민주당)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그래도 거대 양당의 충돌을 제3자가 막아주는 상황이 조금 더 희망적이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유 있는
급발진


새로운미래 관계자 역시 “김 의원은 윤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졌다. 반면 혁신당이 이 대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서로(김 의원과 조 대표)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김 의원 역시 교섭단체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어디까지나 정책 부문서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지, 혁신당과의 깊은 관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야6당은 공동 교섭단체에 뜻을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저마다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 개혁신당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8일 조 대표가 개혁신당 허은하 대표를 예방했지만 양쪽 모두 “공동 교섭단체 구성 관련해 적극적으로 열어두고 있다” “구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민심 그대로 정치혁신 4법’을 발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서 “10석이던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20석으로 올린 것은 1971년 박정희 독재정권”이라며 “국회가 낡은 정치체제를 대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곧 22대 총선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10석이란 숫자가 도출된 이유는 각 3석을 확보한 진보당과 개혁신당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둘 중 한쪽이라도 뜻을 함께하지 않으면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넘지 못하는 만큼 12석인 자당의 힘으로 교섭단체를 꾸리겠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보다 높은 15석으로 합의를 보더라도 3석만 확보하면 된다. 야6당이 뭉치기 어려운 상황서 의석수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혁신당은 최근까지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설득을 시도했다. 이들 모두 교섭단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은 서로 협의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우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서 교섭단체 완화에 관한 질문에 “다수의 교섭단체 생성이 꽉 막힌 정국서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군소정당이)양당을 잘 설득하고 순기능을 이야기해서 관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군소정당에 공을 넘겼다.

교섭단체 캐스팅보트 진보·개혁신당
“달라도 너무 달라” 빅텐트 뻔한 결말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주지 않던 시점서 국회 국민청원이 해법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국회 교섭단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이 소관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명 동의를 충족하면서다.

앞서 조 대표는 청원 링크를 SNS에 게시하고 당원들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혁신당 의원들 역시 일제히 SNS에 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청원 동의를 격려했다.

지난 19일 해당 청원은 심사 요건을 충족해 국회 운영위원회로 자동 회부됐다. 공이 국회로 넘어오자 조 대표는 “이제 민주당이 응답할 차례”라며 “옳은 주장이지만 우리에게 이익이 없으니 하기 싫다는 건 이기주의 발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길게 보면 어떤 선택이 승리의 길인지 명확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혁신당이 교섭단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회 내 각종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야6당 중 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제일 열심히 하고 있다. 12석의 혁신당은 1~2석을 가진 정당보다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20점을 맞은 학생과 98점을 맞은 학생 중 어느 쪽이 100점을 위해 더 노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서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이런저런 제약도 풀리지만 조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법원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 국회에 조금이라도 더 파고들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함께한 비례혁신당 의원들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둥지를 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 대표에게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모든 논의는 과반 의석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도권을 쥔 민주당은 “야6당의 합의 없이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는 오히려 이재명 대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고 의회 운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를 이 대표의 라이벌로 보는데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 상황서 혁신당은 아군이 아니라 우군”이라며 “현실적으로 야6당, 21석이 뭉치기는 어렵다. 20석을 10석으로 완화해 혁신당이 독자적 교섭단체가 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게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추석 전후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한발 후퇴?
도움닫기?

이 관계자는 “TF처럼 느슨한 형태의 교섭단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야6당이 손잡고 간병인 부담 완화나 간호법 같은 민생법안을 추석 전까지 빠르게 통과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대에 부담을 느끼는 당이 있는 만큼 정책 지향성을 배제하고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핵심 의제를 관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임 당 대표의 회담이 한차례 미뤄지면서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 제3정당의 공간이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민생 의제를 두고 존재감 확보를 위해 추석 전후로 교섭단체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조 회동 무슨 말 오갔나?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만남을 가졌다.

이 대표는 “두 당의 관계는 협력적 경쟁 관계이자 경쟁적 협력관계”라며 “우당으로서 최종적 정권교체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조 대표 역시 정권교체를 힘주어 말하며 “이 대표가 선봉에 서서 3가지 과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교섭단체 문제에 공감하며 기본과 원칙을 위해 힘을 모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 18일 전당대회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정치라는 게 현실이어서 제 개인적인 뜻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닌데 노력해보겠다”고 말해 민주당 내 의견을 통합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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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