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사는데…’ 거야 각개전투, 왜?

머릿수는 많은데 비실비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리 뭉치고 저리 뭉쳐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야6당이 손을 잡으면 21석까지 가능하지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찢어진 ‘이낙연-이준석 빅텐트’가 트라우마로 남은 탓일까? 톱니바퀴를 억지로 맞추다간 오히려 탈이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완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총선을 치르기 전부터 요구해 왔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야기가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려 야6당끼리도 머리를 맞대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딱 8석이 모자란 혁신당만 속이 바싹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틀어진
시나리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열풍이 불었다. 두 당은 ‘윤석열 심판론’을 놓고 함께 싸우자며 우애를 다졌다. 혁신당의 발목을 잡던 교섭단체 조건을 현행 20석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데 민주당도 동의하는 듯했다.

혁신당은 제3의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개혁 과제 실현이 더 용이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민주당을 설득하고 있다. 양당 교섭단체 체제로는 극단적인 대결과 파행이 거듭되지만 제3교섭단체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게 되면 지금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다.

군소정당 차원서도 교섭단체를 꾸리는 게 이득이다. 20석 미만인 비교섭단체는 정보위원회 활동이 불가능할뿐더러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둘 수 없다. 본회의나 상임위, 또는 국정감사 같은 중요 일정 논의에서 배제되는 설움도 있다.


당시 12~15석을 예상하던 혁신당은 총선 기간 진보 진영의 군소정당들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총선이 끝난 후 혁신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야6당끼리 손을 잡는 밑그림을 그렸다. 12석을 확보한 혁신당을 포함해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사회민주당 1석 ▲새진보연합 1석이 뭉치면 총 21석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윤정부 심판을 외치던 진보 진영의 군소정당이 전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총선이 끝나자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당선인이 합류를 보류하거나 선을 긋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다.

여기에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민주당마저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서 혁신당 내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돌풍을 타고 여의도에 진입한 혁신당 조국 대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다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총선이 끝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다시 한번 요구사항을 전했다.

‘목마른 혁신당’ 삽 들고 나섰지만…
살살 선 긋는 민주당에 ‘도돌이표’


조 대표는 “총선 기간에 당시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이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 기준을 낮추겠다고 했고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익표 의원도 ‘의석수 기준을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김민석 의원이 말했던 것을 되돌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원내 교섭단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급하게 서두를 생각은 없고 특정 당 사람을 빼 올 생각도 없다”며 “정공법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의 요구에도 민주당이 선을 그으면서 교섭단체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김민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총선 당시 정책 발표까지 담당하던 상황실장으로서 지난 3월27일 제기된 국민의힘 측의 정치개혁안 발표에 대응하는 차원서 정치 관련 정책 발표를 했다”며 “주요 공약 발표 후 당 연구원서 취합한 자료에 나온 교섭단체 요건 완화도 논의 및 검토 과제로 제기한 바 있다. 숫자 등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차후 검토사항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 정책을 발표하던 당시 교섭단체 기준 완화를 제시한 것은 맞지만 이는 이전부터 당이 논의해 왔던 안건일 뿐, 혁신당을 염두에 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장기적 논의사항이라는 것과 구체적으로 10석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 혁신당도 이를 유념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 혁신당만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은 아니다. 새로운미래와 진보당 등도 저마다 의견을 피력하며 교섭단체에만 주도권이 주어지는 국회 생태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 대변인은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서 “거대 양당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조건서 지금 규정은 너무 엄격하다. 운영위원회에는 원내 모든 정당이 당연히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20석 이상이라는 규정은 대폭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진보당에서는 ‘5석 이상 개정안’ 등 다양한 제기 방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동상이몽

지난 6월 야6당 원내대표가 공동 교섭단체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지 이목이 쏠렸다. 이날 마련된 자리에는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자리했다.

새로운미래 김 의원은 “교섭단체 제도를 바꾸거나 폐지하는 게 맞다”며 힘을 실었다. 이어 “교섭단체는 정당은 아니라서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견해를 같이하거나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는데 국회 운영에 관해서는 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목소리를 같이 내는 게 교섭단체의 취지”라며 먼저 나서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개혁신당이 혁신당을 비롯한 사회민주당·진보당 등과 손을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역시나 혁신당은 이날 자리가 마무리된 후 언론 공지를 통해 “야6당 공동 교섭단체 추진 관련해 논의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알렸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공동 교섭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논의 없이 무작정 상대방과 손을 잡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개혁신당도 “공동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향후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으로 추진과 관련해선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야6당이 곧바로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의 방향성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빅텐트를 쳤지만 결국 갈라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야당으로 묶이지만 정치 스펙트럼 선에서 놓고 봤을 때 끝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 군소정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솔직히 공동 교섭단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한 가지 걸리는 건 국민의힘과 가장 근접하게 위치한 개혁신당”이라며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개혁신당과 함께 가야 하는데 서로 불편해하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비전이 같아야 잡음이 없고 또 각 당의 지지자분들도 이해해주실 텐데 (개혁신당과 손을 잡는 건)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 조건에 대한 진전이 없다. 민주당이 해법을 쥐고 있는데 아마 그쪽(민주당)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그래도 거대 양당의 충돌을 제3자가 막아주는 상황이 조금 더 희망적이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유 있는
급발진


새로운미래 관계자 역시 “김 의원은 윤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졌다. 반면 혁신당이 이 대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서로(김 의원과 조 대표)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김 의원 역시 교섭단체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어디까지나 정책 부문서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지, 혁신당과의 깊은 관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야6당은 공동 교섭단체에 뜻을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저마다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 개혁신당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8일 조 대표가 개혁신당 허은하 대표를 예방했지만 양쪽 모두 “공동 교섭단체 구성 관련해 적극적으로 열어두고 있다” “구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민심 그대로 정치혁신 4법’을 발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서 “10석이던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20석으로 올린 것은 1971년 박정희 독재정권”이라며 “국회가 낡은 정치체제를 대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곧 22대 총선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10석이란 숫자가 도출된 이유는 각 3석을 확보한 진보당과 개혁신당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둘 중 한쪽이라도 뜻을 함께하지 않으면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넘지 못하는 만큼 12석인 자당의 힘으로 교섭단체를 꾸리겠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보다 높은 15석으로 합의를 보더라도 3석만 확보하면 된다. 야6당이 뭉치기 어려운 상황서 의석수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혁신당은 최근까지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설득을 시도했다. 이들 모두 교섭단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은 서로 협의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우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서 교섭단체 완화에 관한 질문에 “다수의 교섭단체 생성이 꽉 막힌 정국서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군소정당이)양당을 잘 설득하고 순기능을 이야기해서 관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군소정당에 공을 넘겼다.

교섭단체 캐스팅보트 진보·개혁신당
“달라도 너무 달라” 빅텐트 뻔한 결말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주지 않던 시점서 국회 국민청원이 해법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국회 교섭단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이 소관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명 동의를 충족하면서다.

앞서 조 대표는 청원 링크를 SNS에 게시하고 당원들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혁신당 의원들 역시 일제히 SNS에 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청원 동의를 격려했다.

지난 19일 해당 청원은 심사 요건을 충족해 국회 운영위원회로 자동 회부됐다. 공이 국회로 넘어오자 조 대표는 “이제 민주당이 응답할 차례”라며 “옳은 주장이지만 우리에게 이익이 없으니 하기 싫다는 건 이기주의 발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길게 보면 어떤 선택이 승리의 길인지 명확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혁신당이 교섭단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회 내 각종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야6당 중 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제일 열심히 하고 있다. 12석의 혁신당은 1~2석을 가진 정당보다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20점을 맞은 학생과 98점을 맞은 학생 중 어느 쪽이 100점을 위해 더 노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서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이런저런 제약도 풀리지만 조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법원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 국회에 조금이라도 더 파고들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함께한 비례혁신당 의원들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둥지를 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 대표에게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모든 논의는 과반 의석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도권을 쥔 민주당은 “야6당의 합의 없이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는 오히려 이재명 대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고 의회 운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를 이 대표의 라이벌로 보는데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 상황서 혁신당은 아군이 아니라 우군”이라며 “현실적으로 야6당, 21석이 뭉치기는 어렵다. 20석을 10석으로 완화해 혁신당이 독자적 교섭단체가 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게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추석 전후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한발 후퇴?
도움닫기?

이 관계자는 “TF처럼 느슨한 형태의 교섭단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야6당이 손잡고 간병인 부담 완화나 간호법 같은 민생법안을 추석 전까지 빠르게 통과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대에 부담을 느끼는 당이 있는 만큼 정책 지향성을 배제하고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핵심 의제를 관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임 당 대표의 회담이 한차례 미뤄지면서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 제3정당의 공간이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민생 의제를 두고 존재감 확보를 위해 추석 전후로 교섭단체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조 회동 무슨 말 오갔나?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만남을 가졌다.

이 대표는 “두 당의 관계는 협력적 경쟁 관계이자 경쟁적 협력관계”라며 “우당으로서 최종적 정권교체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조 대표 역시 정권교체를 힘주어 말하며 “이 대표가 선봉에 서서 3가지 과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교섭단체 문제에 공감하며 기본과 원칙을 위해 힘을 모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 18일 전당대회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정치라는 게 현실이어서 제 개인적인 뜻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닌데 노력해보겠다”고 말해 민주당 내 의견을 통합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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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