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손익계산서

‘어대명’ 약이냐 독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의 존재감이 여야를 넘나들고 있지만 결국엔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안착할 수밖에 없다.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야말로 ‘갑툭튀’한 인물이다. 민주당과의 조심스러운 동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13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석방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지난해 8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복권 후 계획했던 대로 연말 즈음 귀국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러(여론) 왜곡 관련자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했다”며 “이로 인한 정치적 갈등을 일단락하고 통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발표했다.

관심 집중

김 전 지사 외에도 이명박정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박근혜정부 고위 관계자인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복권 직후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복권에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 2021년 7월 대법원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이후 2022년 12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신년 특별사면서 약 5개월 남은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까지 어떠한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복권이 이뤄지면서 피선거권 제한이 풀렸고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설 가능성이 점쳐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 전 지사는 ‘친문(친 문재인) 적자’로도 불린다. 이 대표에 비해 팬덤이 약하지만 대체로 퍼포먼스와 소통에 능하다는 평도 받는다. 복권이 확정되기도 전 민주당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친문 적자’ 돌아와도 여유로운 이
주판알 굴려보니…이유 있는 웃음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싸고 윤-한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상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비록 복권 요청 여부를 놓고 이 대표와 대통령실의 진실공방이 벌어졌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빠르게 수습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엉뚱한 곳에서 파열음이 터졌지만 김 전 지사는 민주당 출신이다. 결국 지형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민주당인 셈이다.

그동안 김 전 지사는 친문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하면서 역할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5월은 명심(이 대표의 의중)이 가리키던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장 경선서 패하면서 ‘명심불패’가 깨지던 때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마침 귀국한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비명(비 이재명)계가 결집해 다시 한번 친문 세력을 일으킬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잠시 귀국한 입장서 한국의 현실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김 전 지사는 추도식 참석 외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개인 일정을 마친 뒤 6월 중 한국을 떠났다.

피선거권 제한이 풀린 김 전 지사는 자칭타칭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8·18 전당대회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된 셈이다.

김 전 지사가 복권하면서 오히려 이 대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경쟁 상대를 받아주는 ‘포용력’과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을 깨는 효과를 동시에 가져왔단 점에서다.

이처럼 민주당에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며 “당원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적극 찬성했던 김두관 전 당 대표 후보 역시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적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도 “김·경·수, 세 글자를 다시 한번 불러봅니다!”라고 SNS에 적었다.

이는 당의 분열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양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당대회서도 확인했듯이 현재 민주당 내 이 대표의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한 사람(김 전 지사)의 등장만으로 이미 단단히 굳어진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당의 역동성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기상조” 한발 뒤로
2027년 대선 라이벌로 만날까

이 대표가 아닌 ‘원조 친문계’ 인사와의 합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소위 친문이나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따라 민주당 내 기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아무래도 전당대회가 끝나면 비명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두관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대표의 말 한마디로 최고위원 후보 순위가 바뀌지 않았나. 아무리 명심이 당심이라지만 자신이 응원하던 후보가 순위권서 밀린다면 지지자들도 다소 실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이제 막 치러진 만큼 당분간은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 대표에게 쏠릴 것이다. 김 전 지사의 존재감도 흐려질 것이고, 귀국 예정인 11월 말이나 되어서야 다시 이슈가 재점화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재명의 벽’을 깨부술 강력한 한방이 없는 상황서 조바심에 앞서 친문과 손을 잡는다면 오히려 김 전 지사에게 독이 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여의도에서는 김 전 지사가 민주당이 아닌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며 그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복권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정경심 교수가 재소환될 수 있어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덩달아 불거질 위험이 있다.

한 혁신당 관계자 또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혁신당은 김 전 지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게)부담스러울 만도 하다.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이야기해놓은 상태인데 김 전 지사 문제로 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며 “혁신당은 혁신당만의 이슈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제 막 복권한 김 전 지사가 곧바로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은 미미하다. 친문 대표격인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직결될 수 있어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조심스럽게

구태여 분란을 만들지 않는 편이 민주당과 친문 세력 양쪽을 보호할 수 있을뿐더러 추후 자신의 세를 모을 때 뒤탈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여당의 내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거푸 자책골을 넣는 모습을 민주당은 흐뭇하게 지켜볼 뿐이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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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