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노리는 조국 밑그림

포스트 DJ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호남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을 갈아엎겠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서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상대는 제1야당이다. 과연 조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자리 잡은 호남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4·10 총선을 시작으로 각 당의 전당대회가 정치판을 달궜으며 10월에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격전지로 호남을 꼽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뻔한 지역이지만 신생 정당인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

혁신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등을 꾸리며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2026년 지방선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가능한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전남 영광·곡성 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에 후보를 내는 안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재보궐이 예상되는 정읍시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광과 곡성은 전 군수가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아 직을 상실해 선거가 확실시됐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선거 전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액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직을 잃게 된다.

부산 금정구청장 직은 지난 5월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직 역시 지난 6월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공석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99.9%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도당과 중앙당, 그리고 제가 삼각편대를 이뤄 재보선에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혁신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세력을 다지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인재 영입과 관련해 “가용한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역할도 힘을 기울여 호남서 차세대 DJ, 영남서 새 노무현을 영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를 방문해 “당의 성장은 호남의 정치 혁신을 가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두 달 앞’ 하반기 재보궐 분수령
총선서 보여준 ‘돌풍’ 이번엔?

혁신당이 호남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지난 총선서 민주당과 붙은 결과 이번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역시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4·10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비례대표 개표 결과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서 각각 39.46%,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연합은 영광 40.14%, 곡성 41.13%의 지지율로 혁신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 ▲세종 ▲광주 ▲전남 ▲전북지역 등에서는 혁신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연합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혁신당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전남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어 오는 9월 후보 등록 이전까지 후보를 선보이겠다”며 “호남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정치 혁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민주당과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건 국회 개원 이후 제3당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비례대표 12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는 원내 협상 등 주요 논의서 배제되고 상임위 배분이나 발언권, 대표연설 등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전국을 돌며 총선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이지만 막상 여의도에 입성하자 활동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교섭단체 의석수를 현행 20석서 10석으로 낮추는 ‘민심 그대로 정치 혁신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견된
빅매치

조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서 0석 취급을 받는다”며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다른 정당의 국회 운영 참여를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정당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배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정책연구위원을 비교섭단체에도 배정하는 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혁신 4법은 특정 정당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교섭단체가 들어서 여야 거대 정당의 대치를 풀어주고 중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당의 입지를 넓히는 것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또다른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서 크게 환영받았지만 뿌리가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는 호남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서 세를 꾸리는 과정서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혁신당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경쟁’일 뿐 민주당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전북을 찾은 조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서 혁신당이 나서면 분열, 경쟁,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리의 진일보를 막아서는 지역정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의 등장은 민주 진보진영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겨뤘을 때 박빙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지 않았나. 특히 PK(부산·경남)를 놓고 봤을 때 민주진영 파이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 과정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정책 이야기만 놓고 겨루는 아름다운 선거는 거의 없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 긋기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서 부적격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조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삼자 구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총선이 끝난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 한 명을 뽑는 강서구청장 선거마저도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정도였으니, 호남을 둘러싼 재보궐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대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혁신당은 PK에도 희망을 걸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야권으로부터 첫 번째 도전장을 받아든 셈이다.

혁신당은 ‘호남 물갈이’에 방점을 찍었다. 양자택일이었던 선거에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양성이 보장된 경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가 당의 색만 보고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들의 특징은 매일같이 민주당을 찍어주다가도 당이 민심과 반대되는 행동, 또는 마음에 안 드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혁신당이라는 다른 대안이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싫어서 선거를 포기한 유권자가 혁신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의 안주인인 민주당과 가장 빠르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메시지다. 지금까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움직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쇄빙선’ 이미지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혁신당의 슬로건인 ‘3년은 너무 길다’처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앞세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최근 혁신당은 윤정부 조기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꾸리고 ‘윤석열정권 국정 농단 제보센터’를 열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이다.

건강한 경쟁? 불붙는 건 한순간
난데없는 ‘호남라이팅’ 노란불

부위원장을 맡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은 총선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정부를 심판했다”며 “이제 레드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추위 산하인 ‘시민의 물결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당 김재원 의원 역시 “탄핵은 결국 국민의 뜻이 물결처럼 흘러넘쳐야 가능하다”며 “당의 강력한 전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쉽게 윤정부 탄핵 의지를 드러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겠다”며 “혁신당이 튼튼한 가교 역할을 다하곘다”고 소리 높였다.

혁신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는 이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영광과 곡성의 전 군수는 모두 민주당 인사로 직을 내려놓은 귀책 사유가 뚜렷하다. 한 차례 자책골을 넣은 민주당보다 혁신당이 명분 싸움서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양당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도한 네거티브 싸움에 지친 유권자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혁신당 정도상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민주당은 호남의 늙은 보수” “민주당이 호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같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온 ‘호남 홀대론’에 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내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전략처럼 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을 치른 이후 혁신당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서 이전만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지율 15%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서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진다면 혁신당의 존재감은 거대양당에 묻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 큰 갈등은 없지만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민주당서 공천을 받기 어렵거나 컷오프된 인사가 혁신당으로 합류한다면 당내는 물론 지지자 간의 파열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지

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쪽 민주당 의원은 거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새로 깃발을 꽂은 이들은 기존의 지역위원장이나 구의원을 싹 밀어내고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전까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놓던 이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신 혁신당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최종 결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하겠다”며 “흥미진진한 선거를 기대하는 호남 유권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VS 조, 종부세 이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혁신당 조국 대표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했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대표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책에 동조하던 혁신당이 다른 노선을 택한 만큼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도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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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