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노리는 조국 밑그림

포스트 DJ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호남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을 갈아엎겠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서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상대는 제1야당이다. 과연 조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자리 잡은 호남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4·10 총선을 시작으로 각 당의 전당대회가 정치판을 달궜으며 10월에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격전지로 호남을 꼽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뻔한 지역이지만 신생 정당인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

혁신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등을 꾸리며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2026년 지방선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가능한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전남 영광·곡성 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에 후보를 내는 안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재보궐이 예상되는 정읍시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광과 곡성은 전 군수가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아 직을 상실해 선거가 확실시됐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선거 전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액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직을 잃게 된다.

부산 금정구청장 직은 지난 5월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직 역시 지난 6월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공석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99.9%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도당과 중앙당, 그리고 제가 삼각편대를 이뤄 재보선에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혁신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세력을 다지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인재 영입과 관련해 “가용한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역할도 힘을 기울여 호남서 차세대 DJ, 영남서 새 노무현을 영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를 방문해 “당의 성장은 호남의 정치 혁신을 가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두 달 앞’ 하반기 재보궐 분수령
총선서 보여준 ‘돌풍’ 이번엔?

혁신당이 호남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지난 총선서 민주당과 붙은 결과 이번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역시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4·10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비례대표 개표 결과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서 각각 39.46%,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연합은 영광 40.14%, 곡성 41.13%의 지지율로 혁신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 ▲세종 ▲광주 ▲전남 ▲전북지역 등에서는 혁신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연합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혁신당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전남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어 오는 9월 후보 등록 이전까지 후보를 선보이겠다”며 “호남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정치 혁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민주당과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건 국회 개원 이후 제3당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비례대표 12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는 원내 협상 등 주요 논의서 배제되고 상임위 배분이나 발언권, 대표연설 등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전국을 돌며 총선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이지만 막상 여의도에 입성하자 활동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교섭단체 의석수를 현행 20석서 10석으로 낮추는 ‘민심 그대로 정치 혁신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견된
빅매치

조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서 0석 취급을 받는다”며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다른 정당의 국회 운영 참여를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정당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배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정책연구위원을 비교섭단체에도 배정하는 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혁신 4법은 특정 정당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교섭단체가 들어서 여야 거대 정당의 대치를 풀어주고 중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당의 입지를 넓히는 것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또다른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서 크게 환영받았지만 뿌리가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는 호남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서 세를 꾸리는 과정서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혁신당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경쟁’일 뿐 민주당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전북을 찾은 조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서 혁신당이 나서면 분열, 경쟁,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리의 진일보를 막아서는 지역정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의 등장은 민주 진보진영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겨뤘을 때 박빙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지 않았나. 특히 PK(부산·경남)를 놓고 봤을 때 민주진영 파이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 과정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정책 이야기만 놓고 겨루는 아름다운 선거는 거의 없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 긋기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서 부적격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조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삼자 구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총선이 끝난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 한 명을 뽑는 강서구청장 선거마저도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정도였으니, 호남을 둘러싼 재보궐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대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혁신당은 PK에도 희망을 걸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야권으로부터 첫 번째 도전장을 받아든 셈이다.

혁신당은 ‘호남 물갈이’에 방점을 찍었다. 양자택일이었던 선거에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양성이 보장된 경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가 당의 색만 보고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들의 특징은 매일같이 민주당을 찍어주다가도 당이 민심과 반대되는 행동, 또는 마음에 안 드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혁신당이라는 다른 대안이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싫어서 선거를 포기한 유권자가 혁신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의 안주인인 민주당과 가장 빠르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메시지다. 지금까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움직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쇄빙선’ 이미지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혁신당의 슬로건인 ‘3년은 너무 길다’처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앞세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최근 혁신당은 윤정부 조기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꾸리고 ‘윤석열정권 국정 농단 제보센터’를 열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이다.

건강한 경쟁? 불붙는 건 한순간
난데없는 ‘호남라이팅’ 노란불

부위원장을 맡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은 총선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정부를 심판했다”며 “이제 레드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추위 산하인 ‘시민의 물결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당 김재원 의원 역시 “탄핵은 결국 국민의 뜻이 물결처럼 흘러넘쳐야 가능하다”며 “당의 강력한 전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쉽게 윤정부 탄핵 의지를 드러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겠다”며 “혁신당이 튼튼한 가교 역할을 다하곘다”고 소리 높였다.

혁신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는 이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영광과 곡성의 전 군수는 모두 민주당 인사로 직을 내려놓은 귀책 사유가 뚜렷하다. 한 차례 자책골을 넣은 민주당보다 혁신당이 명분 싸움서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양당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도한 네거티브 싸움에 지친 유권자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혁신당 정도상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민주당은 호남의 늙은 보수” “민주당이 호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같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온 ‘호남 홀대론’에 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내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전략처럼 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을 치른 이후 혁신당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서 이전만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지율 15%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서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진다면 혁신당의 존재감은 거대양당에 묻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 큰 갈등은 없지만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민주당서 공천을 받기 어렵거나 컷오프된 인사가 혁신당으로 합류한다면 당내는 물론 지지자 간의 파열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지

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쪽 민주당 의원은 거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새로 깃발을 꽂은 이들은 기존의 지역위원장이나 구의원을 싹 밀어내고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전까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놓던 이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신 혁신당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최종 결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하겠다”며 “흥미진진한 선거를 기대하는 호남 유권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VS 조, 종부세 이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혁신당 조국 대표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했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대표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책에 동조하던 혁신당이 다른 노선을 택한 만큼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도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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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