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보수 여전사 나경원

“한동훈·원희룡 욕심으로 전대 왜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판사로 활동하던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정치에 첫발을 들인 지 어느덧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로 중앙 정치 외에는 해본 적이 없는 그는 보수 여전사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이번 당권 도전서도 스스로를 잔다르크에 빗대 ‘나다르크’로 칭했다. 나 후보는 과거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러 협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시점서 후보군 인물 중 인지도도 제일 높은 축에 속한다.

종종 시원한 말투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그의 발언 수위와 공격력이 더욱 빛을 발했던 건 이번 4·10 총선이다.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번이나 지원 유세를 오며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나 후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살아서 돌아왔다.

그는 국민의힘 인물 중 몇 안 되는 서울 지역구 의원으로 당내 여성 정치인 중 유일한 5선 중진이다. 지난 전당대회도 당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연판장 사태 등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잊고 다시 전당대회에 뛰어들었다. 초반 약세를 보이던 그의 지지율은 2위까지 넘보는 중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일정도 훨씬 더 빡빡한 편이다. 당원, 국민, 지자체장 등을 쉬지 않고 만나면서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다. 사실 나 후보에게는 이번 전당대회가 정말 어려운 싸움 중 하나다.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 반한(반 한동훈) 등 여러 계파로 나뉘었지만, 어느 한쪽에 기대지 않고 홀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것은 당을 바꾸겠다는 일념이다. <일요시사>가 나 후보에게 당권 도전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우선 나는 22년간 우리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 출마 선언문에 밝혔듯 계파도,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는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누군가와 각을 세울 일도 눈치 볼 일도 없다. 사심보다는 당을 먼저 생각한다. 현재 국민의힘은 분열이 심각하다. 복잡한 상황의 우리 당을 하나로 통합해 내겠다. 마지막으로 대표 후보로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못 차리고 치고 받고 싸우고 줄 세우면 민주당을 이기기 힘들다.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유를 분석해본다면?

▲상승세는 지속 중이다.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3위를 기록했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심과 당심을 청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심이 아닌 진심으로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대표가 바로 나라고 알아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전당대회는 일할 사람, 잘할 사람, 이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앞서 언급했듯 분열된 당을 하나로 모을 힘을 가진 사람으로 뽑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전당대회의 최고 전략이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기심과 욕심으로 전당대회를 왜곡하고 있다. 당 대표는 미래 비전과 대안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데 두 후보는 네거티브로 전당대회를 어지럽혔다. 혹 두 인물 중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대권 출마를 하기 위해 1년 후에 사퇴해야 할 분들이다. 두 후보는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사심보다 당 먼저 생각”
“탄핵 구실 바치는 후보 필요 없어”

-언급한 대로 국민의힘이 분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특정 계파 출신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을 영영 봉합하기 어렵다. 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당을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전부 바꿔야 한다. 특정 계파 출신이 된다면 개인 리스크가 아닌 결국 당 리스크로 진화한다. 당원께서도 통합의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계신다. 여기에 더해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당원의 요구가 많이 높아졌다. 

-현재 당이 매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각종 특검법의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인지?

▲이번 당 대표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서 우리의 상대는 이재명 독재 체제의 민주당이다. 경험 있는 내가 이 대표의 독주를 막겠다.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똘똘 뭉치는 게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총질은 멈추고 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합쳐지지 않는 부분도 문제인 것 같은데…

▲내부적으로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채 상병 특검법 등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고 다음에도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 기존에 마련돼있는 수사 절차를 무시한 채 특검부터 외치고 보는 민주당의 특검 만능주의도 타파하겠다.

-한동훈 후보의 출마에 담긴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상 대선 출마이자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 드러내기가 아니겠나. 이는 한 후보의 발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 중 한 후보는 “차기 대통령선거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만약 나라면(당 대표를 사퇴하고) 나가겠다”고 했다. 당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후보가 당권에 도전했다가 당선된다면 내년 9월, 당 대표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된다.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당의 체제도 안정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우리 당은 지난 2년간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겪어야 했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중요한 시점에 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것인지, 비대위 구성을 하자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욕심으로 본다.

-한 후보의 여론팀 의혹에 대한 입장은?

▲여론팀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무근이라며 넘어가기보다는 구체적인 해명과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국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신다. 한 후보가 잘 해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지지자의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고 언급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원희룡 후보의 출마도 실망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첫 방송 토론회 주도권 토론 질문이기도 했는데 왜 나오셨냐고 물어봤다. 아직도 출마 의도가 궁금하다. 원 후보는 대통령팔이, 윤심팔이로 나온 후보다. 결국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을 진심으로 개혁할 수 없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이끌어낼 만한 후보가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윤 대통령과 정부의 혜택을 입은 인사다. 그렇다면 정부를 도울 생각을 해야지, 아직도 대통령 덕으로 무엇을 하려는 태도 자체는 잘못됐다. 

“상설특검은 국정 흔드는 행위”
“당정동행으로 정부 성공시킬 것”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많았다. 그 결과 탄핵 청문회가 열리게 됐는데…

▲민주당의 탄핵 폭주 열차는 출발한지 오래다. 이제는 전례없는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당내에서는 당무 개입, 국정 농단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당에서 민주당에 명분을 실어주는 꼴이다. 이런 금기어를 쏟아내면서 대통령과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는 필요 없다.

-보수당은 이미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당 대표라면 탄핵을 막기는커녕 우리 당을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 탄핵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의 행태에 맞서 싸워 윤정부가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하고 성공한 정부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민주당은 상설 특검도 띄웠다. 어떤 의미라고 해석하나?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국정을 흔드는 행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은 헌법정신인 삼권분립도 짓밟고 있다. 개별 특검법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으니, 거부권 무력화를 위해 또 다른 꼼수를 찾은 셈이다. 

-당정동행을 띄웠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윤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키겠다는 것인지도 알고 싶다. 

▲당정동행은 말 그대로 윤정부의 성공과 보수 재집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정부가 잘하는 게 있으면 팍팍 밀어주고, 민심과 멀어지는 순간에는 진솔하게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당정일체와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 우리 당의 당헌 8조에서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공동책임, 협조 관계로 규정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있다. 

-후보 중 가장 먼저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띄웠다. 어떻게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미국은 대선이 진행 중인데,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가 재집권을 하면 한국 자체가 핵무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이미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의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안일한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다. 

-한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핵무장은 미국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제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당 차원의 더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 당에서 이런 의제를 공격적으로 제시해야 정부 입장서도 미국 정부와의 협상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서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이 발표됐다.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된 셈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원희룡 단일화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후보인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현재 단일화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단일화는 원 후보 측에서 먼저 띄웠으나, 나 의원 측에서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자 나 후보 측에서는 우회적으로 단일화 이야기를 꺼냈다.

나 후보는 자신의 SNS에 “아직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원 후보의 헛발질 마타도어,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얹었다. (원 후보가) 한동훈 캠프 수석 응원단장”이라고 두 인물을 동시에 타격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절대로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두 인물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사실상 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불리는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원 후보 측과 나 후보 측의 청년 최고위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사실상 무산됐다.

전당대회 레이스는 곧 종점에 다다를 예정이다.

선거 결과는 오는 23일 전당대회 당일에 발표하는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결선투표가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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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