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보수 여전사 나경원

“한동훈·원희룡 욕심으로 전대 왜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판사로 활동하던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정치에 첫발을 들인 지 어느덧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로 중앙 정치 외에는 해본 적이 없는 그는 보수 여전사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이번 당권 도전서도 스스로를 잔다르크에 빗대 ‘나다르크’로 칭했다. 나 후보는 과거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러 협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시점서 후보군 인물 중 인지도도 제일 높은 축에 속한다.

종종 시원한 말투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그의 발언 수위와 공격력이 더욱 빛을 발했던 건 이번 4·10 총선이다.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번이나 지원 유세를 오며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나 후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살아서 돌아왔다.

그는 국민의힘 인물 중 몇 안 되는 서울 지역구 의원으로 당내 여성 정치인 중 유일한 5선 중진이다. 지난 전당대회도 당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연판장 사태 등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잊고 다시 전당대회에 뛰어들었다. 초반 약세를 보이던 그의 지지율은 2위까지 넘보는 중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일정도 훨씬 더 빡빡한 편이다. 당원, 국민, 지자체장 등을 쉬지 않고 만나면서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다. 사실 나 후보에게는 이번 전당대회가 정말 어려운 싸움 중 하나다.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 반한(반 한동훈) 등 여러 계파로 나뉘었지만, 어느 한쪽에 기대지 않고 홀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것은 당을 바꾸겠다는 일념이다. <일요시사>가 나 후보에게 당권 도전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우선 나는 22년간 우리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 출마 선언문에 밝혔듯 계파도,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는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누군가와 각을 세울 일도 눈치 볼 일도 없다. 사심보다는 당을 먼저 생각한다. 현재 국민의힘은 분열이 심각하다. 복잡한 상황의 우리 당을 하나로 통합해 내겠다. 마지막으로 대표 후보로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못 차리고 치고 받고 싸우고 줄 세우면 민주당을 이기기 힘들다.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유를 분석해본다면?

▲상승세는 지속 중이다.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3위를 기록했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심과 당심을 청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심이 아닌 진심으로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대표가 바로 나라고 알아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전당대회는 일할 사람, 잘할 사람, 이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앞서 언급했듯 분열된 당을 하나로 모을 힘을 가진 사람으로 뽑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전당대회의 최고 전략이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기심과 욕심으로 전당대회를 왜곡하고 있다. 당 대표는 미래 비전과 대안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데 두 후보는 네거티브로 전당대회를 어지럽혔다. 혹 두 인물 중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대권 출마를 하기 위해 1년 후에 사퇴해야 할 분들이다. 두 후보는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사심보다 당 먼저 생각”
“탄핵 구실 바치는 후보 필요 없어”

-언급한 대로 국민의힘이 분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특정 계파 출신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을 영영 봉합하기 어렵다. 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당을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전부 바꿔야 한다. 특정 계파 출신이 된다면 개인 리스크가 아닌 결국 당 리스크로 진화한다. 당원께서도 통합의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계신다. 여기에 더해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당원의 요구가 많이 높아졌다. 

-현재 당이 매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각종 특검법의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인지?

▲이번 당 대표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서 우리의 상대는 이재명 독재 체제의 민주당이다. 경험 있는 내가 이 대표의 독주를 막겠다.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똘똘 뭉치는 게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총질은 멈추고 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합쳐지지 않는 부분도 문제인 것 같은데…

▲내부적으로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채 상병 특검법 등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고 다음에도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 기존에 마련돼있는 수사 절차를 무시한 채 특검부터 외치고 보는 민주당의 특검 만능주의도 타파하겠다.

-한동훈 후보의 출마에 담긴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상 대선 출마이자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 드러내기가 아니겠나. 이는 한 후보의 발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 중 한 후보는 “차기 대통령선거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만약 나라면(당 대표를 사퇴하고) 나가겠다”고 했다. 당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후보가 당권에 도전했다가 당선된다면 내년 9월, 당 대표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된다.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당의 체제도 안정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우리 당은 지난 2년간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겪어야 했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중요한 시점에 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것인지, 비대위 구성을 하자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욕심으로 본다.

-한 후보의 여론팀 의혹에 대한 입장은?

▲여론팀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무근이라며 넘어가기보다는 구체적인 해명과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국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신다. 한 후보가 잘 해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지지자의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고 언급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원희룡 후보의 출마도 실망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첫 방송 토론회 주도권 토론 질문이기도 했는데 왜 나오셨냐고 물어봤다. 아직도 출마 의도가 궁금하다. 원 후보는 대통령팔이, 윤심팔이로 나온 후보다. 결국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을 진심으로 개혁할 수 없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이끌어낼 만한 후보가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윤 대통령과 정부의 혜택을 입은 인사다. 그렇다면 정부를 도울 생각을 해야지, 아직도 대통령 덕으로 무엇을 하려는 태도 자체는 잘못됐다. 

“상설특검은 국정 흔드는 행위”
“당정동행으로 정부 성공시킬 것”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많았다. 그 결과 탄핵 청문회가 열리게 됐는데…

▲민주당의 탄핵 폭주 열차는 출발한지 오래다. 이제는 전례없는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당내에서는 당무 개입, 국정 농단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당에서 민주당에 명분을 실어주는 꼴이다. 이런 금기어를 쏟아내면서 대통령과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는 필요 없다.

-보수당은 이미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당 대표라면 탄핵을 막기는커녕 우리 당을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 탄핵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의 행태에 맞서 싸워 윤정부가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하고 성공한 정부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민주당은 상설 특검도 띄웠다. 어떤 의미라고 해석하나?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국정을 흔드는 행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은 헌법정신인 삼권분립도 짓밟고 있다. 개별 특검법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으니, 거부권 무력화를 위해 또 다른 꼼수를 찾은 셈이다. 

-당정동행을 띄웠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윤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키겠다는 것인지도 알고 싶다. 

▲당정동행은 말 그대로 윤정부의 성공과 보수 재집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정부가 잘하는 게 있으면 팍팍 밀어주고, 민심과 멀어지는 순간에는 진솔하게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당정일체와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 우리 당의 당헌 8조에서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공동책임, 협조 관계로 규정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있다. 

-후보 중 가장 먼저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띄웠다. 어떻게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미국은 대선이 진행 중인데,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가 재집권을 하면 한국 자체가 핵무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이미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의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안일한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다. 

-한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핵무장은 미국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제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당 차원의 더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 당에서 이런 의제를 공격적으로 제시해야 정부 입장서도 미국 정부와의 협상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서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이 발표됐다.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된 셈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원희룡 단일화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후보인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현재 단일화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단일화는 원 후보 측에서 먼저 띄웠으나, 나 의원 측에서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자 나 후보 측에서는 우회적으로 단일화 이야기를 꺼냈다.

나 후보는 자신의 SNS에 “아직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원 후보의 헛발질 마타도어,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얹었다. (원 후보가) 한동훈 캠프 수석 응원단장”이라고 두 인물을 동시에 타격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절대로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두 인물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사실상 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불리는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원 후보 측과 나 후보 측의 청년 최고위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사실상 무산됐다.

전당대회 레이스는 곧 종점에 다다를 예정이다.

선거 결과는 오는 23일 전당대회 당일에 발표하는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결선투표가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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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