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흥 세력 ‘찐명’ 쟁탈전

‘찐’ 감투 놓고 진검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 체제’ 모집 마감이 임박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민주당을 뒤덮으면서 최고위원직이라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박 터지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명(친 이재명)보다 더 진한 찐명(진짜 친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전대 초읽기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손질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산출되던 기존 당 대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 25%로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역시 기존 중앙위원 100%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도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대의원 투표를 시행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나오면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날 당무위원회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에 대비한 룰은 논의되지 않았다. 섣부르게 단독 입후보로 결론 내는 건 당 차원서 부담스러울 뿐더러 타 후보의 출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전준위는 후보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면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다듬는 중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새로운 대항마가 세워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5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또다시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나 싶더니 이번엔 ‘친문(친 문재인)계’ 김두관 전 의원이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산맥이 우뚝 세워졌다.

김두관, 막판 등장에 관심 ‘쑥’
‘어대명 불패’ 깨질까 노심초사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의 분위기가 갈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서 “김두관 전 의원이(출마를) 검토를 한다더라”며 “어제 통화해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차피 이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내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선택은 김 전 의원의 몫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전 대표 추대론이라는 암묵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라는 프레임을 깨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서 이 전 대표를 꺾고 당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등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이유다.

이렇듯 당 대표를 향한 허들이 높아지자 당의 쟁쟁한 후보군이 최고위원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에게로 쏠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친명을 넘어 찐명을 가리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쟁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최종 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서 당 대변인을 지낸 신친명(새로운 친명계)로 이번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다시 이 대표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 길 위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키겠다”고 소리 높였다.

유턴 없는
슈퍼레이스

강 의원은 총선 압승을 이유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깨어 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재선인 김병주 의원 역시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에도 친명 타이틀을 내건 이들이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초선 이성윤 의원과 ‘후방 저격수’로 불리는 재선 한준호 의원, 그리고 4선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라며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돼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서 제대로 한번 맞짱 뜨겠다”며 “‘민심동일체’가 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원동일체’가 돼 당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제 후방 저격수가 아닌 선봉장이 돼야 할 때”라며 “언론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의 선봉에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친명계 인사다.

김 의원도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 본부장도 선택해 달라”고 설득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으며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7일 “‘민주 보수’까지의 외연 확장에 가장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최대호 안양시장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 찐명, 신친명 모두 다른 듯 비슷한 말”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같은 단어로 묶일 때 유대감이 돈독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되면 이재명 체제 2기 멤버들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똘똘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표를 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를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다. 예비경선을 거칠 경우 권리당원 비중이 50%로 커진 만큼 두 집단을 사로잡을 균형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존재감
키우기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원팀’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만큼 최고위원 후보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전 대표 1인 체제로 꾸려지는 지도부다 보니 한쪽으로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원조 ‘찐명’을 자처하다 보니 당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못하는 건 모두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이들이 독박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당분간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이어지겠지만, 여의도는 한 시간마다 의제가 바뀌는 만큼 언제 민심이 뒤집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찐명을 가르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후보가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서 권리당원의 주목을 받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출신 인사로 꾸려진 중앙위원회가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원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대로 중앙위원과 친밀감을 쌓아온 단체장 등 원외의 숨은 잠룡이 호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친명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수호대’라는 비판이 나와도 친명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서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에 대해 “최고위원 선거 전략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선거운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 후보들의 친명 마케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들겨서 커진 세력이다.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후보들의) 자발적인 선택인 만큼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만 잡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중앙위가 ‘찐명력’ 가를 바로미터”

다만 이 관계자는 “가끔 ‘짭명(가짜 친명)’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친명의 척도는 대체 어떻게 구분 짓겠다는 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대표 후보보다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며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2일 김 의원은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특히 일본과 동맹”이라고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논평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비판했고 곧바로 국민의힘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라며 “이런 단어를 쓴 국민의힘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사과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로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로서,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목청을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국민의힘이 도와준 꼴”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정신 나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박수라도 보내란 말인가”라며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탄핵돼야 하고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전 대표 일극 체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친명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을 친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비례대표 일부나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던 원외 인사만 친명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신기루?

아무리 이 전 대표가 추대되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져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우려하던 ‘이재명 사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초선이 60명이다. 이 중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진 채로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자신만의 신념이 견고한 분도 계신다”며 “언론은 마치 민주당 의원 175명이 전부 친명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개딸 입김

‘원조 찐명’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개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에 맞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운영위 생방송 보는데 박찬대 답답하네” “법사위 정청래가 사이다” 등의 게시글이 작성됐다.

한때 지지했던 이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혐오 국회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