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흥 세력 ‘찐명’ 쟁탈전

‘찐’ 감투 놓고 진검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 체제’ 모집 마감이 임박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민주당을 뒤덮으면서 최고위원직이라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박 터지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명(친 이재명)보다 더 진한 찐명(진짜 친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전대 초읽기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손질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산출되던 기존 당 대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 25%로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역시 기존 중앙위원 100%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도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대의원 투표를 시행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나오면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날 당무위원회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에 대비한 룰은 논의되지 않았다. 섣부르게 단독 입후보로 결론 내는 건 당 차원서 부담스러울 뿐더러 타 후보의 출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전준위는 후보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면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다듬는 중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새로운 대항마가 세워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5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또다시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나 싶더니 이번엔 ‘친문(친 문재인)계’ 김두관 전 의원이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산맥이 우뚝 세워졌다.

김두관, 막판 등장에 관심 ‘쑥’
‘어대명 불패’ 깨질까 노심초사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의 분위기가 갈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서 “김두관 전 의원이(출마를) 검토를 한다더라”며 “어제 통화해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차피 이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내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선택은 김 전 의원의 몫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전 대표 추대론이라는 암묵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라는 프레임을 깨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서 이 전 대표를 꺾고 당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등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이유다.

이렇듯 당 대표를 향한 허들이 높아지자 당의 쟁쟁한 후보군이 최고위원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에게로 쏠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친명을 넘어 찐명을 가리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쟁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최종 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서 당 대변인을 지낸 신친명(새로운 친명계)로 이번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다시 이 대표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 길 위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키겠다”고 소리 높였다.

유턴 없는
슈퍼레이스

강 의원은 총선 압승을 이유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깨어 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재선인 김병주 의원 역시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에도 친명 타이틀을 내건 이들이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초선 이성윤 의원과 ‘후방 저격수’로 불리는 재선 한준호 의원, 그리고 4선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라며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돼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서 제대로 한번 맞짱 뜨겠다”며 “‘민심동일체’가 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원동일체’가 돼 당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제 후방 저격수가 아닌 선봉장이 돼야 할 때”라며 “언론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의 선봉에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친명계 인사다.

김 의원도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 본부장도 선택해 달라”고 설득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으며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7일 “‘민주 보수’까지의 외연 확장에 가장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최대호 안양시장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 찐명, 신친명 모두 다른 듯 비슷한 말”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같은 단어로 묶일 때 유대감이 돈독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되면 이재명 체제 2기 멤버들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똘똘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표를 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를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다. 예비경선을 거칠 경우 권리당원 비중이 50%로 커진 만큼 두 집단을 사로잡을 균형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존재감
키우기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원팀’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만큼 최고위원 후보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전 대표 1인 체제로 꾸려지는 지도부다 보니 한쪽으로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원조 ‘찐명’을 자처하다 보니 당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못하는 건 모두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이들이 독박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당분간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이어지겠지만, 여의도는 한 시간마다 의제가 바뀌는 만큼 언제 민심이 뒤집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찐명을 가르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후보가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서 권리당원의 주목을 받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출신 인사로 꾸려진 중앙위원회가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원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대로 중앙위원과 친밀감을 쌓아온 단체장 등 원외의 숨은 잠룡이 호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친명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수호대’라는 비판이 나와도 친명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서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에 대해 “최고위원 선거 전략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선거운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 후보들의 친명 마케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들겨서 커진 세력이다.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후보들의) 자발적인 선택인 만큼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만 잡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중앙위가 ‘찐명력’ 가를 바로미터”

다만 이 관계자는 “가끔 ‘짭명(가짜 친명)’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친명의 척도는 대체 어떻게 구분 짓겠다는 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대표 후보보다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며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2일 김 의원은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특히 일본과 동맹”이라고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논평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비판했고 곧바로 국민의힘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라며 “이런 단어를 쓴 국민의힘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사과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로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로서,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목청을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국민의힘이 도와준 꼴”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정신 나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박수라도 보내란 말인가”라며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탄핵돼야 하고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전 대표 일극 체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친명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을 친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비례대표 일부나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던 원외 인사만 친명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신기루?

아무리 이 전 대표가 추대되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져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우려하던 ‘이재명 사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초선이 60명이다. 이 중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진 채로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자신만의 신념이 견고한 분도 계신다”며 “언론은 마치 민주당 의원 175명이 전부 친명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개딸 입김

‘원조 찐명’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개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에 맞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운영위 생방송 보는데 박찬대 답답하네” “법사위 정청래가 사이다” 등의 게시글이 작성됐다.

한때 지지했던 이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혐오 국회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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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