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입·행·사 섭렵한 원희룡 후보

“초보 운전에 운전대 맡길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고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런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입법, 행정, 사법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은 몇 없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은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정치에 갓 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총괄정책본부장을 하며 몸값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중책인 기획위원장을 맡다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22대 총선서도 원 전 장관에게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는 것. 비록 패배했지만, 분전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원 전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한 날 지지자들은 원희룡을 끊임없이 외쳐댔다.

원 전 장관은 나경원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장서 원 전 장관은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윤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재 ‘분열의 위기’에 휩싸여있다. 출마 결심을 내리기 전에도 이미 주변에서는 원 전 장관에게 가만히 있을 거냐며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고 한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심과 민심을 두루 다지는 중이다. 해가 뜰 때부터 마지막 일정까지 쉴 틈도 없지만 전국의 많은 당원이 그에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원 전 장관에게 지지를 보낸다.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절윤(절연한 윤석열) 등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표현이 생성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정부와 함께 탄생한 창윤으로 지칭한다. 

그는 지금이 윤정부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일요시사>가 원 전 장관에게 당 대표 출마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출마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이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총선 때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제일 먼저 받아들여 인천시 계양구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대결했다. 당시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갖고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 좀 쉬려고 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특검을 미끼로 탄핵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국민의힘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더라.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주변 동료들이 ‘이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며 책임을 다해달라는 말에 쉬지도 못하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여당은 야당과 달리 말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당정이 힘을 합쳐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잘못하면 과거 탄핵의 악몽에 ‘우리가 또 끌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 대표 출마라는 결단을 내렸다. 


-전국을 순회하며 여러 당원을 만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출마 선언 이후 만나는 당원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씀해주신다. ‘경험과 능력이 있는 당신이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나서달라는 당원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대세론을 굳히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지지세를 끌어낼 것인지?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정관계와 나라와 미래를 걱정하신다. 거대 야당은 이 순간에도 탄핵의 덫을 놓고 있는데 자기 인기를 위해 거기에 말려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부로는 절대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떤 당 지도부가 필요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 봤을 때 당심과 민심이 원희룡에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원희룡이면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 분위기다. 당심은 인기 팬클럽 속에 있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자기 인기를 위해 당이 어떻게 되든, 국가가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다는 태도라면 어떻게 되겠나? 초보 운전자에게는 중대한 이 시기에 운전을 맡기면 안 된다.

나는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뀔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하는 투표다. 여론조사에 기댄 대세론은 뜬구름과 같다. 당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젊은 해병대원의 죽음은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슬픔과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특검은 다른 문제다.

“당 구심점 잃고 흔들리고 있어”
“특검, 진실 규명 목적 아니다”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앞으로 몇 달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보고 의혹이 남아 있으면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당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다. 

-특검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대안은 특검을 받는 걸 전제로 하는데 특검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는 사람한테 대안을 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그물로 몰고 가기 위한 수단이자 미끼다. 민주당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일 뿐이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를 뒤흔들기 위한 저의가 뻔한 특검을 내놨다. 


오랜 기간 우리 당에 헌신하셨던 당원이라면, 2017년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실 테다. 특검이라는 낚시질에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서 끌려가면 당이 분열되고 쪼개진다. 거대 야당의 뜻대로 되는 일은 순식간이다. 국민의힘 내에도 배신자가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을 꺼낸 일은 당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까지 배신한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힘이 현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국정 성과가 국민이 보시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 주도하에 이뤄진 총선은 공천, 소통 등에서 모두 실패한 탓에 참패로 끝났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당의 개혁이다.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는 당으로 만들고 당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인재가 공천 등에서 정당하게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당정이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다. 민심을 받들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권 초기부터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가 많아지고 있다. 분열이 우려되는 수준인데?

▲친윤, 비윤, 반윤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그게 무슨 계파인가? 계파라면 수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같은 수장이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는 윤정부를 창업한 ‘창윤’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만든 대통령이다. 부족하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협력자이자 당 대표가 된다면 누구보다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의 팀장이 되려고 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나선 속내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총선이 끝난 지 겨우 70여일이 지났다. 총선 참패를 당한 지도부가 이렇게 빨리 복귀한 적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측근 인물이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뛰어난 인재인데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검사만 하다가 윤 대통령의 배려로 법무부 장관을 하다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도 했다. 자기 선거도 좀 치러보고 지방자치 단체장도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과 한 알이 익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향한 배신 프레임에 관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은 배신자인가?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알듯이 20년간 각별한 사이였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대통령과 가까워 말이 잘 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내가 옳다’고 하는 논리 말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소통이 어려우면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 없이 신뢰가 무너졌다. 

“쓴소리하는 ‘레드팀’ 팀장될 것”
“타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 가졌다”

신뢰가 바닥인 상태서 어떻게 당정관계를 조율하고 당을 통합할지 의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실질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나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로 말 대 말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도 국민을 배신하라고 한 적 없다. 당내 단합과 당정 소통을 패싱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이야기하려면 야당 내지는 제3당에서 하면 된다. 왜 굳이 여당 대표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후보 간 단일화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경계했었다.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나?

▲아직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후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한다.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국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지?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탄핵 청원이 있었다. 146만명이 동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있으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부와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게 지금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다. 이런 속내가 있는 것을 뻔히 알기에 특검도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온통 탄핵만 생각할 뿐 국민과 나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다른 후보가 아닌 원희룡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오랜 경험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와 소통 능력이 있다. 다른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집권 여당은 당정협력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3선 의원과 당 사무총장, 도지사, 장관까지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췄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단련돼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희룡 러닝메이트는 누구?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탓에 최고위원 간 견제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러닝메이트를 띄운 이유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최고위원이 사퇴한 일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가 계파 갈등을 부각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 안팎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돕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서도 대립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같은 당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의 경우 인요한 의원이 꼽힌다. 인 의원의 경우 다방면으로 원 전 장관을 지원 중이다.

인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선거서 비례대표 당선됐다.

그는 최근 나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나 의원에게 우리 좀 도와달라고 전화했으나, 나 의원 측은 “계파 정치를 바람 잡지 말라”며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예의다.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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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