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입·행·사 섭렵한 원희룡 후보

“초보 운전에 운전대 맡길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고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런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입법, 행정, 사법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은 몇 없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은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정치에 갓 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총괄정책본부장을 하며 몸값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중책인 기획위원장을 맡다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22대 총선서도 원 전 장관에게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는 것. 비록 패배했지만, 분전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원 전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한 날 지지자들은 원희룡을 끊임없이 외쳐댔다.

원 전 장관은 나경원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장서 원 전 장관은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윤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재 ‘분열의 위기’에 휩싸여있다. 출마 결심을 내리기 전에도 이미 주변에서는 원 전 장관에게 가만히 있을 거냐며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고 한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심과 민심을 두루 다지는 중이다. 해가 뜰 때부터 마지막 일정까지 쉴 틈도 없지만 전국의 많은 당원이 그에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원 전 장관에게 지지를 보낸다.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절윤(절연한 윤석열) 등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표현이 생성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정부와 함께 탄생한 창윤으로 지칭한다. 

그는 지금이 윤정부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일요시사>가 원 전 장관에게 당 대표 출마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출마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이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총선 때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제일 먼저 받아들여 인천시 계양구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대결했다. 당시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갖고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 좀 쉬려고 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특검을 미끼로 탄핵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국민의힘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더라.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주변 동료들이 ‘이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며 책임을 다해달라는 말에 쉬지도 못하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여당은 야당과 달리 말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당정이 힘을 합쳐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잘못하면 과거 탄핵의 악몽에 ‘우리가 또 끌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 대표 출마라는 결단을 내렸다. 


-전국을 순회하며 여러 당원을 만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출마 선언 이후 만나는 당원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씀해주신다. ‘경험과 능력이 있는 당신이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나서달라는 당원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대세론을 굳히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지지세를 끌어낼 것인지?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정관계와 나라와 미래를 걱정하신다. 거대 야당은 이 순간에도 탄핵의 덫을 놓고 있는데 자기 인기를 위해 거기에 말려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부로는 절대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떤 당 지도부가 필요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 봤을 때 당심과 민심이 원희룡에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원희룡이면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 분위기다. 당심은 인기 팬클럽 속에 있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자기 인기를 위해 당이 어떻게 되든, 국가가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다는 태도라면 어떻게 되겠나? 초보 운전자에게는 중대한 이 시기에 운전을 맡기면 안 된다.

나는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뀔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하는 투표다. 여론조사에 기댄 대세론은 뜬구름과 같다. 당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젊은 해병대원의 죽음은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슬픔과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특검은 다른 문제다.

“당 구심점 잃고 흔들리고 있어”
“특검, 진실 규명 목적 아니다”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앞으로 몇 달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보고 의혹이 남아 있으면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당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다. 

-특검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대안은 특검을 받는 걸 전제로 하는데 특검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는 사람한테 대안을 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그물로 몰고 가기 위한 수단이자 미끼다. 민주당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일 뿐이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를 뒤흔들기 위한 저의가 뻔한 특검을 내놨다. 


오랜 기간 우리 당에 헌신하셨던 당원이라면, 2017년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실 테다. 특검이라는 낚시질에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서 끌려가면 당이 분열되고 쪼개진다. 거대 야당의 뜻대로 되는 일은 순식간이다. 국민의힘 내에도 배신자가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을 꺼낸 일은 당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까지 배신한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힘이 현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국정 성과가 국민이 보시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 주도하에 이뤄진 총선은 공천, 소통 등에서 모두 실패한 탓에 참패로 끝났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당의 개혁이다.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는 당으로 만들고 당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인재가 공천 등에서 정당하게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당정이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다. 민심을 받들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권 초기부터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가 많아지고 있다. 분열이 우려되는 수준인데?

▲친윤, 비윤, 반윤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그게 무슨 계파인가? 계파라면 수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같은 수장이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는 윤정부를 창업한 ‘창윤’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만든 대통령이다. 부족하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협력자이자 당 대표가 된다면 누구보다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의 팀장이 되려고 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나선 속내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총선이 끝난 지 겨우 70여일이 지났다. 총선 참패를 당한 지도부가 이렇게 빨리 복귀한 적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측근 인물이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뛰어난 인재인데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검사만 하다가 윤 대통령의 배려로 법무부 장관을 하다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도 했다. 자기 선거도 좀 치러보고 지방자치 단체장도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과 한 알이 익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향한 배신 프레임에 관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은 배신자인가?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알듯이 20년간 각별한 사이였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대통령과 가까워 말이 잘 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내가 옳다’고 하는 논리 말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소통이 어려우면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 없이 신뢰가 무너졌다. 

“쓴소리하는 ‘레드팀’ 팀장될 것”
“타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 가졌다”

신뢰가 바닥인 상태서 어떻게 당정관계를 조율하고 당을 통합할지 의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실질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나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로 말 대 말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도 국민을 배신하라고 한 적 없다. 당내 단합과 당정 소통을 패싱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이야기하려면 야당 내지는 제3당에서 하면 된다. 왜 굳이 여당 대표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후보 간 단일화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경계했었다.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나?

▲아직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후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한다.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국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지?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탄핵 청원이 있었다. 146만명이 동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있으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부와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게 지금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다. 이런 속내가 있는 것을 뻔히 알기에 특검도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온통 탄핵만 생각할 뿐 국민과 나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다른 후보가 아닌 원희룡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오랜 경험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와 소통 능력이 있다. 다른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집권 여당은 당정협력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3선 의원과 당 사무총장, 도지사, 장관까지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췄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단련돼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희룡 러닝메이트는 누구?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탓에 최고위원 간 견제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러닝메이트를 띄운 이유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최고위원이 사퇴한 일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가 계파 갈등을 부각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 안팎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돕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서도 대립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같은 당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의 경우 인요한 의원이 꼽힌다. 인 의원의 경우 다방면으로 원 전 장관을 지원 중이다.

인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선거서 비례대표 당선됐다.

그는 최근 나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나 의원에게 우리 좀 도와달라고 전화했으나, 나 의원 측은 “계파 정치를 바람 잡지 말라”며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예의다.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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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