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입·행·사 섭렵한 원희룡 후보

“초보 운전에 운전대 맡길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고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런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입법, 행정, 사법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은 몇 없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은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정치에 갓 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총괄정책본부장을 하며 몸값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중책인 기획위원장을 맡다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22대 총선서도 원 전 장관에게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는 것. 비록 패배했지만, 분전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원 전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한 날 지지자들은 원희룡을 끊임없이 외쳐댔다.

원 전 장관은 나경원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장서 원 전 장관은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윤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재 ‘분열의 위기’에 휩싸여있다. 출마 결심을 내리기 전에도 이미 주변에서는 원 전 장관에게 가만히 있을 거냐며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고 한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심과 민심을 두루 다지는 중이다. 해가 뜰 때부터 마지막 일정까지 쉴 틈도 없지만 전국의 많은 당원이 그에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원 전 장관에게 지지를 보낸다.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절윤(절연한 윤석열) 등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표현이 생성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정부와 함께 탄생한 창윤으로 지칭한다. 

그는 지금이 윤정부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일요시사>가 원 전 장관에게 당 대표 출마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출마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이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총선 때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제일 먼저 받아들여 인천시 계양구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대결했다. 당시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갖고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 좀 쉬려고 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특검을 미끼로 탄핵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국민의힘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더라.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주변 동료들이 ‘이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며 책임을 다해달라는 말에 쉬지도 못하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여당은 야당과 달리 말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당정이 힘을 합쳐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잘못하면 과거 탄핵의 악몽에 ‘우리가 또 끌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 대표 출마라는 결단을 내렸다. 


-전국을 순회하며 여러 당원을 만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출마 선언 이후 만나는 당원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씀해주신다. ‘경험과 능력이 있는 당신이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나서달라는 당원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대세론을 굳히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지지세를 끌어낼 것인지?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정관계와 나라와 미래를 걱정하신다. 거대 야당은 이 순간에도 탄핵의 덫을 놓고 있는데 자기 인기를 위해 거기에 말려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부로는 절대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떤 당 지도부가 필요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 봤을 때 당심과 민심이 원희룡에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원희룡이면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 분위기다. 당심은 인기 팬클럽 속에 있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자기 인기를 위해 당이 어떻게 되든, 국가가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다는 태도라면 어떻게 되겠나? 초보 운전자에게는 중대한 이 시기에 운전을 맡기면 안 된다.

나는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뀔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하는 투표다. 여론조사에 기댄 대세론은 뜬구름과 같다. 당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젊은 해병대원의 죽음은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슬픔과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특검은 다른 문제다.

“당 구심점 잃고 흔들리고 있어”
“특검, 진실 규명 목적 아니다”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앞으로 몇 달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보고 의혹이 남아 있으면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당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다. 

-특검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대안은 특검을 받는 걸 전제로 하는데 특검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는 사람한테 대안을 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그물로 몰고 가기 위한 수단이자 미끼다. 민주당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일 뿐이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를 뒤흔들기 위한 저의가 뻔한 특검을 내놨다. 


오랜 기간 우리 당에 헌신하셨던 당원이라면, 2017년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실 테다. 특검이라는 낚시질에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서 끌려가면 당이 분열되고 쪼개진다. 거대 야당의 뜻대로 되는 일은 순식간이다. 국민의힘 내에도 배신자가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을 꺼낸 일은 당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까지 배신한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힘이 현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국정 성과가 국민이 보시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 주도하에 이뤄진 총선은 공천, 소통 등에서 모두 실패한 탓에 참패로 끝났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당의 개혁이다.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는 당으로 만들고 당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인재가 공천 등에서 정당하게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당정이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다. 민심을 받들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권 초기부터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가 많아지고 있다. 분열이 우려되는 수준인데?

▲친윤, 비윤, 반윤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그게 무슨 계파인가? 계파라면 수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같은 수장이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는 윤정부를 창업한 ‘창윤’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만든 대통령이다. 부족하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협력자이자 당 대표가 된다면 누구보다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의 팀장이 되려고 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나선 속내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총선이 끝난 지 겨우 70여일이 지났다. 총선 참패를 당한 지도부가 이렇게 빨리 복귀한 적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측근 인물이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뛰어난 인재인데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검사만 하다가 윤 대통령의 배려로 법무부 장관을 하다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도 했다. 자기 선거도 좀 치러보고 지방자치 단체장도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과 한 알이 익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향한 배신 프레임에 관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은 배신자인가?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알듯이 20년간 각별한 사이였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대통령과 가까워 말이 잘 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내가 옳다’고 하는 논리 말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소통이 어려우면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 없이 신뢰가 무너졌다. 

“쓴소리하는 ‘레드팀’ 팀장될 것”
“타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 가졌다”

신뢰가 바닥인 상태서 어떻게 당정관계를 조율하고 당을 통합할지 의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실질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나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로 말 대 말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도 국민을 배신하라고 한 적 없다. 당내 단합과 당정 소통을 패싱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이야기하려면 야당 내지는 제3당에서 하면 된다. 왜 굳이 여당 대표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후보 간 단일화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경계했었다.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나?

▲아직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후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한다.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국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지?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탄핵 청원이 있었다. 146만명이 동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있으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부와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게 지금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다. 이런 속내가 있는 것을 뻔히 알기에 특검도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온통 탄핵만 생각할 뿐 국민과 나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다른 후보가 아닌 원희룡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오랜 경험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와 소통 능력이 있다. 다른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집권 여당은 당정협력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3선 의원과 당 사무총장, 도지사, 장관까지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췄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단련돼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희룡 러닝메이트는 누구?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탓에 최고위원 간 견제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러닝메이트를 띄운 이유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최고위원이 사퇴한 일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가 계파 갈등을 부각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 안팎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돕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서도 대립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같은 당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의 경우 인요한 의원이 꼽힌다. 인 의원의 경우 다방면으로 원 전 장관을 지원 중이다.

인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선거서 비례대표 당선됐다.

그는 최근 나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나 의원에게 우리 좀 도와달라고 전화했으나, 나 의원 측은 “계파 정치를 바람 잡지 말라”며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예의다.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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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