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용서 프레임을 읽어라

지난달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앞으로 약 2년 동안 선거도 없다.

22대 국회 전반기는 의원들이 일하기 좋은 기간이다. 그런데 개원 초부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총선 승리감에, 국민의힘은 패배감에 빠져 있는 분위기다.

4·10 총선 결과를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과 국민의힘의 무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10 총선을 심판으로 보지 않고 용서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민주당이 175석을 얻은 건 전 정부의 국정 파트너로써 정권을 뺏긴 후 어느 정도 반성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이 용서한 결과고,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은 건 현 정부의 국정 파트너로써 실정에 대해 심판하지 않고 용서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진짜 심판했다면 민주당도 120여석에 그쳤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인 101석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22대 국회가 심판 프레임에 의해 탄생한 국회가 돼선 안 된다. 전반기 2년 내내 의원들이 입법활동은 안 하고 계속 심판 프레임에 갇혀 싸움만 하는 꼴을 우리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결과를 용서 프레임의 결과로 보고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은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용서받은 자의 첫 번째 모습은 약한 자를 용서하는 것이다.

만약 두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용서받고도 정작 힘없고 약한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치명적인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경서 예수는 용서에 대해 주인과 결산하는 종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주인이 1만달란트 빚진 종을 불러 자신의 몸과 아내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하니,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사정해 주인이 불쌍히 여기고 그 빚을 탕감해줬다.

그런데 그 종은 자기에게 100데나리온 빚진 동료 한 사람이 빚을 갚지 않자 그 동료가 빚을 갚도록 감옥에 가뒀다.

이에 주변 동료들이 그것을 보고 몹시 딱하게 여겨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다 알리니 주인은 몹시 화가 나서 그 종을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성경의 교훈은 하나님이 우리의 수많은 죄를 다 용서해줬는데, 우리가 형제나 이웃의 작은 죄 하나 용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도 더 이상 우리의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고대사회서 데나리온은 성인이 하루 일해서 벌 수 있는 금액의 화폐 단위고, 달란트는 금 약 40㎏의 화폐 단위로 1000데나리온의 가치가 있다.

현재 돈의 가치로 보면, 1데나리온은 10만원 정도, 1달란트는 1억원 정도 된다. 성경 비유서 종은 1조원(1만달란트)이나 탕감받고, 1000만원(100데나리온) 빚진 동료를 감옥에 넣은 셈이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은 건 국민으로부터 정권을 내놔야 하는 심판이 아니라 다시 한번 회생할 수 있는 엄청 큰 용서를 받은 것이다.

성경 비유처럼 약 1조원 정도 탕감받은 셈이다.

그런데 윤정부와 국민의힘이 1000만원 정도 빚진 자들을 용서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이 준 권한을 갖고 고발하고 감옥에 넣는다면 윤정부 역시 감옥행을 감수해야 한다.

큰 빚을 탕감받은 윤정부가 작은 빚진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성경의 원리대로 국민은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은 윤정부와 국민의힘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게 뻔하다.

지난 총선서 용서해준 것을 다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특히 국민이 용서를 거두고 심판한다면 채 상병 특검법 통과는 물론 대통령 탄핵의 강도 건너야 한다.

사실 윤정부 탄생 과정서 국민의힘의 잘못도 많았지만 국민이 이를 용서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줬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윤정부가 그 힘을 가지고 정부에 빚진 자나 정부를 향해 쓴소리하는 야당이나 단체를 무조건 매도한다면 이는 성경서 말하는 용서 원칙서 어긋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각종 금융상품을 빌려 활용하다 어려움이 닥쳐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때마저 국민의 청지기인 정부를 통해 엄청난 돈을 여러 형태로 탕감받았다.

그런데 대기업은 받아야 할 채권이나 협력업체의 빚에 대해선 용서하지 않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회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우리 국민이 어떻게 대기업을 더 이상 봐주고 용서할 수 있겠는가?         

모든 대기업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IMF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대기업 다수가 많은 혜택을 본 것이 사실이다.

정부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다 엄청난 잘못을 용서받은 개체로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받은 자가 용서해야 하는 단순한 용서원칙을 지켜야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윤정부가 사회 약자들을 용서해야 한다. 야당의 지도자들도 적당한 선에서 용서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만약 기회를 놓치면 그땐 국민이 윤정부를 심판하고 말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 용서 프레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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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