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죄는 정치적 동기로부터 비롯된 다양한 형태의 범죄를 의미한다. 테러와 같은 아주 중대한 범죄는 물론이고, 허가받지 않은 시위 및 집회도 넓은 의미의 정치범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듯 보이는 두 범죄가 정치범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동기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범죄는 그 정의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정치적 질서를 엮고 있는 사람이나 원리에 대한 충성의 배반(betrayal of allegiance)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 그리고 정치적 권위에 대한 도전과 방해(challenge to ro hindrance of political authority)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로 구분한다.
누군가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권위를 집행하기 위해서 이용되는 법률위반 행위로 정치범죄를 규정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에 의한 범죄(crimes by government)와 정부에 대한 범죄(crimes against government)로 구분하고, 테러나 혁명세력과 같이 정치적·사회적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형법을 위반하거나 형법에 규정된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에 정부 권력으로 대항하거나 정부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을 체포하거나 불법 선거자금을 사용하는 등의 범죄, 그리고 불법적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는 등 공적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정치범죄를 유형화하기도 한다.
종합하자면 정치범죄는 그 동기가 정치적이거나 정치적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권위에 저항하거나 도전하는 행위로서, 정부에 의한 법률 위반행위와 정부에 대한 범죄행위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에 의한 범죄는 대체로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이나 테러가 그 대상으로서 대부분은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되지만, 사실은 도덕적인 면이 강하다. 반면 정부에 의한 범죄는 부도덕한 행위임에도 불법적으로 취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정부에 대한 범죄보다 정부에 의한 범죄가 국가와 사회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폐해가 훨씬 크고 중대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에 의한 범죄는 대체로 숨겨지거나 비호되는 등 사법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에 대한 범죄는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정부 청사를 폭파한 사건처럼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도 있지만,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넬슨 만델라와 같은 흑인 인권운동가의 활동처럼 도덕적임에도 사법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파장과 영향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정부에 의한 정치범죄는 정부가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위반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체로 정치권력에 대한 반대지 등에 대한 정부의 과잉 대응(Overreaction)이나, 정치적 부패, 사적 이익을 위한 공직자의 부정과 부패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부에 의한 범죄는 공직자가 개인적 이득을 얻기 위해,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시민에 대한 오만과 과시를 위해서라는 세 가지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정부에 의한 정치적 범죄는 정치적 부패(political corruption)와 정부의 과잉 반응(governmental overreaction)으로 대별할 수 있다.
정치적 부패는 뇌물 등 개인적 이득을 위한 권력남용, 선거 부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패 관료에 의한 ‘영향력의 불법적 형태’라고 할 수 있고, 선거 부정의 정치적 범죄는 권력의 쟁취나 유지를 위해 투표권과 투표 행위에 대한 불법적이거나 최소한 비윤리적·비도덕적 방법을 동원한 개입과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과잉 반응이나 과잉 대응의 정치적 범죄는 국가와 사회의 방위라는 미명 하에 권력자나 정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해 반정부 세력이나 집단, 또는 심지어 일반 시민에 대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