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정부 승리? 멸망전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하기엔 양측 모두 타격이 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라고 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회유책, 의료계는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 요원한 상태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다. 의료계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초 인원보다는 줄었지만 증원을 이뤄내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만에
결론 났다

정부는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배분했다. 이른바 정부의 ‘의료개혁’ 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대교협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면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치의과대를 포함하면 4567명으로 늘게 됐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교육부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안내했다. 정원 내 선발과 정원 외 선발을 모두 합쳐 459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중앙대서 2023학년도 2명이 추가 모집된 만큼 올해 감축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년도에 동점자 발생 등의 이유로 신입생이 추가 모집되면 다다음 학년도에 그만큼을 감축 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내년 4565명 입학 예정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대학 26곳에서는 내년 대입서 총 1913명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이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59.7%에 달하는 숫자다. 전년(102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중 81%는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등 수시로, 19%는 정시로 뽑는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안내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 실제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그사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했고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 차원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회유책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비롯한 7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갔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2000명보다
줄었지만…

이 과정서 의료계 내부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시기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관문,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원고 적격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3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이 입을 손해는 인정하면서도 증원을 멈출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은 역시 제3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원고 적격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신청은 헌법, 교육기본권,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에 대해)‘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대한다고 본 것이다.

전공의 이탈
현장은 마비

이외에도 부산대 의대 전공의·학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의료계서 정부의 결정을 멈춰달라며 1심 법원에 제기한 8개의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모두 각하로 판결 난 것이다. 의료계는 1심 각하 처분에 불복해 모두 항고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의 의료개혁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출구를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실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됐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했다. 전공의의 부재로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등이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인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월 이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는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쐐기 의료개혁 날개
의료계 반발 계속 평행선

전공의 이탈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곳은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다. 말 그대로 ‘악화일로’ 상태다. 주요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하는 등 숨통을 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빅5 등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는 의료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절차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당장 내달부터 건보 급여 선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소는 아니더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미봉책 아닌
근본 변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전공의 복귀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 교수는 “전공의는 개원을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퇴로가 있지만 정부는 없다”며 “의료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의정 갈등의 1막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2막은 ‘멸망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타협점이 사라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