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정부 승리? 멸망전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하기엔 양측 모두 타격이 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라고 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회유책, 의료계는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 요원한 상태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다. 의료계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초 인원보다는 줄었지만 증원을 이뤄내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만에
결론 났다

정부는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배분했다. 이른바 정부의 ‘의료개혁’ 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대교협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면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치의과대를 포함하면 4567명으로 늘게 됐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교육부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안내했다. 정원 내 선발과 정원 외 선발을 모두 합쳐 459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중앙대서 2023학년도 2명이 추가 모집된 만큼 올해 감축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년도에 동점자 발생 등의 이유로 신입생이 추가 모집되면 다다음 학년도에 그만큼을 감축 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내년 4565명 입학 예정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대학 26곳에서는 내년 대입서 총 1913명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이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59.7%에 달하는 숫자다. 전년(102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중 81%는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등 수시로, 19%는 정시로 뽑는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안내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 실제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그사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했고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 차원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회유책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비롯한 7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갔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2000명보다
줄었지만…

이 과정서 의료계 내부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시기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관문,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원고 적격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3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이 입을 손해는 인정하면서도 증원을 멈출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은 역시 제3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원고 적격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신청은 헌법, 교육기본권,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에 대해)‘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대한다고 본 것이다.

전공의 이탈
현장은 마비

이외에도 부산대 의대 전공의·학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의료계서 정부의 결정을 멈춰달라며 1심 법원에 제기한 8개의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모두 각하로 판결 난 것이다. 의료계는 1심 각하 처분에 불복해 모두 항고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의 의료개혁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출구를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실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됐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했다. 전공의의 부재로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등이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인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월 이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는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쐐기 의료개혁 날개
의료계 반발 계속 평행선

전공의 이탈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곳은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다. 말 그대로 ‘악화일로’ 상태다. 주요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하는 등 숨통을 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빅5 등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는 의료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절차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당장 내달부터 건보 급여 선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소는 아니더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미봉책 아닌
근본 변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전공의 복귀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 교수는 “전공의는 개원을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퇴로가 있지만 정부는 없다”며 “의료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의정 갈등의 1막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2막은 ‘멸망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타협점이 사라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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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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