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쏠린’ MZ 선택의 비밀

‘스윙보터’ 2030 표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선거는 끝났다. 이제 분석의 시간이다. 이긴 쪽은 수혜자를 찾고 진 쪽은 책임자를 색출해야 한다. 극명하게 엇갈린 희비의 원인은 향후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표심의 이동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특히 MZ세대의 선택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4·10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정권 심판론’을 넘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투표율은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전투표도 역대 최고 참여율을 보였다. 표심을 가른 건 누구일까? 

낮은 투표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2966만2313명이 투표에 참여, 67%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66.2%)보다 0.8%p 높은 수치고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다.

최고 투표율은 사전투표 때부터 감지됐다. 지난 5~6일 양일간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4.6%p 높은 31.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보수 유권자의 참여가 높았던 점이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선관위 관계자는 “24시간 CCTV 공개, 수검표 도입 등 신뢰성 강화 조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가운데 1384만9043명이 참여한 사전투표서 60대가 314만1737명(22.7%)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311만7556명(22.5%), 40대 216만7505명(15.7%), 70대 이상 207만3764명(15%) 순이었다. 50~60대가 전체 사전투표자의 45.2%를 차지했다.

사전투표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는 30대로 115만9701명(11.3%)이었다. 18~29세는 178만8780명(12.9%)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방송 3사(MBC, SBS, KBS)에서 진행한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가 다르게 나온 배경으로 ‘샤이 보수’의 결집을 꼽고 있다. 샤이 보수는 평소에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투표할 때 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방송 3사 공동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주식회사 등 3개 조사기관이 72억8000만원을 들여 수행했다.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000여개 투표소서 투표자 약 5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현행 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어 전화투표로 진행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방송3사를 통해 동시에 공개된 출구조사는 범야권이 200석 안팎, 국민의힘은 비례대표를 합쳐도 100석 안팎에 머무를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200석 이상이면 대통령 탄핵, 개헌 등이 가능한 전인미답의 수치다. 

하지만 실제 투표함을 깐 결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범야권의 압승, 국민의힘 참패라는 큰 틀에서는 맞았지만 의석수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투표율·사전투표 변수 꼽혀
20대는 성별 따라 극명하게


최종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비례대표(더불어민주연합) 의석과 합쳐 175석, 비례대표만 낸 조국혁신당이 12석 등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비례대표(국민의미래)와 합쳐 108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출구조사 결과 최대치와 비교해 22석이 적었고 국민의힘은 최소치와 비교해 23석을 더 얻었다.

샤이 보수의 존재와 함께 이번 총선서 가장 주목받은 연령층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그중에서도 20~30대였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 유권자는 보수 성향 정당에 투표하는 비율이 높고 40~50대는 진보를 찍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30대는 선거마다 선택을 달리하는 이른바 ‘스윙보터(부동층)’의 면모를 드러냈다. 여기에 20~30대는 선거 막판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지난 대선이 0.7%p 차이의 초접전 양상으로 흐른 배경으로 20대 여성의 막판 결집이 꼽힌다. 당시 20대 여성은 마지막까지 부동층으로 꼽히다가 선거 막판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몰표를 몰아주면서 판세를 흔들었다. 20대 여성의 58%가 이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33.8%만 지지했다(출구조사 결과).

이번 총선서도 20~30대 투표율과 표심은 변수로 떠올랐다. 전체 연령층 가운데 20~30대의 적극 투표 의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꼽히는 60대 이상, 민주당의 지지층인 40~5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달려가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마저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20~30대의 탈정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정당이 20~30대에 끝까지 공을 들인 것은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접전지역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야는 선거 사흘 전까지 전국 50여곳을 경합 상태로 봤다. 전통 텃밭을 제외하고 접전지역서 얼마만큼의 의석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각 정당의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180석 이상의 의석을,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을 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20대의 경우 성별에 따라 지지 정당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서 20대 남성은 윤 대통령(58.7%)을, 20대 여성은 이 대표(58.0%)를 지지했다. 30대 남성의 42.6%가 이 대표를, 52.8%가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그 차이가 20대보다 작았다. 그외 연령대는 남녀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후보에 극단적으로 몰표를 던진 연령층은 20대가 유일했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KBS가 공개한 연령·성별 비례대표 지지 정당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과반(51%)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가장 많은 지지(31.5%)를 보냈다.

30대 남성도 국민의미래(29.3%), 더불어민주연합(28.8%), 조국혁신당(23.6%) 순으로 나타난 반면 30대 여성은 더불어민주연합(38.2%), 조국혁신당(23.2%), 국민의미래(20.3%) 순이었다. 


영향력 크다

앞으로 있을 선거서 20~30대의 영향력은 인구구조상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총선은 60~70대 고령층 유권자 비율이 20~30대보다 많아진 첫 선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6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31.9%를 차지했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3명은 고령층이었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극렬한 대립으로 정치에 등을 돌리는 20~30대도 많아지는 추세다. 다음 선거는 이제 2년 뒤에 열린다. 그때 MZ세대는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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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