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이즈미디어 기술 유출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11 10:59:28
  • 호수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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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냥꾼 먹잇감 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아이폰과 갤럭시 등에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이즈미디어가 핵심 기술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인석 이즈미디어 전 대표도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28일 남부지법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 상장폐지된 이후 지속되는 풍파를 겪어온 이즈미디어 내부는 ‘사실상 자포자기한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지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즈미디어’는 초소형 카메라 모듈(CCM) 검사장비 분야서 위상을 떨쳤다. 2020년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매출과 수익이 감소했으나,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친구인 랜디 저커버그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그래버보드
설계·제작

결과적으로 이즈미디어의 상장폐지는 임직원들이 벌인 전형적인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의 부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이즈미디어 임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해당 사건은 2023년 1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한 사건이다.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일부 피고인은 구속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중 A씨는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이미지 그래버보드 기술(이미지 센서로부터 받은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 이하 그래버)를 설계하고 제작한 이즈미디어의 영업이사로 근무했다. 삼성은 물론, 애플 제품과도 호환되는 그래버는 이즈미디어만 보유한 기술이다.

2022년 이즈미디어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A씨는 중국 업체 B사로 이직하기로 결심한 뒤, 핵심 엔지니어 등 6명을 설득해 함께 퇴사했다. 이들이 2022년 말 이직한 B사는 중국 업체가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다. 퇴사 당시 이즈미디어는 A씨 등에게 핵심 기술 관련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직을 앞두고 그래버 개발에 필요한 부품 리스트 파일 등을 B사와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당 제품의 소스코드 파일 등을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들고 나간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기술로 B사의 사무실서 테스트용 제품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이즈미디어 근무 당시에도 그래버 부품 목록 등의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즈미디어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그래버는 2022년 12월14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첨단기술·제품 확인 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카메라 모듈의 최신 인터페이스 규격과 PC의 연결, 카메라 모듈의 소비전류 정밀 측정, 이미지 센서 입출력 핀 불량 검사 등을 수행하는 핵심 기술이다.

주로 스마트폰의 고사양 카메라 모듈 테스트를 위한 기술로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 따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애플 Mac OS와도 호환이 가능하다. 주요 고객사는 애플, 삼성전자, LG이노텍, LG전자, 메타(페이스북) 등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아이폰 등 카메라 부속 제조
중국 기업에 정보 빼돌린 임원 구속

이즈미디어의 이번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즈미디어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아직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회사에서 답변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022년 3월 이즈미디어는 감사보고서가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당시 감사인이었던 한영회계법인은 ▲티피에이패션과의 골프의류 매입거래 ▲주요 경영진의 대여금 ▲NFT플랫폼 관련 신규사업투자 등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거래정지 직전 당시에도 주가는 추락했다. 2022년 1월3일 종가기준 1만5950원이었던 주가는 1월24일 기준 2705원으로 83.04% 폭락했다. 최대주주인 티피에이리테일의 채권자이자 담보권자인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가 반대매매를 실행했고 2021년 초,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투자조합들까지 투자금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폐의 후폭풍은 핵심 기술 유출만이 아니었다. 최근 김인석 전 이즈미디어 대표이사가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M&A 사기 혐의로 추가 피소됐다. 김 전 대표가 인수한 상장기업들의 추가 횡령, 배임, 주가조작, 특경 사기 등 고소가 예상된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이즈미디어서 발생한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28일 남부지법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이즈미디어는 그를 비롯한 3인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발생 금액은 64억5200만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에도 34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김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2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등에 투자할 것이라던 KIB플러그에너지(KIB PE)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랜디 저커버그를 영입했던 이즈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주가를 띄우기 위한 호재성 재료 발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업비밀
빼돌려…

또 김 전 대표의 M&A 사기 혐의도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해 7월 KIB PE의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주가상승을 빌미로 고소인으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으나, 주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투자금으로 자신의 부채를 상환하는 등의 사기행위를 저질렀다고 고소인들은 주장했다.

그는 고소인에게 KIB PE 인수자금으로 15억원을 지원하면 1주당 602원에 인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당시 주가는 최고가 1230원을 기록할 정도로 주가가 상승한 시기였다. 고소인은 주변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김 전 대표에게 15억원을 이체했으나 현재까지도 돈과 주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KIB PE 경영진 일부가 이미 투기거래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도 ‘먹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행동주의 펀드는 김 전 대표의 아내 박수진이 지분 58.08%를 보유한 최대출자자이며, 윤석준이 사내이사다. KIB PE는 행동주의펀드로 자이글 주가 급등 당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KIB PE는 2022년말 자이글의 지분 5%를 보유하며 주주행동주의를 선포했다. 이후 자이글과 KIB PE는 2차전지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자이글의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해 초 5000원대였던 자이글은 상한기를 연이어 기록하며 시총이 몇 배나 커졌다.

그러다 KIB PE는 돌연 차익실현에 나섰다. KIB PE 등은 3개월여 만에 6배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IB PE의 현재 자이글 지분율은 보고 의무가 사라진 3%대 수준이다. KIB PE는 자이글의 2차전지 사업에 대해 출자하지도 않았다. 이른바 ‘자이글 먹튀 사태’와 마찬가지로 KIB PE와 이즈미디어가 기업사냥꾼의 투기장으로 훼손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즈미디어 상장폐지의 원인이 김인석 등 기업사냥꾼들의 작품이라고 바라봤다. 2002년 설립된 이즈미디어는 2017년 코스닥 상장 이후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2021년 1월 홍성철 창업주는 TPA리테일 측으로부터 235억원을 받고 돌연 지분을 판 뒤 회사를 떠났다.

‘페북 누나’ 
수상한 등판

2021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이즈미디어는 이사회 의장 자리에 명주성 TPA리테일 미국법인장을 앉히고, 김기태·김인석 공동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새 주인이 된 TPA리테일은 2021년 3월30일 열린 정기주총서 18개 사업을 정관에 넣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이즈미디어의 사업 부문을 크게 ▲하드웨어(CCM) ▲유통(브랜드OEM, 미디어마케팅, 홈쇼핑 등) ▲소프트웨어(블록체인·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등으로 제시했다. 정기주총서 선임된 ‘어벤져스급’ 이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랜디 저커버그 전 페이스북 최고 마케팅책임자, 이원준 전 롯데그룹 부회장, 오성목 전 KT 사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하금열 전 SBS 사장, 문성훈 전 위츠모빌리티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중 단연 주목을 받은 사람은 랜디 저커버그였다. 2021년 당시 이즈미디어는 랜디 저커버그를 앞세워 미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펴겠다는 마케팅을 벌여 주가가 4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랜디 저커버그는 사외이사 선임 후 이사회에 일체 불참했고 석 달 뒤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TPA리테일은 지난 2021년 11월, 이즈미디어 운영자금 60억원 조달을 위해 보유하던 주식 중 91만3062주를 담보로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로부터 대출받았다. 문제는 대출 당시 담보권 실행 조건이 붙었고 하필 그 조건이 들어맞았다는 점이다.

당시 TPA리테일은 이즈미디어 주가가 1만1830원 밑으로 떨어지면 담보권이 실행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당시 이즈미디어의 주가는 1만9000원이었으나 직후부터 떨어졌다.

김인석 전 대표 횡령·배임 혐의
박수진 대표 자이글 먹튀 장본인?

급기야 2022년 2월 말 주가가 담보권 실행 조건 하한선 아래로 떨어졌고 채권자 측이 TPA리테일 측 담보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를 행사했다. 이어진 반대매매 탓에 TPA리테일의 지분은 감소했고 결국 2022년 4월 최대주주가 채권자인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로 바뀌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본업이었던 초소형 카메라 모듈(CCM) 검사장비 사업의 매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2022년 말 기준 매출이 2021년 말보다 12.9%, 2020년 말과 비교해 무려 129.68% 늘었다.

다만 2020년과 2021년 회계결산 결과 자기자본의 절반을 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하며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통보하면서 2022년 3월23일 거래를 끝으로 이즈미디어의 주권 거래는 중단됐다. 

한편 2021년 11월10일 돌연 공동대표서 사임한 김인석은 명주성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가 반년여 만인 2022년 5월23일 다시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주권 거래마저 정지된 상황서 사업 지속을 위해선 자금 마련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즈미디어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초이홀딩스 등이 참여하기로 했던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그린박스가 참여하기로 했던 12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22년 5월24일이 최종납입일이었던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발행 결정도 철회했다. 기존 회사 측은 CB 발행을 통해 시설자금 150억원과 운영자금 50억원, 기타자금 1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새로운 제3자 배정 대상자로 떠오른 이즈네트웍스가 이즈미디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기존 유상증자와 CB 발행 철회를 알린 2022년 5월23일 이즈미디어는 제3자 배정 증자를 통해 6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주 270만8333주가 2400원에 발행했다.

어쩌다…
상폐까지

이즈미디어는 제3자 배정 대상자인 이즈네트웍스에 대해 “경영정상화 및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 달성 및 필요자금의 신속한 조달을 위해 투자자의 의향 및 납입 능력,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금번 유상증자의 납입 결과에 따라 당사의 최대주주는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서 이즈네트웍스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설된 이즈네트웍스는 김인석의 아내인 박수진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산 1억원 규모 회사로 드러났다. 자이글 주가 급등 당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행동주의 펀드 최대 출자자가 이즈미디어의 구원자인 것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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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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