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거개입’ 재수사 내막

총선 앞두고…야권 치명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재수사에 나서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에 뛰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수사는 지난주부터 이뤄졌다. 이른바 총선 시즌에 정치권을 건드리는 건 민감한 사안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수사다. 검찰이 최근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재판에 넘기지 못한 인물들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한 이유다.

분주한 움직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정원두)는 지난 7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내부의 의사결정이 담긴 자료를 들여다보려 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재수사 대상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등은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임동호 전 의원을 회유해 출마를 막은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장관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과 당시 울산시장이던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에 관한 하명수사에 영향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출마를 막은 정황이 있다고 보면서도 혐의 입증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지난 2021년 4월,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선거개입 사건 1심 재판부가 송 전 시장 등의 관련 사건 재판서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송 전 시장 단독 공천을 위해 임 전 의원을 매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가 2017년 민주당 내 86학번 모임서 임 전 실장에게 ‘민주당 최고위원을 마치면 오사카 총영사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 압수수색
“조국·임종석 소환은 총선 이후”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당시 지방선거서 송 전 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단독 공천을 받기 위해 경쟁자를 회유해 출마를 막는 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일부 인정한 셈이다. 재수사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서울고검은 지난 1월 송 전 시장, 임 전 실장, 조 전 장관, 이 전 비서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5명에 관한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정치권에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총선 출마에 나섰고 임 전 실장은 민주당으로부터 ‘컷오프’ 됐으나 존재감은 여전하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들이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의 일이다.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철 지난 울산시장 개입 의혹 사건을 털고 또 털면서 문재인정부, 특히 조국을 겨냥해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무도한 검찰 정권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류삼영 서울 동작을 후보는 “급한 사건도 아니고 어제의 사건도 아닌데 과거 사건을 들고 와서 선거에 출마한 사람, 출마할 사람, 영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하고 그걸 보도하는 것은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명령한 지 두 달여가 지났으나 시기상 민감한 상황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역풍을 각오하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현재 수사는 초기 단계로 총선 이후에나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압수수색 이후에 정치권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걸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재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비교하고 난 이후 참고인 조사까지 진행하면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 청와대 고위 간부들 조직적 개입 인정
야권 연루 사건 대규모 수사…검, 부담될 수도

민주당 소속이던 황운하 전 의원도 이 사건으로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달 26일 “억울하지만 당의 승리를 위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했었다. 그랬던 황 전 의원은 보름 만에 이를 번복하고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검찰은 사실상 야권을 타깃으로 대규모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도 민주당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대선 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대장동과 관련해 부실수사 내지 수사 무마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경향신문>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하기 위한 허위보도라며 배후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 있던 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월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고, ‘돈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허종식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이외에도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현직 의원 10여명이 수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겨냥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야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울산 선거개입 사건 외에도 민주당이 엮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부담도 크다. 사실상 직을 걸고 하는 일이고 수사 결과가 연말에야 나올 수도 있다. 핵심 인물들의 반발이 심한 데 이어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참고인 등으로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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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