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진 건가?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4.02.29 11:23:05
  • 호수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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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웅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논쟁이 화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마다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시대의 영웅’이라는 말만 봐도 어쩌면 영웅은 태어난다기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말처럼 말이다.

범죄학서도 비슷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자는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논쟁이다. 범죄학에서는 이를 두고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의 논쟁’으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결합한 결과로 범죄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적으로 타고난 선천적 기질 및 성향과 범죄를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범죄적 환경이 결합한 결과가 범죄 성향, 범죄성이라고 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범죄성의 개인적 성향, 기질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유발, 조장하거나 적어도 용이하게 하는 환경에 처하게 될 때 범죄 발생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본성과 후천적인 사회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양육 요인이 개인의 범죄성에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과연 생물학적 본성 요인이 범죄 행위 유발에 더 많은 책임이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후천적 양육 요인이 더 책임이 클까?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인간의 행위는 학습의 결과라고 믿는다. 수영을 하고, 걸음마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심지어 젓가락질을 하는 것까지 거의 모든 인간 행위는 배워야만 할 수 있듯이 범죄 행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 행위의 학습은 자신의 사회적 환경서 배운다지만, 유전자와 생물학적 과정이 학습의 방법과 방식의 기저를 이룬다. 범죄 행위도 당연히 단순하게 본성이냐 양육이냐가 아니라, 본성과 양육 요소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범죄학의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범죄학자 ‘Cesare Lombroso’를 필두로 범죄에 대한 환경적 정당화보다는 오히려 범죄성의 생물학적 설명, 즉 양육보다는 본성에 주목했다.

거의 동시대에 범죄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개인적 병리 대신에 사회구조를 표적으로 한 사회학적 이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학적 이론의 등장은 20세기 중반 범죄성 설명의 초점을 본성에서 양육으로 이동시켰다.

쌍생아 연구와 입양아 연구가 아마도 이런 논쟁에 흥미를 더한 것은 아닐까 한다. 

다수의 심리학자들은 초기 인생 경험이 개인의 장래 태도, 의도, 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연구 결과와 증거는 개인이 범죄 활동을 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느 하나만의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본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비교적 최근의 범죄이론의 하나로 등장한 ‘상황적 행동 이론(Situational Action Theory)’이 이런 관점을 제대로 가정하는 것 같다.


즉, 범죄라는 행동은 주어진 특정한 맥락, 상황, 환경서 개인이 인식하고 선택하는 행동 대안에 근거한 인식-선택 과정의 결과로 간주하는 것이다. 개인이 범행을 범할 가능성은 범죄를 지향하는 자신의 성향, 범죄 유발, 조장적 환경이나 상황에의 노출, 그리고 특히 이 성향과 노출의 상호작용에 달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성의 입장에서는 범죄 활동에 대한 성향은 유전적 요인으로 주로 형성되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범죄 행위에 대한 유전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 양육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양육, 사회적 영향, 사회경제적 수준, 삶의 경험이 범행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아직도 본성이냐 양육이냐의 논쟁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범죄 행위는 종종 개인의 유전적 기질과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의 삶의 경험의 복잡한 결합서 초래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유는 환경적 변수들이 특정한 인성 특성과 행위를 자극하거나 아니면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며, 말할 것도 없이 유전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이나 뇌과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선천적 요인에 대한 변화나 개선도 가져다주는 점 ▲팰런 박사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구조를 갖고 태어났음에도 세계적인 저명 뇌과학, 신경과학자가 되는 등 성공한 사이코패스도 적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본성보다 양육으로 약간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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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