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 시나리오

낙마자들의 반란 ‘사방이 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소리 없이 물밑으로 사라졌다. 대통령 부부만 때리던 더불어민주당의 손이 갈 곳을 잃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공천 파열음만 커지는 형국이다. 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설’에 또다시 연기가 오르는 이유다.

총선 레이스 초반부터 정부·여당에는 악재만 몰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부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까지 호재가 이어졌다. 안일했던 탓일까? 총선을 한달 반 앞두고 국민의힘이 각종 승부수를 띄우며 주도권을 당기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지만, 여의도 담벼락을 넘는 요란한 집안싸움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되든 말든
일단 고!

지난 6일,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밝혔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고령인구와 상승하는 의료수요에 비춰볼 때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필수 의료공백의 원인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분별하게 의대 정원을 늘린 정부를 규탄하며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으로 추산된다. 수술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환자를 돌볼 의무를 저버린 의사’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 3주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소폭 상승시킨 데 기여했다는 평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집어 든 ‘사형 집행 논의’ 카드도 주목을 받는다. 어디까지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지만 민감한 주제를 탁자에 올려놨다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한 비대위원장의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깊게 논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일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택배 공약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사형제가 있고, 제가 (법무부)장관을 하는 동안 사형시설을 점검했고 사형이 가능한 곳으로 재배치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안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그 부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고 과감한 논의를 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하다가 그만뒀다. 법에 따르는 집행도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고, 그게 우리 사회를 더 안전히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천으로 두 쪽 난 당심…리더십도 ‘휘청’
‘영장 기각’ ‘미니 총선’ 기세는 어디로?

민주당은 의대 정원을 콕 집어 ‘정치쇼’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총선 전 이목을 끌기 위해 성급하게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민생 국정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권력의 사유화”라고 꼬집었다.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슈적인 측면서 민주당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윤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총선을 준비했지만 판세가 뒤집히면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시작으로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민주당이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담은 ‘쌍특검’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터지면서 점차 심판론에 무게가 쏠렸다.

기세를 이어가던 중 공천 문제가 뇌관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9일 하위 20% 명단이 발표됐고,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을 배제한 지역구 여론조사가 시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이다.

첫 번째 타자는 민주당서 4선을 지낸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다. 김 부의장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민주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룰에 따르면 하위 10% 의원은 경선 시 득표율의 30%를, 하위 20% 의원은 20%를 감산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김 부의장은 “지난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아 왔다”며 “모멸감을 느낀다.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지난 22일 기준 하위권 통보 사실을 밝힌 의원은 김 부의장을 포함해 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6명이다. 이들은 평가 결과를 향해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터져 버린
공천 화약고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모든 공천 심사는 저의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제가 아는 한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파장을 일으켰던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 발언에 대해선 “책임 있는 분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지,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이야기고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원로인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공천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 전 총리는 “지금처럼 공천 과정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으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일부 지역구서 의도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실행된 것도 당내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여론조사가 현역 의원을 제외한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선을 앞두고 공관위조차 모르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두고도 양측이 격돌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서는 홍 의원을 제외한 이동주 비례의원과 영입 인재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노웅래(서울 마포갑), 송갑석(광주 서갑),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의 이름이 빠진 여론조사가 한차례 지역구를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을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경쟁력도 없는 사람을 자꾸 (여론조사에 넣어)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오히려 갈등만 빚어진 셈이다.

멀고 험한
총선 승리


결국 이 의원은 “이 대표를 도운 것을 후회한다”며 “왜 후회하는지 이유는 곧 밝혀질 것”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등 폭로성 발언을 남기고 사퇴했다.

후폭풍이 불어닥치자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서 비공개 긴급 의견총회를 열고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의총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서 ‘공천과 관련한 반발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자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왜 참석을 안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의총 도중 고성이 오가면서 한때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진화에 나선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경우 공관위원장이 어떻게 평가가 진행됐는지 직접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신뢰성·투명성이 납득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만 세 차례 이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 시일 안에 그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치를 것이란 예상도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이 대표는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며 봉합에 나섰다.

일부 비명계가 ‘원칙과상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집단 탈당했지만 당시 민주당에는 큰 타격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천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놓고 내홍이 커진다면 이 대표의 거취를 장담할 수 없다. 공천을 계기로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단순한 친·비명간의 계파 다툼이 아닌 조기 선대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지금 상황대로라면 이 대표가 총선 전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판도를 봤을 때 자기네(민주당)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이 대표는)뒤로 빠지고 친문(친 문재인)계 비대위원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분오열 안으로 굽어버린 칼날
“툭하면 사퇴” 뼈 있는 한마디

이 관계자는 현재 공천 파동의 핵심인 ‘친명 민주당’이 꾸려지는 이유 역시 비대위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기 비대위원장 등 ‘포스트 이재명’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서 1열에 나섰다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몽땅 뒤집어쓴다면 추후 정치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파도처럼 밀려올 사퇴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를 향한 불신과 공정성 시비가 매우 크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은 채 이 대표가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후폭풍은 불가피하고, 또 국민이 봤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당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것은 곧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총선 패배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의 원로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 역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사표가 아닌 불출마 요구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당 대표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21대 대선을 노리는 만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툭하면 사퇴하라 소리 하는 분들 계신 모양”이라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서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며 “환골탈태 과정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쌍특검
이번엔?

공천 논란을 잠재울만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쌍특검 재표결을 띄우면서 여론 형성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쌍특검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김건희 리스크를 끌어 올려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리겠다는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권 행사는 자신과 가족의 죄를 숨기는 데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국회서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퇴’ 원희룡 반응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서 이 대표와의 매치가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대표의 2선 후퇴설에 관해 “불출마를 전제로 여론을 떠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런 간 보기에 계양은 없다는 것”이라며 “임기 내내 아무것도 안 해도, 또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되는 곳이 계양인가”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원희룡은 다들 어렵다는 계양을 스스로 찾아왔다”며 “계양의 변화에 대한 믿음과 각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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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