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서 대장 단지로

반포 자이, 강남 타워팰리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성수 트리마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단지들이 미분양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지금은 ‘대장 아파트’로 다시 우뚝 섰다.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과 함께 서초구 반포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는 2008년 분양 당시 일반분양 599가구 중 40%에 달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분양으로 골치 아팠던 곳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 11억원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GS건설은 계약금 납부 이후 잔금 납부일을 최대 6개월 연장해주고, 잔금을 미리 내면 그만큼 분양가를 깎아줬다. 미국 교민들까지 설득하기 위해 현지서 사업설명회를 진행, 항공권과 무료 숙박 체험 등 각종 혜택을 홍보했다. 그럼에도 미분양을 털어내기 힘들어 조합이 잔여분 159가구를 국내 사모펀드에 넘기기도 했다. 

비실비실
다시 우뚝

반포자이는 2022년 최고가 39억원을 찍은 이후 최근에도 3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포자이와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도 미분양에 시달렸는데, 이곳도 지난 1월20일 3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세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2000년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초기 분양률이 20~30%에 그쳐 삼성물산 고위 임원들이 미분양 물량을 할당받기도 했다.


2010년 분양을 시작해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서초구 방배 ‘롯데캐슬아르떼’는 계약자가 분양가 절반만 납부하면 3년간 살 수 있고, 잔금은 건설사가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2년6개월~3년 사이에는 위약금 없이 환매해 주는 ‘리스크 프리’ 계약제를 실시하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썼던 바 있다.

유명 연예인,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성수 하이엔드 3대장’ 단지들도 심각한 미분양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 갤러리아포레’는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300만원의 높은 분양가로 분양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분양 물량의 20%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두산건설의 ‘성수 트리마제’도 2014년 3월 분양을 시작, 사실상 청약률 ‘0’을 기록하고, 2년이 지나도록 전체 분양 물량 422가구 중 266가구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DL이앤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건설사 오너 일가가 직접 청약에 나서 화제가 됐던 곳이다. 2008년 최초 분양 당시 ‘뚝섬 한숲 e편한세상’이란 이름으로 나왔는데, 분양가는 3.3㎡당 3856만~4594만원 선이었다. 특별공급과 1〜3순위 접수서 196가구에 29명만 청약해 전체 물량의 85%인 167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 털어내기 안간힘
지금은 없어서 못 산다

이준용 당시 대림산업 명예회장(DL 명예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DL 회장), 이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해서씨 등이 청약을 신청하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저조한 분양률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9년 만인 201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분양을 재개, 3.3㎡당 평균 분양가 4750만원대에 청약경쟁률 2.89대1을 기록했다. 

현재 마포구 대장 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대 1에 불과, 2014년 입주 직전까지 미분양에 시달렸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 7억원대였지만 당시 기준으로 애매한 입지와 고 분양가 등이 미분양 요인으로 꼽혔다. 이곳도 미분양을 털기 위해 분양가 할인과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 강북권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경희궁자이’도 미분양이 지속됐던 단지다. 2014년 11월 1085가구 일반분양에 경쟁률 3.5대1을 보였지만 당첨 후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며 미분양이 쌓였다. 현재 전용 84㎡ 기준 시세 19억5000만원(1월18일)으로 분양가(7억8500만원)의 3배 가까이 올랐다.

현재 동대문구 대장주로 불리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계약금 5%, 중도금 20%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최근 사례로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2022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분양 당시 899가구의 미분양이 나왔지만, 작년 1월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무순위청약 때 완판됐다. 현재 전용 84㎡ 기준 입주권 시세는 분양가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19억원대로 형성돼있다. 일반분양가는 84㎡ 기준 12억3600만~13억2000만원 선이었다.

저조한 
분양률

최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시장의 외면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한 6만2489가구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3033가구)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3.7% 늘어난 1만857가구로 지난해 8월(9392가구)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입지, 규모 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극심한 미분양을 겪었으나 대장 단지가 된 곳들의 공통점은 대단지로 조성되고 양호한 입지라는 점이다. 반포자이, 트리마제,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입지는 좋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분양해 미분양이 났던 곳들로, 입지가 좋다면 미분양 단지도 향후 5년, 10년 뒤에 ‘로또’로 변할 수 있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요즘은 수요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도 입지가 양호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사각지대는 미래가치 상승이 어렵다고 보이며, 서울이라도 입지가 떨어지거나 나홀로 단지인 경우는 피해야 한다.

대단지에 교통 및 교육환경이 양호한 경우 침체기에 미분양이 날 수 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곳들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대비 
2〜3배 점프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들도 알고 보면 한때 미분양인 시절이 있었다”며 “인근에 교통과 교육 여건 등이 개선되는 지역에 단지의 경우 향후에도 수요층이 탄탄해 투자 가치를 노려볼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목할만한 경기 남부권 미분양 단지들.


▲트리우스 광명=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 2구역 ‘트리우스 광명’이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로 거듭난다. 고분양가 논란을 딛고 잔여 세대가 분양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명제2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은 지난 2일,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광명1초등학교 신설 관련 일조 기준 만족 결과를 수신했다.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교육환경보호원의 사전 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도 추진된다. 조합은 “최근 조합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의 찬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고 대부분 찬성했다”며 “입주 기간에 맞춰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광명시 광명1동 12-2번지 일원 광명 2R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전용면적 36~102㎡ 총 334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들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단지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휴식 공간과 테마 공간을 조성해 입주민들이 다채로운 공간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단지 내 조경 공간에는 파노라마 석가산, 티하우스(복층형), 특화 물놀이터, 특화 테마놀이터, 헬스트랙을 비롯해 시니어 가든, 커뮤니티 가든, 생태 연못과 외곽 산책로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들이 조성된다.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위약금 없이 환매해 주는 ‘리스크 프리’도


여기에 일반적인 타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또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 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4.1~4.2%대 대출 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영통역자이 프라시엘= 영통·망포 생활권에 위치한 ‘영통역자이 프라시엘’ 아파트가 미분양 잔여 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GS건설이 시공하는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일원에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3층, 총 472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84㎡A 201가구, 84㎡B 109가구, 84㎡C 107가구, 84㎡D 35가구, 100㎡ 20가구로 구성된다. 

2026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며, 전매제한은 6개월이다. 남향 위주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필라테스 등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갖춰진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원 프리미엄 아울렛 등이 가깝다. 수원 영통 중심상업지구가 도보 거리에 있다. 청명산, 생태공원, 반달공원, 기흥 호수공원, 수원어린이교통공원, 살구골공원이 인근에 위치한다. 실내체육시설과 수영장을 갖춘 망포복합체육센터가 개발 계획 중이다.

도보 거리에 서천초가 위치하고, 서천중, 서천고, 영일초, 영일중, 태장중, 태장고, 영덕고, 경희대 국제캠퍼스, 반달어린이도서관 등이 가깝다. 영통·망포 학원가도 인접해 있어 교육여건이 우수하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으나, 용인은 다양한 개발 호재와 우수한 교통여건으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빠르게 소진 중”이라고 전했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 더 플래티넘= 쌍용건설은 평택시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 더 플래티넘’ 아파트의 잔여 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공동 1블록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동, 총 1340가구다. 전용면적 84㎡, 113㎡로 구성된다.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로 조성된다. 잔디마당, 유아놀이터,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조경시설이 들어선다. 4레인 실내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카페, 스터디룸, 어린이집, 경로당, 돌봄센터, 맘스테이션 등이 갖춰진다. 

아파트 주변에 초등학교와 유치원 부지가 예정돼있다. 단지 내에 종로엠스쿨을 유치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2년간 무상 제공한다. 반경 1㎞ 내에 홈플러스와 아이파크 등 쇼핑시설이 들어서며, 아주대병원이 개원 예정이다.

평택 지제역과 서정리역이 인근에 위치한다. 경기대로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이동이 용이하고, 수원역으로 직결되는 KTX가 올해 개통 예정이다. 특히 ‘GTX 신설·연장’ 계획 확정으로 GTX-A, C 노선이 연장되면, GTX-A와 C 연장 노선이 교차하는 평택 지제역서 서울까지 2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잔여 세대
선착순으로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4억원대로 모델하우스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계약금 10% 1, 2차 분납제를 적용하며, 계약 시 500만원만 있으면 체결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은 필요 없으며,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가 가능하다. 2차 계약금 자납 시 연 7.3%의 이자금액을 지급하며, 사업 주체 지정 금융기관서 신용대출로 납부 시 이자 전액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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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