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보호처분’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5:06:23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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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보내도 부모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어린 나이의 범죄가 아닌,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충격이다. 문제는 촉법소년의 개선·교화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보호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재범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서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말한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전과 기록
남지 않아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이를 통해 보호처분에 처한다. 소년보호재판 절차는 사건이 접수되면 내용에 따라 소년보호사건으로 수리된다. 재판은 소년부 판사가 관장하지만, 전문 조사관이 판사의 지시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사 과정서 병원, 소년분류심사원 등에 위탁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 이 단계서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보호가 필요한지 자료를 수집하고 생활 환경이 어떤지 조사한다. 조사 내용에 따라 심리일에 10가지 보호처분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정을 내리거나 검찰에 송치한다.

보호처분은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 6개월 ▲수강 명령 100시간 이내 ▲사회봉사 명령 200시간 이내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1년 ▲‘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6개월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 의료 보호시설에 위탁 6개월 ▲소년원 송치 1개월 ▲소년원 송치 6개월 ▲장기 소년원 송치로 나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4만3042건으로 2021년 3만5438건보다 7604건 증가했다.

소년보호사건은 ▲2018년 3만3301건 ▲2019년 3만6576건 ▲2020년 3만8590건 등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3만5438건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2022년 처리 사건의 61.8%에 달하는 2만4933명이 보호처분을 받았는데 그중 촉법소년은 5245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만 10세 144명 ▲만 11세 523명 ▲만 12세 1196명 ▲만 13세 3382명 등으로 나타났다.

보호처분 원인으로는 우발적 행동(43.3%)과 호기심(40.4%)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생활비 마련(5%), 유혹(3.9%), 사행심(2.3%)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보호처분이 소년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돼, 실효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 10세∼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
1∼10호 10가지 중 하나 선택 결정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최근 아들이 상가 구석진 곳에서 집단 폭행당하는 걸 누가 신고해줘서 경찰이 출동했다. 부랴부랴 경찰서에 갔더니 아들은 만신창이였고 양쪽 귀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한쪽 귀는 퉁퉁 부어 손도 못 댈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아들 B군은 10대 7명에게 둘러싸여 2시간가량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돈을 빼앗고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적 괴롭힘)을 하는 등 B군을 지속해서 괴롭혔다.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B군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 계좌 비밀번호를 받아낸 뒤 통장 잔액을 모두 빼갔다. 이들은 “오늘까지 30만원을 갖고 오지 않으면 옥상서 뛰어내려라”는 협박도 했다. B군의 휴대폰을 뺏어 본인들이 보낸 협박 메시지를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이게 중학생들이 할 짓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B군은 사건 당일 폭행을 예상하고 동생의 휴대폰을 가져가 녹음했다. A씨는 “녹음 듣다가 진짜 그 새끼들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대부분이 우리 애가 일방적으로 맞는 소리였다. 이번 일을 경찰 신고하면 잠시 보호처분 받고나서 죽여버린다고 보복 협박 예고도 하더라”고 분노했다.

7명의 가해자 중 5명은 촉법소년이었다. 당연히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명령 등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여전히 높은
고아 비율

A씨는 “정신적, 신체적 보상 안 받고 그냥 처벌받게 할 수는 없나. 형사 사건이라 어찌 되는지 아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서 배현진 의원을 돌덩이로 여러번 공격한 혐의(특수폭행)로 10대 C군을 체포했다.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C군을 조사했고, 건강 상태를 고려해 그를 인근 병원에 응급 입원시켰다.

C군은 연예인 사인을 받기 위해 미용실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포 당시 그는 ‘촉법소년’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나이가 15세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3명 중 1명은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전문가는 “소년 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강력범죄 재범 소년들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만, 이외 다른 소년들에 대해서는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이뤄져야만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소년의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인데, 바로 여기서 보호처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이 항목으로 인해 법원 소년부 보호처분은 형사처벌과 달라서 소년원에 송치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소년원 가면 
범죄만 모의

또 소년법상 제32조 제1항 보호처분 중에서는 부모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10가지로 규정돼있다. 크게 ▲보호자 위탁 ▲보호관찰 ▲복지시설이나 요양소 위탁 ▲소년원 송치로 구분되는데, 실질적으로 촉법소년에게 1호 처분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 처분하는 경우는 사실상 비행소년을 부모나 기타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사법기관이 보호처분만 부과할 뿐 집행 과정이나 집행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것도 없다.

감호를 맡은 부모나 기타 보호자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년의 재범방지 프로그램에 따른 감호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감시와 통제에만 급급할 뿐이다.

물론 부모의 무책임으로부터 비롯된 범죄는 부모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맞지만, 가정 내에서 훈계하는 것이 어려운 가정도 있고, 부모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 중에는 부모, 조부모, 친척이 없어서 형제·자매가 보호자 노릇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년원 송치처분의 경우에는 고아인 소년의 비율이 매우 높고, 그 다음이 보호자가 편모인 소년이 많다. 소년원에 송치된 소년 중에는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소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이다.


또 보호자에게 범죄 경력이나 음주벽, 정신장애와 같은 문제가 있는 소년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결론적으로 보호처분이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강력범죄 재범 절대 막을 수 없다”
보호자 없는데…1호 처분 가장 많아

성인범과 달리 소년범에게 보호처분을 내리는 이유는 소년범에 대해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경찰, 검찰, 법원의 사법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면 사법처리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년이 사법절차가 종료된 후에도 정상적인 회귀가 어려워져 재사회화에 방해가 된다.

현재 촉법소년들에게 이뤄지고 있는 형사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소년원 송치다. 그러나 소년원은 교육을 통해 개선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촉법소년 강력범죄자를 교화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죄를 지었으니 감옥 생활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보호처분의 핵심은 응보가 아닌 교화다. 그러나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 있는 소년들 역시 감옥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말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자신의 선택에 확신하지도 못한다. 소년원에 있는 한 소년은 “여기 애들 대부분이 달력을 보며 날짜만 센다. 나가서 어떻게 사고 칠지 궁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년범들의 사후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보호관찰의 실효성은 더 문제다. 이미 세 번째 보호처분을 받는 소년도 있을 정도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조건 사기(성매매를 미끼로 돈을 빼앗는 범행)를 쳤다가 소년원에 한 달 가게 됐고, 그 후로는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두 번 6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보호관찰의 외출 제한 조치를 어기고 가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설을 들락날락하느라 학교는 일찌감치 그만뒀다. 그렇다고 달리 도움받을 곳도 없다. 집은 폭언·폭행을 일삼는 할머니와 아빠 때문에 가기 싫었고, 친구와도 사이가 틀어져 친구 집에도 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서 소년은 “정말 갈 곳이 없어서 노래방서 그냥 잤다. 나중에야 보호 관찰관에게 ‘그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쉼터라도 연결해줬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적절한
대책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소년법 보호처분 제도의 이념을 고려해 소년법 제32조에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처분의 내용을 명확히 해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개선·교화에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소년재판을 전담했던 한 부장판사는 “어린 나이에 소년원을 경험하면 그 안에서 고참의 문화를 배우는 한편, 눈치만 늘고 주눅이 들어 사회에 나와 원만히 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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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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