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테니 집부터 사”

고물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분양시장에 각종 금융혜택들이 잇따르고 있다. 계약금 5%와 중도금 대출 무이자 지원은 물론, 이자를 후불로 하거나 일부 고정금리로 적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출 이자 부담에 청약을 망설이는 실수요자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분양시장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 건설사들이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계약금 정액제에 계약금을 10%서 5%로 낮추는가 하면 통상 분양가의 50~60%인 중도금을 전액 무이자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금융혜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
고육지책

전매제한이 없거나 최대 1년 후 전매가 가능한 점을 이용, 계약자들에게 초기 부담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매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부동산업계는 고금리 기조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대출상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 등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혜택 제공 단지가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됐으나 최근 금리상승으로 계약자들이 체감하는 금융 혜택이란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셈이다. 이 같은 금융 혜택 중 우선 초기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계약금 정액제가 있다. 보통 정당계약 시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된 계약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1000만~2000만원으로 설정해 정해진 금액을 먼저 선납하는 방식이다. 


중도금 무이자도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대출 이자를 계약자 대신 시행사 또는 건설사가 은행에 납부하는 제도다. 특히 최근 주요 은행권 대출금리가 6~8%대까지 도달한 가운데,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율 증가 우려를 덜 수 있어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서울 강동역서 선착순 분양이 진행 중인 ‘SK리더스뷰’는 중도금이 무이자인 것은 물론 계약 축하금을 지원한다. 계약금을 5% 납부하면 1400만원, 10% 납부 시에는 28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서울 은평구 ‘은평자이더스타’ 역시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면서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 중이다.

계약금은 정액제로 일원화해 초기 비용부담을 줄였다.

선착순이 아닌 신규 분양서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일반적이다. 인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나 경기 용인 에버랜드역 ‘칸타빌’, 충남 논산 ‘푸르지오 더퍼스트’ 등은 모두 중도금 대출이 무이자다.

계약금 5%·중도금 무이자
금융 혜택 내건 분양 단지

중도금 대출 이자를 후불로 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신규 분양을 시작한 경기 의정부의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와 충남 아산의 ‘푸르지오 리버파크’ 등은 당장 이자를 내야하는 부담을 줄였다. 

아예 중도금 납입을 연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천자이 더 리체’의 경우 1차 중도금 납입 시점을 전매제한 기간 이후로 정해 1차 중도금 납입 전에 전매가 가능하다. 금리상승에 대비해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중도금 대출이자를 고정금리로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중도금 이자를 후불제로 한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는 중도금 이자를 3% 고정금리로 했다. 이자 후불제를 적용한 또 다른 단지인 ‘경남 위파크’와 ‘안동 호반’도 중도금의 60%는 4% 고정금리를 적용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수요자의 자금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계약금 5%나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금융 혜택 단지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소비자들의 대출 여건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금융 혜택 제공 단지를 눈여겨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 또는 이자 후불제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들.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광명시에 공급하는 ‘트리우스 광명’이 미분양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최근 잔여 물량 해소를 위해 기존 계약금을 10%서 5%로 낮춰 수요자들의 입주 부담을 최소화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1동 일원 광명2R구역 정비사업을 통해 탄생하는 아파트로, 1순위 청약서 전용 36~102㎡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동, 총 3344가구, 전용면적 36~102㎡로 구성된다.

경제적 도움
이자 후불제

선착순 동호 지정이 가능하고,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발코니 확장 무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단지는 남향 위주로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안방 드레스룸을 비롯해 다양한 수납공간을 갖췄다.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로 실내골프클럽, 사우나,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북카페, 라운지, 작은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이 들어선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1호선 개봉역을 도보 10분 내외로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케아 광명점, 광명 전통시장, 중앙시장, 롯데시네마,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철산로데오거리,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스타필드 부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광명초, 광명북중, 광명북고가 도보 거리에 있다. 연서도서관도 가깝고, 철산역 학원가도 1.3㎞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e편한세상 제물포역 파크메종= DL건설은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일원(숭의3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e편한세상 제물포역 파크메종’을 선착순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전용면적 39〜84㎡, 총 73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449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전용면적별 일반분양은 59㎡A 213가구, 59㎡B 27가구, 74㎡A 111가구, 74㎡B 73가구, 84㎡ 25가구 등으로 공급된다. 전 세대 남향 위주 배치를 통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으며 4베이 판상형 위주 설계를 적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쾌속 교통망은 물론 학군, 편의시설, 병원 등의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춘 인천 원도심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제물포역이 약 500m 떨어진 도보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이다. 단지 바로 옆에 용정초를 비롯해 다수의 초·중·고교가 인접해 있다.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재능대 등 대학교도 가깝다.

계약금
정액제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인천점, 엘리웨이 인천 등의 대형 쇼핑시설을 비롯해 인천보훈병원, 인하대병원이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제물포시장, 용현시장도 가깝다. 축구장 약 28개 크기인 수봉공원이 도보 거리에 있다. 수봉공원은 수봉산과 인공폭포, 산책로, 놀이기구, 물놀이장 등이 있어 여가를 즐기기에 좋다.

GTX-B 노선 수혜도 기대된다. GTX-B 노선은 인천대입구~서울역~마석 총 82.7㎞를 잇는 노선으로 올해 상반기 조기 착공될 예정이다. 인천 송도서 서울역까지 약 27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 현대건설이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8층, 13개동, 전용면적 84~136㎡, 총 975가구의 대단지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자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와 같은 금융혜택을 제공한다.

원주서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136㎡의 중·대형 위주 평면 구성에 최대 4베이-4룸 구조를 적용해 개방감을 더했다. 모든 타입에 세대 창고를 제공하고, 평형에 따라 대형 팬트리, 드레스룸, 알파룸, 파우더룸 등을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ㄱ’자, ‘ㄷ’자 등의 주방 설계를 통해 동선을 최적화한 점도 눈에 띈다.


주요 은행권 대출금리 6~8% 도달
계약자 대신 건설사가 은행 납부

단지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조경 설계가 단지 곳곳에 적용돼 입주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H아이숲(실내어린이놀이터)과 클럽하우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상상도서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되는 넓은 커뮤니티시설도 함께 들어서 여유롭고 건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더폴 디오션= 부산 해운대서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인 ‘더폴 디오션’이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생활 인프라, 브랜드, 미래가치, 금융 혜택 등을 고루 갖춘 데다, 선착순 계약은 일반분양과 달리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내 집 마련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지하 4층~지상 25층, 아파트 전용 59~84㎡ 184세대와 오피스텔 전용 84㎡ 46실 등 선호도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된 총 230세대다. 선착순 계약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 가입 기간, 거주 지역, 주택 소유 및 재당첨 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계약이 가능하다.

직접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도보 약 5분 거리에 동해선 송정역이 위치해 있으며, 송정역은 부산지하철 2호선 연장선(내년 착공 예정) 정차 예정으로 향후 개통되면 더블역세권 입지가 형성된다. 현재는 동부산IC 등을 통해 전국 각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송정초, 신곡중, 부흥고, 부산국제외국인학교, 학원가 등 교육시설과 NC백화점 해운대점, 병원, 재래시장, 송정동 행정복지센터, 해운대 송정우체국, 송정파출소 등의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오시리아 컬처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입지도 자랑거리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오시리아는 휴양, 레저, 문화가 있는 고품격 해양 관광단지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 롯데월드 어드벤처, 국립부산과학관, 힐튼호텔, 아난티코브, 이케아 동부산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운영 중이다.

앞으로 아쿠아월드, 메디타운, 반얀트리 부산 등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가 5%만 
납부하면 입주

백사장 길이 약 2㎞, 면적 약 10만㎢ 규모를 자랑하는 송정해수욕장이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부산 최고 수준의 오션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송정천, 망덕봉, 죽도공원, 송정공원 등도 가까워 산책이나 운동을 나가거나 주말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계약자들의 초기 자금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을 10%서 5%로 낮춘 점도 눈길을 끈다. 중도금 전액(60%)에는 무이자 대출 혜택을 적용했다. 사실상 분양가의 5%만 납부하면 입주 시까지 추가적인 자금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당첨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는 횟수에 상관없이 무제한 전매도 가능하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